영화 트로이에서 국왕이 회의를 여는 장면이 있다

트로이 군이 그리스 군을 상대로 승리를 올리고, 내일 공격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헥토르는 "오늘 상대진영에는 아킬레스가 없었다. 상대는 우리를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그러면 안된다" 라고 말한다

신관은 "그들은 신전을 공격해서 신이 분노하셨다. 농부가 독수리가 뱀을 잡고 하늘을 나는 것을 보았다. 신의 계시다. 승리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국왕은 신관의 말을 듣고 공격을 결정한다

영화를 밖에서 보는 현대 사회의 우리가 보기에는

헥토르의 의견은 현실적이고, 논리적이며, 분명하다

신관의 의견은 감정적이고, 애매모호한 현상을 자기 마음대로 분석하며, 사람을 현혹하는 말을 한다 

하지만 바보 국왕은 신관의 말을 듣는다



영화에서는 일부러 당시의 시대를 강조해서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장면이겠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분석보다 감정적이고 자기에게 이롭게 들리는 말을 따르는 경향이 있고

종교도 그런 사람들의 경향을 따라, 약간 "애매모호하고 두리뭉실한 그리고 사람들에게 달콤하게 들리는 표현"을 많이 한다

고대 그리스 신관만이 아니라 기독교의 사제, 불교의 승려도 모두 역사적으로 그런 역할을 많이 담당해왔고

대중들도 약간 현실적인 해결책보다 그저 마음의 위안, 안식을 찾기 위해 그런 종교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솔직히 그런 측면에서의 종교라면 종교는 없는게 낫다

종교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혹은 거꾸로 종교가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얼마나 국민을 속일 수 있을 것인가"와 연결된다

사실 거짓 선동이나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데에 있어서 종교보다 강력한 건 잘 없다

아마도 그래서 정작 히틀러나 공산주의자들은 그런 위험성을 가진 종교를 금지한 것일테고

(자기들이 그 짓을 해야하니까 ㅋㅋㅋ)




내가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올바른 일 , 선과 악 , 착하다는 것에 대한 고민들은 

당연히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고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돈도 잘 벌 수 있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사는 사람이라도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나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범죄는 아니더라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실수를 해서 크게 상처를 입혔고,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고민들을 겪을 수 있다

일종의 고민 상담이나 죄책감을 줄이기 위한 역할로서의 종교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기 이전에 크게 도움이 되긴 한다


아무래도 종교는 "현실에서 벗어난"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에서만 다루어야 훌륭한 지침이 된다고 본다











물론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훌륭하신 말씀도 있지만 ㅋ



한줄요약 : 성호스님 ㅇ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