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성 얘기를 꺼냈으니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흔히 "너희는 어떻게 그렇게 사니?"하고 말한다. 무슨 말인지 나도 안다. 옛날에 사귀었다는 걸 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지금은 그냥 가장 친한 친구다. 소속사도 같고, 연습실도 같으니 늘 마주친다.
괜찮냐고? 아무 상관 없다. 나도 처음엔 이렇게 될 수 없을 줄 알았다. 사실 싫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다. 휘성과는 대학 2학년때 처음 만났고, 좋은 관계였다. 휘성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가수가 되지 않았거나, 가수가 됐어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수가 됐을 것이다. 노래를 좋아해도 팝 발라드를 좋아했고, 영화 '시스터 액트 2'를 보고도 로린 힐이 가수인 줄을 몰랐을 정도다.
'깨진' 건 휘성이 스타가 된 다음의 일이다. 그는 갑자기 나와 너무나 큰 차이가 나는 사람이 돼 버렸다. 그와 통화하고 싶을 때 통화하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나지 못한다는 게 화가 났다. 결국은 내가 먼저 결별을 선언해 버렸다.
하지만 얼굴을 안 보게 될 일은 없었고, 서먹서먹한 것도 잠시였을 뿐 우리는 다시 웃고 떠들고 어울리게 됐다. 그게 전부다. 우린 '그냥 친구'로 제일 친한 사이가 됐다.
내가 가수가 되기까지 가장 기억나는 사람은 엄마, 휘성을 빼면 현재 소속사인 M보트의 박경진 대표님과 전에 함께 일했던 홍종구 사장님이다. 박대표님은 개그맨 출신이고, 홍사장님은 왕년의 노이즈의 리더답게 함께 있으면 사람들을 배꼽빠지게 하는 분들이지만, 리더십과 낙천적인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에도 큰 영향을 주셨다.
나는 27일과 28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단독 공연을 한다. 혼자 무대는 작년 9월 이후 처음이고, 태어나 두번째다. 뭘 보여줄거냐고? 솔직히 좀 켕긴다. 이제 내 과거를 다 고백해버렸으니 피아노를 치면 "섬에서 배타고 다니면서 배운 솜씨가 그거냐"고 야유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겁도 난다. 하지만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내 노래를 듣고 싶어서 오신 분들 앞에서,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건 얼마나 꿈에서도 그리던 일인지.
아무튼 이번엔 이걸로 '거미의 비밀 일기'를 마치려고 한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얘가 너무 솔직해서 그렇겠거니"하시기 바란다. 하하.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