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벤투감독을 8년이나 보좌한 수석코치를 영입해서 벤투축구를 비슷하게 흉내내고 있지만 역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기강을 잡았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역시 전술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국내감독들은 축구변방인 한국에서 성장했기에 전술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혀 있기에 인맥축구(학연, 지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어떤분야보다도 축구는 인맥에 좌지우지 되면 망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전술적 철학을 가지고 폭넓은 인재풀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원삼성이 망한 것도 폐쇄적인 구단 분위기로 인해 특정학교(매탄소년단) 출신의 유스만을 뽑아서 썼기 때문이다. 유럽 최강이었던 맨시티는 전세계에 스카우트를 파견하여 축구인재를 뽑고 있다. 만약 맨시티가 맨체스터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유스만 뽑아서 썼다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다. 인재풀이 좁아지면 그만큼 좋은 선수를 뽑을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벤투감독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올바른 전술적 철학을 가지고 폭넓은 인재풀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했기 때문이다. 벤투감독은 한국에 상주하면서 매주 K리그 경기에 직접 방문하여 관전하면서 대표팀 철학과 맞는 선수를 찾았다. 외국감독 중 가장 열심히 일한 감독이 벤투감독이다. 
 



벤투감독은 자신의 현대축구 철학에 맞지 않는 선수에게 왜 너를 뽑지 않을 것인지 직접 설명해 주었다. 

석현준한테는 "현준! 너는 공간을 보고 들어가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이 부족해서 이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뽑지 않을 것이다." 

문선민한테는 "선민! 너는 수비력이 떨어져서 수비가담이 거의 없고 역시 공간을 보고 들어가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이 부족해서 이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뽑지 않을 것이다."

벤투감독의 말을 잘못 이해했던 문선민은 본인이 약팀(인천유나이티드)에 있어서 주도적인 축구를 못해서 안뽑는지 알고 강팀(전북현대)으로 이적했으나, 벤투 감독은 이후 단 한번도 문선민을 뽑지 않았다.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강인도 수비력(수비가담)이 부족하다고 뽑지 않았다. 국내축구팬들의 원성이 이어졌음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이강인의 수비력이 개선되자 그제서야 대표팀에 뽑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데려가서 주로 후반전에 분위기 반전용으로 투입하였다. 당시 이강인의 수비력이 개선되었어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전반전에는 절대로 투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벤투감독이 인맥이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래야 제대로된 현대축구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명보호가 벤투전술을 흉내내고 있지만 공격이 답답한 이유는 선수들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이 부족해서 공간을 보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둔하기 때문이고, 수비가 불안한 이유는 수비력이 부족한 선수들을 뽑고 기용하여 수비 밸런스가 깨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벤투전술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굴러가는 시스템 전술이기에 그 안에 포지션 플레이에 의한 복잡한 작동원리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선수 하나하나를 잘 투입해야 하는데 아무선수나 투입하면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국내축구인들 중에서는 작동원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벤투감독은 사단이라 불렸던 여러명의 코치진과 함께 움직이면서 전문적으로 선수관리를 하였다. 벤투 사단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선수관리 및 선진적인 훈련방식은 국가대표 선수들도 굉장히 만족하였다. 선수관리 수준이 거의 유럽명문팀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선수관리도 경기력에 영향을 줄 것이다.

벤투 사단의 훈련은 전문적이고 분업적이며 협동적이었다. 훈련은 보통 60분에서 80분 정도 시간으로 구성되는데 그 집중력과 강도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2개의 훈련장을 한꺼번에 활용하면서 코치별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수비 코치인 필리페 코엘류는 압박 방법과 라인 조정, 존 형성을 전문적으로 훈련시켰는데 이 코치가 있어야 협동수비가 원활해져서 수비불안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즉 벤투 사단이 다시와야 제대로 전술을 구사하여 경기력이 나온다고 본다. 

벤투감독이 왔을때 4년 동안 국내축구인들과 피트니스 전문가들을 대거 투입해서 벤투의 전술, 훈련방식, 선수관리 노하우를 배워서 협회차원에서 자료로 남겼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만약 벤투가 다시온다면 이러한 노력(선진축구 노하우 습득)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국내지도자들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