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곧 천심이요 헌법보다 우선한다'는 반헌법적인 발언을 한 바가 있는데 김용옥의 말 대로라면 일본 제국의 침략이나 홀로코스트도 (일본과 독일 민심이었으니) 천심이므로 옳다는 소리다. 김용옥이 얼마나 법치를 우습게 보고 대중추구적인 인물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언동 중 하나.
즉, 김용옥이란 인물은 법치주의가 왜 존재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며, 때문에 "서양에서 과학과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만 배우고, 독재와 제국주의는 배우지 말자"라는 유치하고도 한심한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서구 사회 발전과정에 생겨난 상호연동된 부산물들을 '이건 먹고 저건 버리자'식의 부페식 마인드로 접근하는 유치한 발상은 둘째치고, 전체주의를 억제하는 것이 법치주의라는 중고등 과정 수준의 기초적인 개념조차 7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공화국(republic)이란 제도에 의한 통치를 뜻한다. 민중이 통치자가 아니란 것. 한국에서는 독재에 반대되는 개념인 열린 사회(open society)가 민중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정서법으로 곡해되곤 하지만, 본디 개념은 1인 독재가 아닌 법에 따른 지배가 이뤄지며,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사회를 뜻한다. 그냥 '민심이 천심'이면 군중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저 여자는 마녀다!"라고 선동하여 단체로 때려죽인 마녀사냥도 정당하고 옳은 행위가 된다.
 
대한민국에는 유난히 민주화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중에는 김용옥처럼 '반민주'적인 중국과 북한에 우호적이고 민주주의 종주국인 서구에 비판적인 '민족주의자'들이 많다. 이들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성향상 이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심도있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떼법이 가장 상위법이라는 우스개가 있는데 민주주의는 법을 만들거나 개정할 때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지, 국민들이 법 위에 설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마음에 안들면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며 민심을 외치는데, 이 민심엔 몇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우선 민심은 소수 여론주도층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괜히 언론권력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깨시민들이 많아진 현대사회에서도 언론의 미묘한 논조의 차이만으로 여론이 요동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단적으로 2008년 대한민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광우병 선동[1]당시 나섰던 한 학자의 블로그는 온통 반미적 성향의 글로 가득차 있었다. 즉, 민심은 소수 권력자들에 의해 조작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나치독일 역시 희대의 선동가 괴벨스의 선동에 넘어간 것이며, 이슬람권 국가들의 신앙심도 지도층이 정한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며ㅡ 조선인들이 유교문화에 푹 빠졌던 것도 당시 권력잡은 지배층이 성리학을 채택한 사대부들이 민중에게 보급하면서 널리퍼졌던 것이고,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을 통해 민초들이 깨어났던 것도 지배층이 개혁의 길을 택했기 때문인데, 예나 지금이나 민심은 지배층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한국은 공식적으로는 사형을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지가 20년이 훌쩍 넘어서 외국에서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한다. 당시 바로 사형 폐지시키면 욕 먹을까봐 그냥 집행을 정지시켜버린 것인데, 정부의 정책 자체가 항상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민심이 헌법이면 사형도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강력범죄 기사에 보면 사형하라는 댓글로 도배가 될 정도로 사형을 원하는 민심이 적지 않다. 살인마도 인권이 있으므로 사형은 안된다는 댓글은 비공감 폭탄을 맞으며 십중팔구 '너네 가족이 당했어도' 운운하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당시엔 더욱 사형 존치 의견이 높았을 것이다. 또한 근대 초기 마녀사냥은 물론, 현대에도 채선당 임산부 사건, 국물녀 사건, 240번 버스 사건 등 선동에 쉽사리 휩쓸려 마녀사냥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을 통제하기 위해 헌법을 포함한 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평화헌법 없는 일본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헌법 개정 절차는 굉장히 까다로운데, 여러 복잡한 심의 절차를 거친 뒤 의회에서 압도적인 표결을 얻어야 하고, 마지막 안전장치로 국민투표까지 마련돼있다. 처음부터 국민투표로 결정하는게 아니고, 의회가 우선권이란걸 명심하자. 마지막에 국민투표를 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도 사람인 이상 단체로 미쳐서 작당할 수가 있으니, 그것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최후 안전장치로서의 의미일 뿐이다. 그냥 민심이 천심이고 헌법보다 우선이라면 모든 사건을 여론조사나 다수결 인민재판으로 결정하지, 뭐하러 법정이 존재하나?
 
그러나 헌법보다 민심 운운하는 발언은 정말 진지한 발언이라기보다는, 대중들에 대한 인기로 먹고 사는 도올 특성상 대중들이 듣기 좋은 감언이설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물론 민심이 들고 일어나 국회를 거쳐 헌법이 개정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나 너무 이상한 내용이면 국회차원에서 커트될 수도 있기에 민심이 무조건적으로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개헌절차도 법률학자들의 타당한 검토와 감수를 거쳐 새로운 개헌안을 내놓는 거지, 그냥 원하는 내용을 마구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치인들에게 법 뒤에 숨지말고 민심의 눈치부터 살피라는 경고를 하는 것은 좋으나, 굳이 헌법보다 민심이 우선이라는 발언까지 해가면서 헌법을 폄하하고 민중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물론 법과 헌법이 단순히 충동적 민중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원활히 유지될 수 있도록 질서와 통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런 목적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시위자체를 금지하는 국가들도 존재하며[2], 민주국가에서는 시위를 허용하긴 하지만 엄연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여 이를 위반하면 처벌한다. 특히 시위대는 평화시위를 잘하다가도 군중심리로 인해 순식간에 폭력시위로 변해버리는 사례가 왕왕 있기에 시위장소에는 대개 경찰들이 쫙 깔려 통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헌법이 전 국민의 동의를 요하는 유일한 법이라고 하는데, 애당초 법이 다수의 민중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고 만들어진 경우는 많지 않다. 국민의 동의를 거쳤다면 '더욱 가치와 권위가 있는' 법이라고 볼 수는 있으나, 그렇지 않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사형제를 대놓고 폐지하진 못하고 오랜 기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 것도 국민의 반발을 의식해서 그런 면이 있었는데 당당하게 국민의 동의를 거쳐 폐지한게 아니라고 해서 정당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의 헌법도 2018년 개헌을 봐도 알 수 있듯 국민투표를 거치지도 않고 자기들 멋대로 개헌해버렸다. 그렇다고 중국 헌법이 가치가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민심은 천심이라고 부르짖은 김용옥이 차이나는 도올에서 지도자 맘대로 헌법까지 바꿀 수 있는 중국의 정치체제를 추켜세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민투표를 하는 이유는 국민의 동의를 요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관점도 맞으나, 그만큼 헌법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해놓은 안전장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당장 김용옥이 찬양한 중국의 정치체제에서는 2018년 개헌을 통해 지도자의 연임제한을 맘대로 폐지해버렸다. 물론 전인대 대표단의 투표는 있었지만 찬성률이 100%에 육박하며 사실상 자기 똘마니들 데려다놓고 하는 요식행위이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으며 그게 13억 중국인들의 민심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실 헌법에 지도자 연임제한을 넣은 것은 독재자의 탄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이걸 중국처럼 지도자가 자기 맘대로 폐지해버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헌시 국민투표를 하도록 못박아서 강제해놓은 것이므로 중국꼴 나는걸 막기위한 안전장치라고 해석하는 것도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간 김용옥은 투표가 없는 일당독재의 위험성을 너무 나이브하게 여기며 간과했었기에 2018년 중국의 개헌에 데꿀멍하게 되었는데, 서로 견제하는 다당제의 비효율성도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일당독재의 위험성보단 훨씬 낫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말은 일시적으로 선동된 민심이라도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반론이 있으나, 시위대란 다 자신이 정의라고 판단했기에 거리로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