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더파이팅이 지리한 연재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작가 모리카와 죠지가 "일보는 펀치드렁커 증세에 걸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펀치드렁커 증세에 시달리면서도 재기전을 갖지만 결국 패배할 것이라는 예언까지 했다.
연재를 강요하던 편집부에 대한 불만으로 서둘러 막을 내리는 게 아니나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다만 '노력해서 챔피언이 된다'는 뻔하다면 뻔한 복싱만화의 결말이 싫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모리카와가 비극으로 결말을 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들을 설명하자면,
1. 카모카와에 자신을 투영하던 열정이 사그라들었다
모리카와는 만화가이면서 동시에 복싱짐 'JB스포츠클럽'의 오너이기도 하다. (http://jbsports.jp) 모리카와가 금수저였던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만화가로 데뷔하던 시절에는 생계를 잇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복싱팬이었던 그는 복싱 만화를 그려고보고 안되면 만화가를 접기로 했다. 그리고 그가 품고 있던 복싱에 대한 동경과 존경을 표현한 더파이팅은 대박을 쳤다. 그 성공으로 아예 복싱짐까지 세운 것이다. (옥상에는 실제 마모루 동상이 있다)
헌신적으로 선수를 키우는 카모카와(압천) 회장의 모습은 곧 모리카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마모루의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야기는 아예 대놓고 자신을 모델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야기는 낚시광으로 묘사되는데 실제로 모리카와도 낚시광이다.
하지만 모리카와는 자신의 만화와 달리 아직까지 챔피언을 육성해내지 못했다. 우선 모리카와의 복싱 지식이 매니아(나쁘게 말하면 좆문가) 수준이고 트레이너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게다가 모리카와가 영입한 트레이너들도 (http://jbsports.jp/gym_staff.html) 고교복싱 지도자들로 프로복싱 지도 경험은 없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자기만의 독자적인 복싱이론으로 세계챔피언을 키워내보겠다는 모리카와의 꿈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닐까.
그래도 2002년 후쿠시마 마나부(더파이팅의 등장인물 마나부의 모델이기도 했다)라는 선수가 세계 타이틀에 도전하게 되었고, 모리카와는 매니저로서 마나부의 세계챔피언 도전을 지원했으나 결국 멕시코 선수에게 패배했다.
이렇게 모리카와가 직접 포스터까지 그려줬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결국 마나부는 모리카와를 떠나 다른 체육관으로 이적했다. 그 이후로 아직까지 JB스포츠짐에서는 세계챔피언은 고사하고 세계랭커조차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다. 더구나 모리카와가 만화를 통해 묘사하는 그의 복싱 지식은 시대에 뒤쳐진 것(물도 안 마시는 감량법) 혹은 아예 구라(필리핀 선수가 쓰던 트릭인 글러브를 헐겁게 묶어서 리치를 늘린다 등)로 비판받고 있었다.
더파이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2000년대에는 확실히 일본복싱의 위기라 할 정도로 세계챔피언이 적었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는 일본 출신 세계챔피언들이 다시 여럿 배출되고 있다. 특히 플라이급의 괴물 이노우에 나오야는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강호이다. 이노우에를 보면서 모리카와가 자신의 복싱론에 한계와 회의를 느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2. 모리카와의 저주?
더파이팅은 기술 복싱을 우대하는 풍조가 있다. 일보는 상대 선수의 기교 따위 씹어버릴 수 있는 파워를 자랑하지만 모리카와의 기술에 대한 리스펙트 때문인지 항상 기교파들에게 고전은 한다. 모리카와의 기술 사랑을 보여주는 등장인물이 바로 리카르도 마르티네스이다. 실제 복서 리카르도 로페스를 모델로 한 마르티네스는 더파이팅 내내 최강의 존재로 군림한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계 미국인 복서 노니토 도네어와 니카라과 출신의 로만 곤살레스는 둘다 뛰어난 테크닉을 지닌 선수들이었고, 모리카와는 이들과 친분도 있었다. 모리카와가 추구하는 복싱론에는 도네어와 곤살레스의 자취가 역력하다. 이치로(일랑)는 도네어의 판박이고 일보는 곤살레스와 판박이이다.
모리카와와 만나 담소를 나누던 도네어였으나...
격하의 상대에게 패배!
곤살레스의 패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가진 건 힘과 체력 밖에 없는 태국인 선수에게 KO당했다.
물론 직접적인 패배 원인은, 도네어도 곤살레스도, 무리하게 체급을 올리다 보니 결국 덩치가 더 큰 상대들에게 진 것이다.
즉, 모리카와의 심정을 설명하자면, 마치 이동국을 모델로 만든 축구신동이 월드컵에서 남미팀들 다 씹어드시는 만화를 그리고 있는데 현재 국대팀의 졸전을 목격하면서 느끼는 심정인 것이다. 창작 의욕이 사그라들 수 밖에 없다.
3. Tragic Hero
모리카와 뿐만 아니라 지금 4~50대인 일본인 세대는 절대로 타츠요시 죠이치로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애칭 Joe로 더 유명하던 타츠요시는 90년대를 풍미한 위대한 복서였다. 가드가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은 있었지만 가드를 버리고서라도 상대를 공격하겠다는 용맹무쌍한 복싱과 호쾌한 연타는 그를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일례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실천하는 야구스타 이치로조차도 타츠요시 앞에서는 공손했다. 누가 감히 Joe를 우러르지 않을 수 있으랴. 그는 4번의 처참한 패배를 당했고 망막박리까지 입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부상을 딛고 컴백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다시 세계챔피언에 등극하는 초인적인 투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육체는 한계를 맞았다. 예전의 날카로운 핸드스피드는 간곳없고 활달한 화술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펀치드렁커 증세에 시달리게 되어 우물우물하는 음성으로 바뀌고 말았다. 일본복싱위원회에서는 그에게 은퇴를 권고했고 도저히 프로복싱에 출전할 몸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복서 라이센스 발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현역을 고집했고 활동 무대를 태국으로 옮겼다. 그러나 태국에서 가진 재기전에서 그는 KO패를 당했다. 타츠요시에 울고 타츠요시에 웃었던, 그리고 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타츠요시를 응원했던 그의 팬들에게 노쇠한 타츠요시가 펀치를 피하다가 제풀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혹한 일이었다.
타츠요시의 둘째 아들은 현재 프로복서로 데뷔했다. 하지만 타츠요시는 은퇴를 '거부'하고 계속 운동을 하고 있으며 아들의 트레이너 역할은 거부하고 있다.
펀치드렁크 증세는 다소 나아졌으나 여전히 우물거리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다.
타츠요시가 보여준 '영웅의 비극적 말로'의 임팩트는 너무나 강렬하여 모리카와도 결국 그 그림자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줄요약: 맷집왕 일보도 펀치드렁커... 매에는 장사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