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옷 입고 90분 행진한 '벌거벗은 임금님' 이재명
- 오창균 선임기자
- 뉴데일리 2026-09-18
반전도 감흥도 없었던 90분 기자회견
부동산 정책 전환 없이 남탓·자화자찬
지지율 폭락에 집토끼 이탈 방어 올인
황망한 답변에 벌거벗은 임금님 떠올라
김승원 임명 시 공소기각 플랜C 후폭풍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데르센의 동화 'Kejserens nye Klæder(황제의 새로운 옷)'에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을
- 만들어드리겠다"며 찾아온 재단사,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옷을 멋진 옷이라고 하는 신하가 등장한다.
- 동화는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황망하게 마무리된다.
- 그 뒤 임금이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는 결말을 열어놨다.
- 하지만 권위에 가려져 있던 속살이 드러난 임금이 제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뚝뚝 떨어지는 지지율의 진짜 원인을 몰랐던 건지, 모른 척했던 건지, 아니면 진실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던 건지. - '벌거벗은 임금님' 신세가 돼 버린 이재명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은 반전 없는 일방통행이었다.
- 90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문득 투명한 옷을 입고 행진하는 임금님이 떠올랐다.
- 현실을 뒤로하고 달콤한 정보만 곱씹은 결과가 아닌지,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겉으로는 저자세(低姿勢)를 취했다. - 이 대통령은 "작은 성과에 큰 성원을 받아 겸손함이 줄었다"고 했다.
- 또한 "저항을 이겨내는 것이 저의 역량이자 책임"이라 했다. 지방선거 이후 벌어진 국민의 실망에 대해선 "당황스러웠지만 숙고 끝에 국민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 문장 하나하나는 정교하게 지어진 겸양(謙讓)의 옷감이었다.
- 그러나 정작 논란의 뿌리, 즉 누구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왔는지를 되짚는 대목에서 벌거벗은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최근의 비판을 '혐오(嫌惡)의 언어'라고 규정하며 "우리 모두 친문·친노·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했다.
- 국민 전체를 향한 통합의 언어가 아니라, 특정 정파를 호명하며 결속을 다지는 주문(呪文)이었다.
- 대통령 곁을 지키는 이들이 지어 바쳤겠지만, 그것을 입으로 직접 소리 내어 읽은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 비판을 혐오로, 이탈을 배신으로 치환해 들려주는 참모진의 언어와, 굳이 마다하지 않는 대통령의 판단이 아쉽기만 하다.
- 대통령이 아니라 반통령(半統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지난해 11월 18일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는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문답에선 투명한 옷감이 그대로 등장했다.
- 대통령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수도권 집중이었다.
- "단기적으로 보면 2022년 윤석열 정권 들어선 후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이기도 한데,
- 그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 이게 단기적인 원인이다." 최근 이어진 부동산 정책 실책(失策)을 가리고 화살을 야당에 돌리는 문법이었다.
다음은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 레버리지 ETF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그게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이어 "누군가는 결정을 했을 것이다.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서는 저도 당시에 보고받은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뉴데일리 취재 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결정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4월 21일 -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당시 회의는 국무총리였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재했다.
- 개정안은 4월 28일 공포·시행됐다. 보도자료에는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로 표기됐다.
- 대통령령으로 시행한 정책의 책임을 마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4조 원에 달하는 국민들의 손실이 있었는데, '누군가는 결정했겠죠'라고 무책임하게
- 발뺌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이런 무책임한 대통령에 맞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장 예민한 사안을 두고 이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고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겠다도, 안 하겠다도 아닌 미정이었다.
조작기소 특검 도입을 통한 본인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에 대해서는 "특검의 권한 사항 중에 기존 기소 사건들의 이송 -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불필요하게 공소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 조치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헐벗은 몸을 스스로 가리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저로서는 알고 있는 진상이 있다"며 검찰의 조작기소를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수사, 기소를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나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 나아가 "조작기소 의혹 사건들에 대해서는 국회가 신속하게 특검을 통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민들께 진상을
- 밝혀 보여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조작기소 특검이 공소취소를 위한 수순'이라는 의심에 다시 불을 당기게 했다. - 특히 이 대통령은 특검법에 공소취소 권한 조항 삭제를 요청하면서도 '임기 뒤에 재판을 받겠다고 분명하게 입장을
- 밝혀야 한다는 요청이 있다'는 질문에 명확히 답변을 하지 않았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김승원 후보자와
- 공소취소를 따로 떼어 읽지 않는다. 당장 공소취소 미련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소취소를 제쳐두고 제2의 시나리오를 가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단적인 예가 대북송금 사건이다.
- 박상용 검사는 최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위태로운 상황을 진단했다.
- 그는 현재 감옥에 수감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입을 '핵폭탄'에 비유했다.
- 이 전 부지사를 석방하지 않으면, 그가 모든 진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벼랑 끝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숱한 논란에도 김승원 후보자를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가 '이화영의 돌변'이라는 뇌관(雷管)을 -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무리수 대신 법원의 '공소기각'을 유도해 사면의 명분을 쥐여주려는,
- 치밀한 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대북 송금은 당시 이재명 지사의
- 지시로 이뤄졌다"고 진술하는 순간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오랜 관측이다.

▲ 2024년 12월 9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과 김용민 의원이 국회 의안과에 내란특검법을 제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우회로는 복선(伏線)처럼 이미 법률 안에 마련돼 있었다.
- 민주당은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327조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 기존 6개이던 공소기각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된 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때'
- 두 항목을 새로 끼워 넣었다.
- 법무부와 대검찰청조차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했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 지난 2월 같은 사건의 공범 격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1심에서 이미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 당시 재판부는 "공소제기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 327조를 근거로 들었다.
공교로운 것은, 327조 개정 국면 한복판에 김승원 후보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 법사위 여당 간사였던 그는 개정안 처리 직후 취재진 앞에서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법원이 공소기각 사유 확대에 동의했다"며
- "반대하면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쐐기를 박았다.
- "공소취소는 검사의 소송행위이고 공소기각은 법원의 재판이라 주체와 요건, 효과가 모두 다르다"는 논리였다.
이 흐름 전체를 두고 야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감옥에 안 가기 위해 플랜A 공소취소, 플랜B 연임 개헌,- 플랜C 공소기각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 법원의 손을 빌리는 길, 즉 공소기각이라는 우회로는 이미 마련돼 있고, 실제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 헐벗은 몸을 가릴 새 옷 한 벌을,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미리 지어둔 셈이다.
- 이 대통령이 김승원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동시에 터져나올 시나리오다.
부동산 폭등 문제, 레버리지 ETF 사태, 김승원 후보자 논란 등 국민들이 질타하는 어느 이슈 하나 말끔히 해소된 것이 없다. - 동화 속에서 임금의 벌거벗은 몸을 말한 것은 순진한 아이였다.
- 투명한 옷을 지켜본 신하도, 그 옷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 임금도 끝내 스스로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 90분짜리 기자회견에서 결국 참모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명한 옷을 건네는 쪽을 택했다.
- 바둑에는 제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이 있다.
- 하지만 청와대 영빈관에 남은 것은 그 반대, 뼈를 내주지 않은 채 살만 깎아 던져준 골참육단(骨斬肉斷)이었다.
오창균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