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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누벨바그의 여신으로 불리는 안나 까리나 누님




예전에 프랑스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1959년판을 구해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별점을 매기더라. 

루이 말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년)와 장뤼크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59년)의 별점을 보고 흠칫 놀랐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는 대부분의 비평가들에게 그 해의 새로운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고,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네 멋대로 해라>에 대해선 '어린 평론가가 감독을 한답시고 되게 서툴게 할리우드 영화에 오마주를 바친 철없는 영화'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카이에 뒤 시네마>의 당시 평론가들, 나중에 우리가 눈여겨보게 되는 그 감독들인 에릭 로메르, 자크 리베트, 프랑소와 트뤼포 등의 별점을 보면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 별 하나, <네 멋대로 해라>에 별 넷을 줬다. 이쯤 되면 이 사람들이 좀 무서워지는 거다.


어떤 영화가 시간을 견디고 남을지를 당대에 딱 알아본다는 거, 정말 대단하다. 그런 안목은 훔치고 싶지. 

내게 그런 안목이 있는가에 대해 끝없이 의심스럽고, 종종 시간이 흐르고 나면 예전에 그 영화를 잘못 봤구나 후회하기도 하고. 


영화평론가 정성일 인터뷰 中.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에 막 들어갔을 무렵이었나. 아부지가 왕가위의 [동사서독]을 구해서 비디오로 보고 계셨다.

옆에서 같이 봤는데 내가 지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에 양조휘의 눈이 멀어버리는 씬밖에 없는듯...(이것도 맞는지 모르겠네)


근데 아부지가 영화가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서시더니 "이건 천재다. 천재가 만든 영화다!"라고 하시는 거다.

우리 아부지도 광고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분이라 그런 안목이 있었던 걸까. 


미대에 입학하여 미학을 진로로 잡고 공부를 하는 나에게는 아직도 (현대)예술은 사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농후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안목'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안목'이란 내게 있어서는 아직도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머나먼 또 다른 세계라고 생각된다. 이것 또한 소위 '천재'의 타고난 재능인 걸까?


내가 영게에서 종종 "영화, 즉 예술은 시대가 흐른 뒤 역사에 의해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때로는 이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집단은, 그 집단에 속한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지능적이다"라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예술은 소통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나아가 '민주적인 예술'이라는 게 존재할 수는 있을까? 아니면 이는 형용모순에 불과한게 아닐까?


잠이 안오니 잡생각만 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