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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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쓰겠다는 생각을 염두해 두다가 잠시 까먹고 이제서야 쓰게 되는, 그 이름 너무나 유명해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징가 제트가 얼마나 중요한 작품인지 쓰려 한다.  여기서 중요하다는 말은 비단 애니


역사에서 뿐만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역사 그 자체에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언젠가 먼 미래에 21세기가 구석기가 될 때에도 마징가 제트는 지금 시대 한국, 일본인들을 알아보는데 매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일단 마징가 제트가 방영되었을 당시 그 인기는 굉장했다. 그리고 인기에 힘입어 후에 한국에서도 방영이


되었고, 80년대 황금시간대 만화방송을 향유한 세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징가 제트는 지금 보면 메카물로는 약한 축에 끼는 구식 로보트로 인식될 뿐이고, 일본 애니에서 최초로


레이져를 쏘는 로봇 메카물 정도로만 알고 유치하다며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뭐 한국에서 이런 일은


항상 있는 일이고 축구 응원가나 학교에서 주제곡이나 부르는 정도의 추억거리 정도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또한 지구를 멸망 시키려는 적을 때려부순다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전투 설정이 한국의 정서 (특히 전쟁 후,


또는 시대 상황)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여 한국인들도 별 부담없이 받아들인 작품이다. 



 

그 전 혹은 비슷한 시기의 일본 애니를 살펴보면 아톰이나 독수리 5형제와 같은 날렵한 닌자형 캐릭터, 철인 28호나


타이거 마스크와 같이 몸으로 떼우는 격투형 캐릭터가 있었다. 마징가 제트는 위의 둘 중 어느 축에도 끼지 않는다. 


날렵함이라기 보다는 묵직함이 있고 격투보다는 병기를 사용한다.


마징가 제트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말해서 쇼군(장군)의 이미지이다.

 



위에서 언급한 애니들과 또 다른 점은 주인공 캐릭터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의지를 표출하기 위해 움직이고


싸우고 하는 등 스스로 그러하다 와 같은 동양 전통적 문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 비해 마징가 제트라는 캐릭터는


주변 환경이나 적들과의 관계, 그리고 설정 등에 의해, 다시말해 외부적인 것으로 부터의 시선에 의해 규정된다.


예를 들어 아톰이라는 캐릭터는 그 외형이 어떻냐가 중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사실은 아톰 만든 박사의 의지의 간접적


표출이지만) 어떤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느냐가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요인이다.  철인 28호는 주인공이


리모콘을 가지고 움직이는 일종의 인형이다. 따라서 철인 28호의 움직임은 주인공의 의지의 표출일 뿐 철인 28호 자체가


주인공이(작품의 주인공이라는 뜻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독수리 5형제는 아무리 뽀대나는


의상을 착용하고 멋들어지게 행동해도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주인공 캐릭터들의 본 모습에서 나오는 자아를 생각하며


보게 된다. (비중은 내면에 두면서 외적인 모습은 폼나기 때문에 독수리 5형제의 멋은 더욱 빛이 나는 거다).


타이거 마스크 역시 가면을 쓰고 싸우는 것일 뿐 그 캐릭터의 내면 자체가 더 중시된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의지가 가면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상 설명한 요소들을 간략히 말하자면 주인공 캐릭터들의 외형적인


면보다는 내적인 자아가 더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마징가 제트는 다르다.



 

마징가 제트 오프닝을 보면 물 속에서 길이 열리며 마징가 제트의 모습이 올라온다. 이는 곧 자궁에서 나오는 태아의


모습과 같으며 파일더를 타고 머리 위에 착륙하여 마징가 제트의 뇌가 되는 카부토 코지(쇠돌이)는 탄생 후에 형성되는


자아가 된다. 다시 말해 파일더는 마징가 제트와 쇠돌이를 연결해 주는 매개물이고 그것을 통해 마징가 제트의 머리


위에 착륙했을 때 마징가 제트라는 캐릭터는 쇠돌이라는 내면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징가 제트의 움직임을 볼 때에는 쇠돌이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기는 인형이라기 보다는 코우지가 마징가


제트에 귀속 당해 버린 이미지를 주게 된다. 다시 말해 쇠돌이와 합체한 마징가 제트는 분리된 두 개의 존재가 아닌


하나의 개체가 되어 버린다. 마징가의 관점에서 마징가 제트는 카부토의 육체이며 코우지는 마징가 제트의 뇌인


동시에 자아 이다. 오프닝 장면이나 작품 초반에서 마징가 제트를 움직이며 놀라고 좋아하는 카부토의 모습은 자기


몸을 처음 움직인 유아와 다를 바 없다.



 

이 때까지 설명한 것과 제목과 그리 연관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일본인들을 타국인이 볼 때 표현하는 말로는 속마음을 결코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혹은 겉과 속이 다르다 라는


등의 말을 한다.  (혼네 다테마에 라고 한다). 이것의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러한 특성이 일본인들의 기질이라면


이것은 당연히 애니에서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겉은 인간 같지만 속은 기계부품으로 만들어진 아톰, 의상 또는


가면으로 위장하여 정체와 신분에 차별을 둔 독수리5형제와 타이거마스크, 그리고 실제 움직이는 대상과 조종자


간의 물리적인 거리감이 있는 철인 28호 등은 모두 타국인들이 보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어느 정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징가 제트에 이르러 무언가 틀려진다. 마징가 제트를 마징가 제트라 부를 때에는 위


애니들과 다른 현격한 차이점이 있다. 아까 말했듯이 마징가 제트의 뇌이며 자아인 쇠돌이를 지칭하는 듯한 뉘앙스를


갖게 된다. 무슨 말이냐하면 마징가 제트와 카부토는 하나의 개체로 인식되어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지칭할 때


그 사람의 육체나 그 일부를 보고 그 사람을 인식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육체와 그 사람의 자아가 처음부터 하나라는


점이 완전히 각인된 상태에서의 인식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쇠돌이와 마징가 제트 간에 마치 인간의 육체와 뇌와의 관계처럼 물질적인 연결 상태가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사건이 일어난다. 마징가 제트의 관점에서는 로보트가 육체, 쇠돌이는 뇌, 자아이겠지만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마징가 제트는 기계 로봇이다. 그러니까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쇠돌이가 뇌이며 자아,


쇠돌이의 몸이 육체, 그리고 마징가 제트라는 로봇은 또 다른 무엇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것을 다르게 풀어써서 나누어


보면 정신적 자아, 육체적 자아, 그리고 그 시대까지는 없거나 시대의 발전에 따라 조금씩 생겨오던 물질적 자아의 형성이


본격화 되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서 너무나 익숙해 보이던 마징가 제트는 일본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시청한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한국인들의 심리에 새로운 자아를 확립시켜 의식 구조에 있어서 3중 자아를


형성시켰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의식의 2중 구조(이상적인 자아, 자아)라는 라캉이나 무의식, 의식으로 나눈 프로이드


같은 학자가 주장하던 것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마징가 제트라는 작품 하나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별것도 아닌 만화지만 그렇다. 저어기 유럽이나 서양의


인간성은 셰익스피어가 재창조했을지는 몰라도 한국과 일본에서는 나가이 고라는 인물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재설정 해 놓았다. 작가가 스스로 의도를 했던 안했던 그것은 중요치 않다. 분명한 것은 이쪽 동네 사람들은


이것에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감지하지도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세 개의 자아는 서로 얽히기도 하고


분열되기도 하여 때로는 천재를, 때로는 바보를, 또 때로는 권력에 미친 정신병자들을 만들기도 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인간들이 원래 다 그런 것 같지만 그 본질에 있어서는 상당히 틀린 양상을 띄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정리를 해 보자면, 마징가 제트는 한국과 일본인 구세대의 물질적 자아를 확립 시켜주는 시초 단계라 할 수


있고, 지금 세대 역시 이러한 애니류에 영향을 받아 물질적 자아를 확립한 상태라 말할 수 있다.


더 풀어쓰자면 경영이나 경제 분야에서 피고용인들이 자신을 '상품'이라 여기며 능력을 파는 세상의 대중화 전 단계에


만들어진 애니가 바로 마징가 제트라는 거다.


오늘날 이러한 상품 가치로써의 인간은 이미 대중화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속편에서는 가사에서 대놓고 "나는 그레이트 마징가"라 하는 것이 의미심장하고 외적인 면에 가장 비중을 두던 양상에


회귀적인 혁신을 일으킨 작품이 또 하나 있는데 역시 너무나 유명한 건담이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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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연구 모음

http://www.ilbe.com/2939551924 [애니연구] (1) 기동전사 건담 (퍼스트건담) - 자아의 회기적인 혁신

http://www.ilbe.com/2946826933 [애니연구] (2) 게타로보 시리즈 - 포스트 모더니즘적 자아의 서두의 일면

http://www.ilbe.com/2953133965 [애니연구] (3) 가챠맨 (독수리5형제) - 스타일리스틱 애니의 본격적 시작

http://www.ilbe.com/2961303359 [애니연구] (4)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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