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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세상에는 정말 여러종류의 영화들이 있어.

그중에서도 많은 영화들은 적절한 러닝타임동안 잘 짜여진 스토리와 특수효과, 음악들로 보는 사람을 만족시키지.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흔히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범주를 넘어서서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어. 

<사탄탱고>는 일반적이라는 범주를 정말 많이 벗어난 후자에 속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인터넷 검색으로 바로 알 수 있는 438분이라는 비상식적인 러닝타임부터 시작해서

롱테이크와 흑백을 고집하는 감독의 성향이 반영된 영화니까 빈말로라도 일반적인 영화라고 할 순 없을꺼야.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영화이기에 평소에 접하는 영화들과는 분명 다른 체험을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거기다가 그 일반적이지 않은 하나의 영화가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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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타르]와 <사탄탱고>의 분위기


뜬금없지만 [이안] 감독의 이야기 부터 시작해볼게.

<음식남녀>, <테이킹 우드스탁>, <헐크>, <라이프 오브 파이>, <색계>,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나열한 영화들은 [이안] 감독의 영화들 중 일부인데 저 영화들을 아우르는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감독이 동일인물이라는거 말고는 영화내적으로는 감독만의 색채가 묻어난다고 할 만한 공통점을 찾기 힘들어. 

[이안] 감독처럼 어떤 유형의 감독들은 만들어내는 작품마다 다른 매력을 풍기는 감독들이 있어.

반대로, 영화마다 같은 매력을 풍기는 감독들이 있는데 후자에 속하는 감독이 [벨라 타르]야.

내가 본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는 3편으로 많진 않지만 공통적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있어.

촬영방식은 롱테이크에 흑백만을 고집하며, 영화는 굉장히 어둡고 염세적이야. 꿈도 희망도 없어 ㅠㅠ


<사탄탱고>는 그런 염세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영화야. 영화의 첫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의 첫장면은 마을에선 비가 내리고 소들은 어디론가 느리게 터벅터벅 움직이고 있어.

소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보여지는 건물은 금이 가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해.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길은 정돈되지 않아서 진창이 되버렸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어느 가을날인데, 추수와 겨울준비로 가장 바뻐야 될 가을의 시골 마을에 사람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

다 허물어져 가는 마을에 소들만이 터벅터벅 걷고 있을 뿐이지.

그렇게, 1분이 지나고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소들은 계속 걷고 카메라는 소들을 따라가며 무거운 음악까지 깔리기 시작해.

시작부터 나오는 10여분의 롱테이크에서 담아낸 모습은 생기가 하나도 없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꺼야.

이런 우울한 분위기로 10분만에 관객을 압도한 영화는 남은 430분을 향해 발을 떼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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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이크의 매력


최근에 유명한 인상적인 롱테이크가 들어간 영화로 <그래비티>를 꼽는 사람이 많을꺼야.

개인적으로 <그래비티>의 예에서 보듯이 컷이 잘릴때는 느낄 수 없는,

롱테이크만이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사탄탱고>에서의, 그리고 [벨라 타르]의 영화에서의 롱테이크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염세적인 분위기를 끌고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야.

<사탄탱고>의 많은 장면에서 빗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어.

비오는 가을에 걸음을 때는 인간 군상들은 저마다 걸어가는 이유는 있지만, 그 이유들은 덧없고 무의미하며 측은하기까지해.

어떤 사람은 자기가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가지고 길을 걸어가고 있고

다른 소녀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신경써주지 않아 쓸쓸한 마음을 가지고 여기저기 방황하며 길을 걸을 뿐이야.

그렇게 아무 의미도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을 집요하리만큼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카메라 앞에서부터 수평선 끝까지 걸어감을 보여줄때의 그 느낌이

<사탄탱고> 전체를 지배하는 우울하고 어두운 염세적인 분위기를 지탱하고 있음을 볼 수 있어.

그리고, 롱테이크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어쩌면 약간은 불필요 할지도 모르는 긴 시간동안의 스크린에 같거나 비슷한 화면이 보여진다는 점은

그 화면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게 하는 효과를 부여해서

영화의 느낌을 좀 더 짙고 강하게 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

10초뒤에도 춤을추고 30초 뒤에도 춤을 추며 3분뒤에도 춤을 춘다면 그 시간동안 관객은

왜 저렇게 춤을 추고 있을까?? 앞에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됬더라??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등등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할 수 있게끔 시간적인 여유를 허락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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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함의 영원한 반복


영화 내적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해.

영화속에서의 마을은 허물어져 가고,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이런 마을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어.

이 사람들도 최소한의 욕망은 가지고 있어. 더 나은 삶은 위한 욕망말이야.

그걸 위해 1년치 임금을 빼돌려 도망갈 생각도 하지만, 이들은 도망칠 최소한의 용기조차 없어 주저앉아 살아갈 뿐이지.

자신의 처지에 불만은 있지만, 개선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이 무의미한 일상을 반복할 뿐이야.

이 '무의미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비춰지면서 비춰지는 무력감이나 비참함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야.

<사탄탱고>의 백미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많은 사람들이 술집이 배경인 약 40분간의 시퀸스를 꼽을텐데,

이 시퀸스가 대단한 이유는 이 반복되는 무의미함이 자아내는 무력하고 비참한 분위기를 너무도 잘 표현했기 때문이야.

이 술집 시퀸스에선 같은 이야기를 10분넘게 반복하는 차장의 모습과

30초도 채 안되는 멜로디의 반복, 계속되는 탱고, 머리에 치즈롤빵을 올려놓고 왔다갔다 하는 기행을 20분간 하나의 컷으로 보고 난 뒤,

다음 씬에 나오는 지쳐 쓰러진 사람들의 모습과 그 정지된 사람들을 거미줄로 묶는듯한 거미들을 보게 될꺼야.

여기서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저들의 욕망과 생각해보면, 본인들의 욕망과는 전혀 상관없는 무의미한 행동들만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 모습들을 담담히 보여주는 카메라를 보면서 우울하고 무력한 생각이 날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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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


사실 저들이 저렇게 끝이 안보이는 무력감에 살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영화 내 대사에서 보여지듯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자유를 무서워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정말 무서운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질서를 갈망하지. 즉, 질서를 부여하고 자신들을 이끌어 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어.

자신들을 이끌어 줄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굳이 메시아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이 영화는 종교적 관점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야.

영화 내에서 직접 언급되지도 하지만 마을의 분위기는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되게끔 하는 측면이 있어.

특히 성적이 부분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나는데, 부인이 있는 곳에서도 친구한테 창녀를 만나고 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옆집 여자와의 불륜관계에, 마을 사람들이나 심지어 남편도 알면서 방조하는 듯한 분위기는 성적으로 타락했다는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시킴에 부족함이 없어.

또, 이 영화의 우울하고 염세적인 분위기와 영화의 챕터가 12개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느리지만 천천히 종말로 치닫는 영화의 전개는

요한묵시록이 가진 12장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생각해봄직해.

실제로 [벨라 타르]는 <토리노의 말>에서 창세기의 7일을 거꾸로 뒤집어 종말의 7일간을 그려내기도 했거든.


마을 사람이였다가 외부로 나간뒤 다시 마을로 돌아온 이리미아스는 마을사람들이 원하는 메시아의 모습을 가지고 나타나.

이리미아스가 가나안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영지로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 연설을 하자

사람들이 군말없이 1년간의 임금을 이리미아스에게 내놓게 되지.

문제는 이 메시아도 타락하고 조작된 메시아이기 때문에 메시아를 믿고 따라봐야 전혀 희망이 없다는거야.

다른 남자의 부인과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성적으로 고결하지 못한 (성모 마리아가 처녀로 믿어짐을 생각해보자) 메시아의 모습을 보여줘 그가 진정한 메시아로써의 능력이 없음을 암시하기도 해.

그렇기에 영화 속 인물들은 모르지만 관객은 이 메시아가 구원을 줄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마을 사람들의 앞으로의 여정은 여전히 희망이 없음을 알 수 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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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이렇게 염세적이고 진하게 우울하며 희망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438분 속에서도 구원의 여지는 남아있어.

정신지체를 가진 소녀인 에스티케는 외로웠는지 고양이와 놀고 싶어하지만 고양이마저 계속 도망을 다니고

결국 고양이에게 쥐약을 먹여 고양이를 죽인 뒤 그제서야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줘.

하지만 역시 외로움은 남아있었기에, 술집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가을비를 맞으며 바라보며 

(위에서 언급한 그 40분짜리 시퀸스야!! - 이 소녀가 타인과의 소통을 갈구하는 중에도 사람들은 눈치도 못채고 술먹고 노는데 바쁘니 이걸 보는 관객의 입장은;;)

서툴게나마 과일주를 사러 온 마을 의사와 접촉해보지만 소통은 통하지 않고, 결국 자신도 쥐약을 먹고 자살하게 되지.

자살 직전 수호천사가 내려왔다는 나레이션이 나오면서 누워 눈을 감는 소녀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춰져.


푸타키는 꽤 초반에 나오는 사람인데 이웃집 여자와 불륜관계인 다리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야.

메시아인 이리미아스의 계획이 결국 좌절되고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질때,

이리미아스는 훗날을 위해 연락을 지속하는 것처럼 하려고 (사실은 지방정부에서 돈을 타먹을 속이 검은 목적이지만) 사람들의 거주지를 지정해 줘.

모든 사람들이 메시아의 말을 따를 때 푸타키는 그걸 거절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지.

그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병신같은 푸타키' 라면서 욕을 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그 뒤에 이리미아스의 행동을 사주한 군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실은 가장 현명한 이가 푸타키임을 관객들은 인지해.

(이리미아스의 편지를 고치는 그 군인들의 대화에서 가장 현명한 이는 푸타키로 나와)


이 두 캐릭터는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고, 심지어 에스티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실상은 구원받은 사람들이야.

극단적일지언정, 자기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이야.

결국 수동적인 사람에서 능동적인 사람으로 변화할 때 구원의 끈이 내려온다는걸 보여주지.

물론 끝까지 수동적으로 끌려다닐 뿐인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감상의 폭이 더욱 깊어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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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리뷰를 쓰면서 군데군데 언급했지만 사실 <사탄탱고>의 스토리는 꽤나 간단한 편이야.

답이 없는 인간군상들이 메시아를 갈구하고 메시아를 만나지만 결국 그도 진정한 메시아는 아니였기에 희망없는 삶이 계속된다. 요약하자면 이게 전부거든.

감독의 성향에 따라 30분짜리 이야기로 압축할수도, 2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을꺼야.

그럼에도 굳이 7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가지게끔 만들었을까 생각해본다면

스토리 이외의 영화의 다른 요소들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느낌도 분명히 있기에 그걸 모두 살리고자 한 감독의 노력이 반영된거라고 생각해.

사실 모든 영화들이 서사를 가질 필요는 없어. 그러라는 법도 없고.

다만 잘 짜여진 서사는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가장 쉬운 요소이기 때문에 서사가 있는 영화들이 많은 것 뿐일지도 몰라.

<사탄 탱고>에서 7시간에 러닝타임동안 치밀하게 배치된 음악과 카메라의 움직임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자면

이 영화를 2시간으로 압축해도 이런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꺼야.

스토리 이외의 다른 것들도 영화를 지탱하는 동일한 소재임을 알고 영화를 찍었기에 러닝타임은 좀 길지만 걸작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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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사탄탱고>는 12챕터로 나누어진 영화야.

그래서 리뷰에도 그 느낌을 좀 살려보려고 일부러 챕터를 나눠서 설명했어.

어차피 러닝타임이 너무 길기때문에 처음부터 쫙 훑어서 설명하기도 힘들고, 양도 많고, 기억도 안나서 말이야.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해.

기존 영화랑은 다른 느낌이기에 영화의 대한 시선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거든.

영화관을 들어가기 전과 나온 뒤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을 바꿀 수 있는 영화야.


그리고 3줄요약은 일부로 안넣을꺼야. 

7시간 까진 아니더라도 그 7시간의 긴 여정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라는 존나 못된 심보지ㅋㅋㅋㅋ

사실, 이걸 어떻게 요약해야 될지도 존나 난감하다. 그냥 길면 취사선택해서 보던지 패스하던지 맘대로 해.

그리고 내 정성이 아까워서라도 가끔씩 수정해서 리뷰 다시 올릴생각임. 난 따로 블로그는 안쓰니까 여기에만 올릴듯

퍼가고 싶은새끼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있으면 대충 퍼가면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