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강좌] 번외편 :

역도선수 VS 체조선수, 누가 본좌인가

 

 

2009.6.30.화요일

 

 

 

누가 누가 더 강한가?

 

유치하지만 다들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스포츠계는 경쟁의 특성상 이게 더 심하다.

 

그나마 혼자서 하는 스포츠는 기록이 남아서 비교가 깔끔한데, 남들과 경쟁하는 종목(복싱, 축구 등)은 직접 붙어 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고, 특히 다른 세대와의 사람들끼리 비교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 소모전으로 끝나기 일수다. 결국 이런 싸움에선 "적당한 논리 20% + 윽박지름 30%+ 무조건 우기기 50%" 가 좀더 센 놈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종목이 다를 때. 다들 각자가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한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고, 어차피 경쟁할 일 없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우기기의 50%"가 98%까지 근접할 때도 있다.

이종격투기가 나타나고 현재 종합격투기로까지 발전한 것도, 특히나 그런 논쟁이 심했던 격투기 특성에서 기인한 확인 사살 욕구의 자연스런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오빠야님의 "종합격투기 거의 모든 것"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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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딴지 식구들끼리 삼겹살 테러식이 있었다. 오로지 나잘란 자찬이빨과 너못난 안하무인을 자랑으로 삼고, 독자들은 물론 기자들에게도 지알아서 생존하라는 너조뙤로 서바이벌 정신을 면면히 이어온 본지답지 않게 유일하게 선행다운 선행을 베푸는 행사인 그날에, 편집장은 어떻게든 떡밥 좀 뿌려 보려는 뻔한 의도를 숨긴 채, 김연아와 박태환의 경쟁에 끊임없는 애착을 보이며 은근 그들에 관한 본좌 기사를 부추겼다.

 

그러나 한 명은 휴대폰 파느라, 또 다른 한 명은 통신사 밴드에서 기타치기에 바쁜 사람들을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것은 정직, 고상함과는 거리가 아주 먼 필자 마저도 손, 좃이 오그라 드는 행위였던 지라... 술 취한 시점을 노려서 적당히 거절했다. 다음에 시간되면 각자의 체력향상에 관련해서나 떠들어 보고, 이번에는 그 동안 필자가 받았던 질문 중에서 나름 상위에 랭크 되어 있던 것 중 하나를 뽑았다.

 

바로 역도선수와 체조선수

 

둘 다 포스에서는 어디 하나 밀릴 데가 없으며 특히 후자의 경우 이소룡 근육과 더불어 이쁜 근육의 대명사로 추앙 받고 있는 멋쟁이 스포츠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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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강하다는 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한국말에서 이 말의 의미는 너무 다양해서,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누가 다이 다이를 잘 친다는 말인지, 누가 더 빨리 달린다는 건지, 이도 저도 아님 누가 명랑에 강하다는 건지, 기준을 확실히 박아 놔야 뒤끝이 없다.

 

역도와 체조선수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논쟁은 "순수 힘" 즉 "스트렝스(strength)"에 관해서다. 이것 저 것 필요 없이 누가 더 힘 쎈놈 인지만 알아 보자는 것이다.

 

쉽게 가면서 욕 안 먹고 넘어갈 수 있는 답변이 있긴 하다. 어정쩡 회색 박쥐라인을 타면서 아래와 같이 말하면 된다.

 

 

"하체는 역도가 세고, 상체는 체조가 셉니다."


 
사실 이 정도만 답해도 과거에 필자의 기사를 읽어 온 사람들이라면, 위 문장 안에서 중도성을 표방한 채 은밀히 내재된 편향성을 읽어 내고, 음흉한 염화미소를 지을 사람도 있으리라 보지만, 사정 없는 명랑은 진정한 명랑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쐐기를 박아 주겠다.

 

그 전에 각 분야에서 개인차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타이슨과 무에타이 한달 배운 사람을 붙여 놓고, 개인이 아닌 무술의 우수성으로 결론지어 버리면 지나가는 미친 쥐가 웃게 되듯, 역도에서 제일 약한 사람과 체조에서 제일 강한 사람을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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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수준급에서는 어차피 몸무게와 스트렝스가 거의 비례하기 때문에, 같은 체급에서 알아봐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모두다 알다시피 체조에는 체급이 없다. 그래서 드물게 덩치 큰 사람도 있지만, 그 운동의 특성상 대부분 몸이 작다.

 

참고로 특정 운동의 탑(top)에 있는 사람의 몸을 보고, 그 운동에 대한 결과를 미리 짐작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역도하면 다리가 짧아진다는 말. 앞 뒤가 바뀌었다. 그 사람의 신체적 우수성(그 스포츠를 하기에 가장 유리한 레버리지를 가진 것) 때문에 그 자리에 간 것이지, 그 운동으로 인해 팔다리자 짧아진 것은 아니다. 궁금하면 저번 베이징 올림픽에 나온 여자 역도 선수들을 비디오로 다시 봐라.
다리가 학처럼 긴 선수들도 몇 명이나 나왔다. 심지어 올림픽 무대로 온 엘리트 선수들인데도.

 

체조선수들도 마찬가지. 체조를 해서 몸이 작아진 게 아니라 몸이 작으니 그 분야에 유리해서 탑까지 올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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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위에서 체조는 체급이 없으며 대부분 몸이 크지 않다고 했다. 즉 역도와 체조에서 가장 센놈끼리 나오게 되면 당연히 덩치 큰 체급이 있는 역도가 이기게 된다. 사실 이점 하나만으로도 경쟁이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나면 재미가 없지.

 

 

그럼 같은 몸무게끼리는?


 
이제 이기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알아 볼 때다. 바로 각 스포츠는 목적이 다르다는 것.

 

역도는 힘(더 정확하게 파워)을 위한 경쟁이고, 체조는 기술(퍼포먼스)을 위한 경쟁이다.

 

역도의 기술은 장미란마저도 현재 배워나가고 고쳐가는 과정에 있을 정도로 오묘하고, 체조도 웬만한 기술 동작은 그 힘이 받쳐 주지 않으면 비스무리한 흉내도 못할 만큼, 둘 다 힘과 기술 어느 한쪽을 완전히 배제 할 수는 없다지만, 스포츠의 목표에 따라 단순히 구분하자면, 역도는 힘(파워)이 목적이고 기술은 수단, 체조는 기술(퍼포먼스)이 목적이고 힘은 수단이다.

 

체조 선수를 하다가 역도로 종목을 바꾸고 몇 년 뒤 다시 체조로 돌아 왔을 때 점프력이 훨씬 더 상승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언급했듯이 체조 선수들의 힘도 만만찮다. 한번도 웨이트를 해 본적이 없이 맨몸 운동만한 선수도, 처음 데드리프트 시도에서 자기 몸무게 몇 배나 되는 무게를 리프팅 한다. 그리고 다른 분야긴 하지만 컨디셔닝 운동만 해온 사람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장파워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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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일반인들에게 체조가 강해 보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예 흉내조차도 낼 수 없는 기술들을 선보이기 때문일 거다. 플랜체 푸샵을 예로 들어 보자. 그냥 팔굽혀펴기만 한다면 아무도 주목해 주지 않지만, 플랜체 푸샵을 하면 경외심을 가지고 본다.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동작이므로.

 

그럼 빈바 20kg로 스내치를 하는 것이 팔굽혀펴기이고, 100kg로 스내치 하는 것을 플랜체 푸샵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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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g로는 웬만한 남자들이 스내치를 할 수 있지만 100kg로 스내치 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즉 무거운 무게로 스내치 하는 것은, 플랜체 푸샵 처럼 아예 흉내도 못 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가벼운 무게로 그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체조의 운동이 더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위의 수식을 그대로 가정한다면 결국 스내치 150kg는 플랜체 푸샵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 된다. 물론 플랜체 푸샵이 체조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도 아니고 1 : 1로, "특정 체조 기술 : 스내치 몇 kg"로 비교할 수도 없지만,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 시켜 보면 그렇단 말이다.

 

반복하지만 목적이 다른 스포츠다. 역도는 무조건 더 많은 무게를 들기 위한 스포츠이고, 그래서 기본적인 규칙만 지키면 어떤 방식으로 들어도 상관이 없으며, 또한 능력만 되면 무한대로 무게를 올릴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체조는 동작을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파워 이외에도 밸런스와 코오디네이션을 적용해서 아름답고 깔끔하게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더 무거운 무게(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로 같은 기술을 성공시켰다고 더 많은 점수를 받는 것도 아니다.

 

물구나무 서기와 밀리터리 프레스를 비교해 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몸무게의 밀리터리 프레스 보다는, 밸런스와 코오디네이션이 더 요구되는 물구나무 서기가 더 어려울 수 있지만, 밀리터리 프레스 무게를 점점 올리게 되면 밀리터리 프레스가 더 힘들어 진다. 즉 체조는 스트렝스 경쟁이 아닌 고로 일정 수준까지만 힘을 기르면 되지만, 역도는 끝없이 힘을 쌓아 올라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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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힘 이외에 많은 요소들을 이용해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야 하는 체조에 비해 오로지 힘과 파워 경쟁만을 위해 만들어진 역도가 더 강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혹여나 위의 내용들로 인해 실망하는 체조 마니아들이 있을까 봐 한마디 덧붙인다.

 

사실 그 기술을 제외하고라도, 체조 수준의 스트렝스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운동선수들 중에서도 많지 않다. 비교하니 답을 낸 것이지 그들의 스트렝스는 -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 일반인들은 평생 해도 꿈도 꾸기 힘들 만큼 굉장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체조 동작 중에서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들만 뽑아서, 앞으로 스포츠 강좌에 다양하게 소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한껏 올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에 다시 뵙자.

 

 

 


딴지 스포츠강사 
맛스타드림(
bbakssin@gmail.com)












3줄 요약

1. 둘 다 힘쎔

2. 그러나 체조는 기술이 목적, 힘은 수단

3. 그리고 역도는 힘이 목적, 기술은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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