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 해커부대, 국군장병 SNS를 뒤지고 있다
“사람하고 군인이 걸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군인을 비하하는 말이라면 틀린 것이고, 군인의 특수성을 지적하는 말이라면 맞는 것이다. 군인은 존재목적상 일반인하고는 많이 다르다. 왜냐하면 군인은 전쟁에서 싸워 이기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무엇인가? 한 나라의 존망을 걸고, 그 나라 국민 모두의 생존을 베팅하고 싸우는 것이다. 전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고, 이기면 모든 것을 얻는 All or Nothing의 처절한 게임이 바로 전쟁이다.
이번에 국방부가 장병 SNS 활용 가이드라인을 책자로 담아 전군에 배포한다는 소식이다. SNS를 자유롭게 활용하되 싸워 이기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는 제거하자는 것이리라.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보면 ▲ 스마트폰 등 단말기 위치정보 기능을 비활성화하고 글이나 사진 게시 시 위치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 프로필에 군 관련 정보를 자세히 입력하지 마라 ▲ 군사보안이나 군 기강 훼손 등이 고민되는 글은 일단 게시하지 마라 ▲ 스마트폰 보안성을 위해 백신 앱을 설치하고 탈옥(아이폰의 운영체제에 대한 접근권한을 갖도록 아이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상의 제한기능을 해제하는 것)이나 루팅(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시스템 폴더에 접근해 시스템 파일을 수정할 수 있는 최고 권한을 얻는 것)을 지양하라 등이다.
너무도 당연하고 시의적절한 조치임이 틀림없다. 현재 지구촌에는 9억의 인구가 SNS를 이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해에 수백만 대의 스마트폰이 팔려나갔다.
이제는 생활 일부가 된 SNS, 더욱이 스마트폰 없이는 잠시도 살 수 없는 신세대 장병에게 SNS는 필수품이 돼 버렸다. 문제는 장병들이 애용하는 SNS가 전쟁에서 싸워 이기는 군의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안상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군 정보가 새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병들의 SNS에는 근무하고 있는 부대, 병과, 신상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뜬다. 훈련일정, 부대배치, 군 내부 약점까지도 여과 없이 실린다.
이런 정보들은 낱개로 보면 별거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개가 모여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중요한 군사정보가 된다. 특히, 북한의 사이버전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북한은 이 조각정보들을 수집하는 데 혈안이 돼 있을 게 뻔하다.
얼마 전 우리 군은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이 장교들의 명함을 수집해 e메일을 통해 신상정보를 누출한 부끄러운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걸프전 당시 미군은 종군기자들까지도 장병들 수준에서 엄격한 정보통제를 했다고 한다.
과거의 전쟁은 최전방에서 이뤄졌다. 최근에는 전·후방이 없고 전선이 따로 없는 전쟁형태로 진화됐다. 지금은 시공의 차원, 온라인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는 그야말로 전방위 전장시대로 들어섰다.
따라서 이번 국방부의 가이드라인이 장병들의 SNS 활용을 최대한 허용하면서도 우리 안보에 위해요소가 없도록 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장병 인권제한’ 등의 편협한 시각으로 국방부의 SNS 가이드라인 조치를 왜곡하는 세력도 이제는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
주호민 ㅄ인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