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에서 시설관리를 한다.
이 일은 아무나 하는일인 만큼
정말 해야할일이 아무것도 없다.
숙지해야할게 있다면, 밤낮이 뒤바뀐다는것
주민들의 똥막힌 변기를 뚫고도
아무생각없는 무딘 감정을 가지고있을것..
시키는대로 토달지말고
5,60대 동료들의 노골적인 자기자랑이나
재미없는 얘기에 동의한다는듯 웃을것

그렇게 버티다보니 시설관리를 한지
어느덧 1년이 가까워졌다.
월급은 185만원 정도.
남들처럼 옷을 사거나 머리를 다듬는 둥
자기를 가꾸거나 사치를 부리는건 어울리지도 않고,
별로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즐거움을 주지도 못한다.
여자나 술,유흥도 하지않고
게임을 하거나 티비도 보지않아서
집에있으면 하는거라곤 그저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약간의 성욕이 뒤끓을때 포르노 감상하기..
혹은 의미없는 인터넷뉴스질이 전부다.

특별히 잘하는것도 뚜렷한 삶의 목표도 없다.
매달 꼬박꼬박 돈185만원 정도를 받을때마다
느끼는건 그래도 돈은벌고 있구나,
그냥 평생 이렇게 살다 가도 되지않을까
싶은 안도감이고 그때마다 또 생각나는건
사는동안 그저 조용히 살고싶다.
아무한테도 피해안주고
아무한테도 섞이지않고
그냥 내몸하나 건사할 만큼의 벌이만 하다가
소소하게 살다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시설관리는 그런 점에서 최적의 직장이다.
젊은사람이 별로없다. (경쟁률이 널널하다)
반장 사수에게 듣자니 40살도 젊은편이란다.
(이것저것하다 말아먹고,딱 인생 조질때쯤
시설기웃거릴 평균나이라나)
편의점이나 피시방, 하다못해 물류센터만
가봐도 이삼십대를 어렵지않게 볼수있는데
확실히 여긴 젊은 기운의 씨가 말랐다.
특유의 수렁에 빠지는 분위기 탓일수도 있다.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질 못한대서
늪 같기도 하다.
삶을 유예받는 것 같은 죄책감도 잠시
어느날 삼십대 두명이 면접을 보러 왔다가
두명다 일주일을 못버티고 나갔다.
하수구 냄새 나는데서 먹고자고
남의집 똥이 들어찬 변기를 뚫은뒤
점심을 먹으러 가는 현실이
꽤나 자괴감이 큰 모양이었다.

그럴만했다. 나도 처음에는 경비원, 60대
동료들의 수상한 눈빛과 비아냥을 들었다.
자식뻘이 이런 데에 기어오니 기이하고
괴상한 사람보듯 날 쳐다봤다.
저 나이댜에는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거나,
사회에서 자기 삶을 개척해나갈 때인데
저놈은 지발로 시설에 들어오니,
인생을 포기했거나 별종이라고 생각했단다.
결국 내가 애잔했던 모양인지
평균나이 60대 경비원, 시설동료들은
이제는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시설오기전 오랜 히키생활로 대화능력 상실)
먼저 수제 비스켓이나 초코파이, 약간 구린 냄새가 나는 오래된 과자 같은걸 나눠준다.
자식같은 마음이 드나보다.
그럼 나는 주머니에 이런 군것질거리를
잘 꽁쳐놨다가..
당직때 옥상 계단에 올라가서 바람을 쐬며
꺼내먹으며 과연 이런게 행복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정말 삶에 특별한 목적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남들처럼 아둥바둥 살고 싶지도 않다.
부디 그냥 지금처럼 이대로의 삶이 유지되길 바란다.
가끔 사치를 부리고 싶으면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 되고, 성욕이 들이차면
포르노 사이트에서 고화질 영상을 본다.
물론 이따금씩 나도 연애나 사랑같은걸 할수는 있을까.
나는 과연 동년배 여자와 섹스를 할수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 같은게 떠오를때도 있지만
사정을 하면 모두 허상임을 깨닫는데,

뭣하러 그리 치열하고 전쟁처럼 살아야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