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씨발, 내 인생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릴 때는 서른만 넘으면 어른인 줄 알았어. 돈도 좀 모으고,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퇴근하면 집에 들어가서 누가 차려준 밥 먹고… 주말에는 가족들이랑 외식도 하고. 그런 평범한 인생을 살 줄 알았지.

근데 눈 떠보니까 마흔이 코앞이네.

친구 새끼들은 하나둘씩 결혼하더니 이제는 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더라. 누구는 집을 샀네, 누구는 둘째가 태어났네, 누구는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네.

나는 씨발… 오늘 저녁에 뭐 시켜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젊었을 때는 혼자가 편했어.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돈도 내 마음대로 쓰고, 밤늦게까지 술을 처먹든 게임을 하든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근데 그게 참 웃기더라.

그때는 자유가 그렇게 좋았는데, 이제는 그 자유라는 게 그냥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뜻처럼 느껴져.

아파서 끙끙 앓아도 혼자고, 좋은 일이 생겨도 딱히 전화할 사람이 없고, 술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도 불 꺼진 방이 나를 반겨주고.

가끔은 퇴근길에 마트 들러서 장을 보는 부부들이 그렇게 부럽더라. 별것도 아닌 걸로 투닥거리면서 카트를 끄는 모습이 말이야.

예전에는 그런 게 귀찮고 시시한 일상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게 바로 그런 거였나 봐.

거창한 것도 아니야.

그냥 집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가 “왔어?” 하고 물어봐 주는 거.

오늘 하루 어땠냐고, 밥은 먹었냐고, 어디 아픈 데는 없냐고.

그런 말 한마디 들으면서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물론 내 탓도 있겠지. 누군가 다가오면 괜히 귀찮다고 밀어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겨도 괜히 자존심 세우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미루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때라는 게 지나가 버렸네.

이제 와서 누굴 만나려고 해도 겁부터 난다. 내 나이에 누가 나를 좋아해 줄까 싶기도 하고, 괜히 시작했다가 상처받을까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대로 평생 혼자 살 자신이 있느냐고?

……그건 또 아니거든.

씨발, 참 모순이지.

혼자 있는 건 익숙한데 혼자 늙어가는 건 무섭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내 인생을 보여주는 건 두렵고.

남들은 다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아직 출발선에서 서성거리는 기분이야.

가끔 거울을 보면 낯선 아저씨 하나가 서 있어.

내가 알던 나는 아직도 스물다섯쯤에 멈춰 있는데, 거울 속 그 새끼는 머리숱도 줄고 눈가에 주름도 생겼더라고.

그때마다 생각해.

'야, 너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냐?'

근데 대답할 말이 없어.

그냥 피식 웃고 고개를 돌리지.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까. 밀린 공과금도 내야 하고, 냉장고에 먹을 것도 채워 넣어야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또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가겠지.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면 환갑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지금처럼 혼자 밥을 먹고,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혼자 잠드는 삶을 살고 있을까.

……에휴.

인생 참 별거 없네.

젊을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하지 못한 일들만 하나둘 떠오른다.

그래도 말이야.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잖아.

누군가는 늦었다고 하겠지만, 내 인생인데 남들 기준에 맞춰서 끝났다고 선언할 필요는 없겠지.

오늘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잠들겠지만….

내일은 조금 다를 수도 있지 않겠냐.

뭐, 아닐 수도 있고.

……씨발, 일단 자자. 내일 출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