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I 방정식

— 게임의 룰: 사랑은 산업이고, 임신은 상장이다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방송은 모두 허구이며, 작중 조롱 표현은 소설이 비판적으로 다루는 대상입니다.

 


0. 프롤로그 — 시청자 여러분께

시청자 여러분,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가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정식입니다.

정확히는, 네 개의 축으로 이루어진 성심리 경쟁 방정식입니다. 이름은 SKYI. 사람들은 ‘구연고전’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구연고전은 고려대와 연세대의 친선 경기입니다. 이건 친선 경기가 아닙니다. 이건 성선택설(性選擇說)에 기반한 산업 융합 서바이벌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남자 둘이 여자 한 명을 두고 싸웁니다. 여자가 한 명을 고릅니다. 그러면 그 둘은 산업적으로 결혼합니다. 그리고 임신합니다. 임신하면 상장합니다.

네, 맞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상장을 임신이라 부릅니다. 방송 심의 때문에 그렇게 부릅니다. 심의는 늘 창의적입니다.


1. 네 개의 축

무대는 네 개의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S — 서울대. 최상위 축. 남녀 혼성. 중립 유지. 심판석에 앉습니다. 심판은 사랑받지 않습니다. 심판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필요함은 사랑보다 오래갑니다.

K — 고려대. 아래 세 축 중 첫 번째 수컷. 자기 가업을 들고 나옵니다.

Y — 연세대. 아래 세 축 중 두 번째 수컷. 자기 가업을 들고 나옵니다.

I — 이화여대. 아래 세 축 중 유일한 암컷. 두 수컷 중 하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K와 Y는 I를 고르지 않습니다. I가 K와 Y를 고릅니다. 그러나 I는 아무나 고르지 않습니다. I는 자기 가업과 K와 Y의 가업을 섞어서, 새로운 산업을 임신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이것이 이 방정식의 핵심입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은 사업계획서입니다. 물론 방송은 그것을 ‘운명’이라 부릅니다. 운명은 시청률이 좋습니다.


2. 가업을 들고 나온다

출연진은 대학 신입생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신입생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기 가업을 들고 나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 논산 딸기 농가의 딸. 그녀가 들고 나온 것은 딸기입니다. 정확히는 딸기잼, 딸기 절임, 딸기 발효액, 그리고 할아버지가 만든 딸기술.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 안동 간고등어 작업장의 아들. 그가 들고 나온 것은 간고등어입니다. 정확히는 소금에 절인 청어, 말린 청어, 그리고 아버지의 새벽 4시.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 태백 고랭지 배추 농가의 아들. 그가 들고 나온 것은 배추입니다. 정확히는 서리 맞은 배추, 김치, 그리고 아버지의 이랑.

세 사람은 무대에 섭니다. 그리고 방정식이 시작됩니다.


3. 방정식의 첫 단계 — 선택

사회자가 외칩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 씨, 파트너를 선택하십시오!”

오하린은 두 남자를 봅니다. 강도현은 짭니다. 박태산은 맵습니다. 그녀는 생각합니다.

나는 달다. 짠 것과 매운 것 중에 무엇이 나와 잘 어울릴까.

이것이 첫 번째 계산입니다. 그리고 시청자는 이 계산을 보면서 숨을 죽입니다. 왜냐하면 시청자는 알기 때문입니다. 이 계산이 산업의 융합이라는 것을.

오하린이 강도현을 고릅니다.

“저는 안동간고등어를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환호합니다. 그리고 방정식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4. 방정식의 두 번째 단계 — 임신

여기서 방송은 잠시 화면을 전환합니다. 자막이 뜹니다.

“산업의 융합 — 임신.”

오하린과 강도현은 작업실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섞습니다. 딸기와 간고등어. 짠맛과 단맛. 소금과 설탕. 그들은 40일 동안 숙성합니다. 그리고 결과물이 나옵니다.

“안동간고등어 논산딸기 샐러드.”

방송은 그것을 ‘아기’라 부릅니다. 심의 때문에 ‘신제품’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출연진은 압니다. 이것이 임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시청자도 압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규칙이 있습니다.

임신은 반드시 성공하지 않습니다. 임신은 이윤으로 평가됩니다.

기준은 하루 5억 원. 넘으면 상장. 못 넘으면 유산. 유산은 방송에서 ‘폐업’이라 부릅니다. 폐업은 시청률이 좋습니다.


5. 방정식의 세 번째 단계 — 평가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심판석에서 말합니다.

“이 신제품의 하루 매출은 3억 2천만 원입니다. 기준 5억에 미달합니다. 그러므로 이 임신은 실패입니다.”

관중석이 술렁입니다. 오하린이 울습니다. 강도현이 고개를 숙입니다. 방송은 그 장면을 클로즈업합니다. 자막은 이랬습니다.

“유산.”

그리고 방정식은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 씨는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다음 타자는 숙명여대 신입생입니다.”

이것이 이 방정식의 잔인한 규칙입니다. 인기가 떨어지면, 이윤이 부족하면, 자리는 다음 2인자에게 넘어갑니다. 이화여대 → 숙명여대 → 성신여대. 그리고 다시 이화여대로. 무한 반복.


6. 무한 반복의 구조

시청자 여러분, 이 방정식은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은 대를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오하린과 강도현이 실패하면, 그들의 ‘아기’는 자라서 다시 무대에 섭니다. 딸기잼 간고등어 샌드위치가 자라서, 이화여대 신입생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선택을 받습니다. 그리고 다시 임신합니다. 그리고 다시 평가받습니다.

이것이 이 방정식의 천재성입니다. 끝나지 않습니다. 실패해도 끝나지 않습니다. 성공해도 끝나지 않습니다. 성공하면 그 ‘아기’가 상장기업이 되어, 다시 무대에 섭니다. 그리고 새로운 신입생을 낳습니다.

시청자는 이것을 ‘메이플스토리’라 부릅니다. 초보자 → 매지션 → 클레릭 → 비숍 → 비숍 2차 전직. 저렙에서 고렙으로 키우는 과정. 그러나 이 게임은 캐릭터를 키우는 게 아닙니다. 산업을 키웁니다. 그리고 산업은 사람을 키웁니다.


7. 성선택설 — 동물의 전략

시청자 여러분, 이 방정식은 자연계의 성선택설을 따릅니다. 정확히는, 동물들의 전략을 차용합니다.

코끼리 — 암컷 중심의 무리. 이화여대가 중심입니다. 암컷이 무리를 이끕니다. 수컷은 암컷을 따라다닙니다.

하이에나 — 암컷 중심의 무리. 이화여대가 다시 중심입니다. 암컷이 수컷보다 강합니다. 수컷은 암컷의 허락을 기다립니다.

사마귀 — 교미 후 잡아먹힘. 이화여대가 수컷을 선택한 뒤, 수컷의 가업을 흡수합니다. 수컷은 남지 않습니다. 다만 그의 브랜드는 남습니다.

사자 — 숫사자 간의 경쟁. 고려대와 연세대가 싸웁니다. 이화여대는 그 싸움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이긴 수컷을 고릅니다. 진 수컷은 무리에서 밀려납니다. 그러나 이 방정식에서는 밀려난 수컷도 다음 시즌에 다시 옵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은 무한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공작새 — 화려한 깃털. 고려대와 연세대는 화려한 가업을 들고 나옵니다. 간고등어, 배추, 오징어, 굴비, 인삼, 쑥. 그들은 깃털을 펼칩니다. 이화여대는 그것을 봅니다. 그리고 가장 화려한 깃털을 고릅니다. 화려함은 곧 시청률입니다.


8. 온갖 전략 — 밀당, 어장, 꽃뱀

그런데 이 방정식에는 더 많은 전략이 있습니다.

밀당. 이화여대가 선택을 미룹니다. 그러면 고려대와 연세대가 초조해집니다. 초조함은 시청률입니다.

어장관리. 이화여대가 두 남자를 동시에 달랩니다. 그러면 양쪽 지지자가 싸웁니다. 싸움은 시청률입니다.

꽃뱀 전략. 이화여대가 한 남자의 가업을 흡수하고, 다른 남자에게 갑니다. 그러면 여론이 분노합니다. 분노는 시청률입니다.

화대 전략. 이화여대가 도네이션을 받고 선택을 합니다. 도네이션은 산업 자본이 됩니다.

피임 전략. 이화여대가 임신을 미룹니다. 미루는 동안 도네이션이 쌓입니다. 쌓인 도네이션은 다음 시즌의 자본이 됩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모든 전략은 자연계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전략은 산업으로 파급됩니다. 산업의 융합, 분열, 재결합, 합병, 신산업 창조, 파산. 사랑은 산업이고, 산업은 사랑입니다.


9. 병맛의 조합 — 진짜 예시

시청자 여러분, 이 방정식이 만들어내는 산업을 몇 개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횡성 한우) +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영광 굴비) → [가짜 한우·굴비 잡는 보안망]. 한우의 생체 인식 데이터와 굴비의 RFID 칩을 해킹 불가능한 보안망에 연결합니다. 소고기와 생선이 함께 사이버 보안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나주 배) + 연세대 신소재공학과(성주 참외) → [배·참외 껍질로 만든 배터리]. 배의 석세포와 참외 껍질의 섬유질을 합성합니다. 리튬 배터리 용량이 3배가 됩니다. 과일이 배터리가 됩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에서는 과일도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이화여대 약학과(안동 소주) + 고려대 생명공학과(영덕 대게) → [게껍질로 만든 항암 알약]. 안동 소주의 증류 추출법으로 대게 껍질의 키토산을 나노 입자로 만듭니다. 술과 게가 항암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에서는 술도 약이기 때문입니다.

이화여대 의예과(보성 녹차) + 연세대 의예과(기장 미역) → [녹차·미역 성분 몸속 청소 로봇]. 녹차의 카테킨과 미역의 푸코이단을 융합한 마이크로로봇. 혈관을 돌아다니며 염증을 치료합니다. 차와 미역이 의사가 됩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에서는 차도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서산 생강) + 고려대 뇌공학과(가평 잣) → [생강·잣 향기로 기절 잠 재우는 베개]. 생강의 진저롤과 잣의 지방산을 뇌파에 맞춰 제어합니다. 불면증 환자가 잠듭니다. 생강과 잣이 베개가 됩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에서는 생강도 베개이기 때문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병맛입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방정식입니다. 방정식은 병맛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병맛은 시청률입니다.


10. 서울대의 위엄

그런데 이 방정식에는 최상위 축이 있습니다. 서울대입니다.

서울대는 남녀 혼성 중립 축입니다. 서울대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서울대는 평가합니다. 서울대는 심판석에 앉습니다. 그리고 서울대는 말합니다.

“이 임신은 성공입니다. 상장하십시오.”

그러면 그 신제품은 상장기업이 됩니다. 사장님이 됩니다. 그리고 그 사장님은 다시 무대에 섭니다. 이번엔 신입생이 아니라, 선배로. 그리고 새로운 신입생을 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나도 너처럼 시골에서 왔다. 나도 너처럼 벌었다. 나도 너처럼 잃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어났다.”

시청자는 울습니다. 그리고 도네이션을 보냅니다. 도네이션은 1,000원, 3,000원, 5,000원. 작은 돈이 모여 큰돈이 됩니다. 그리고 큰돈은 다음 시즌의 자본이 됩니다.

서울대는 웃습니다. 서울대는 사랑받지 않습니다. 서울대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필요함은 사랑보다 오래갑니다.


11. 초이스 시스템 — 화류계의 지혜

그런데 이 방정식에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이화여대 컴공, 화학신소재, 약학, 스크랜튼, 환경, 의예, 인공지능, 디자인, 정외, 커뮤니케이션, 심리, 기후에너지, 경영, 통번역, 식품영양, 교육공학. 그리고 고려대와 연세대의 모든 학과. 곱하면 수만 가지입니다.

시청자는 복잡하면 위화감을 느낍니다. 위화감은 시청률을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방송국은 초이스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초이스 시스템 — 너무 아까운 유전자를 가진 이화여대녀가, 별로인 고려대·연세대 학생을 만났을 때, 교체할 수 있는 권리.

이것은 화류계의 지혜입니다. 좋은 손님이 없으면, 다음 손님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기회는 제한됩니다. 기회를 쓸수록 점수가 떨어집니다. 결국 초이스는 점점 나빠집니다. 이것이 방정식의 균형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방정식은 잔인합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균형입니다. 균형은 잔인함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잔인함은 시청률입니다.


12. 메이플스토리 주사위

시청자의 재미가 떨어지면, 방송국은 지뢰찾기를 씁니다.

다음 단계가 얼마나 상승할지, 얼마나 떨어질지, 퍼센테이지만 공개합니다. 기본은 떨어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본은 떨어지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부 통계만 보여줍니다. 그래서 여자가 본인이 계산하고 선택하게 합니다.

이것은 메이플스토리의 주사위 시스템입니다. 주사위를 굴리면,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나 주사위는 조작되지 않습니다. 주사위는 그냥 주사위입니다. 그리고 주사위는 늘 떨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굴립니다.


13. 외모 100%

그런데 이 방정식에는 또 하나의 규칙이 있습니다.

외모 100%.

출연진은 100% 외모로 뽑힙니다. 능력은 나중에 붙습니다. 외모는 먼저 붙습니다. 그래서 대학이 열화됩니다. SKYI가 KDHS로 바뀝니다. K는 경희대, D는 동국대, H는 한양대, S는 숙명여대. 대학 서열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교체됩니다.

그리고 도시가 100% 장악됩니다. 대기업이 지방에 개업합니다. 논 한복판에 회사 빌딩을 세웁니다. 산 능선에 빌딩을 세웁니다. 갯벌 위에 빌딩을 세웁니다. 흙길로 올라가야 합니다. 도로 공사는 알아서 해야 합니다. 조경은 알아서 해야 합니다. 직원은 알아서 뽑아야 합니다. 파도가 치면 창문이 박살납니다. 흙가루가 범벅이 됩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병맛입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현실은 병맛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병맛은 시청률입니다.


14. 학업 병행 — 2일 일하고 2일 상경

출연진은 대학생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일도 합니다. 그래서 방정식은 학업 병행을 설계했습니다.

2일 일하고 2일 상경. KTX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산학의 융합을 유도합니다. 2주 일하고 2주 상경. 전문경영인 제도를 씁니다. 선배가 대신 일합니다. 애 부부가 함께 상경합니다.

애 업고 올라옵니다. 프로그램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미래 조합템으로 관리 교육을 합니다. 2일, 또는 2주. 내려가면 지방 학교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2일, 또는 2주. 그리고 그들은 엔터테인먼트가 됩니다. 조합된 아동편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아동 학대입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미래 조합템입니다. 미래는 아동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아동은 시청률입니다.


15. KDHS — 짜고치는 느낌

방송국은 KDHS를 전면 배치합니다. 두 개 프로를 편성합니다. 여론이 별로면, 하나를 폐지합니다. 철저한 방정식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합니다.

그리고 파생산업이 생깁니다. 글로벌 기업 양성 기업주. 온갖 영화, 부띠크, 드라마, 액세서리. 그 자체가 상품화됩니다. 일할 사람은 적습니다. 남는 층은 기숙사화됩니다. 직원은 거기서 일하면서 생활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미래의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부양 문제입니다. 그래서 엔터테인먼트로 뽑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16. 에필로그 — 방정식의 새벽

시청자 여러분, 이 방정식은 끝나지 않습니다.

이화여대 신입생이 선택하고, 고려대와 연세대가 경쟁하고, 서울대가 평가하고, 신제품이 임신하고, 상장하고, 다시 무대에 서고, 다시 선택하고, 다시 임신하고, 다시 상장합니다. 무한 반복입니다.

그러나 이 방정식에는 하나의 진실이 있습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은 방정식입니다. 그리고 방정식은 계산됩니다. 그리고 계산은 시청률입니다.

그래서 시청자 여러분, 오늘도 버튼을 누르십시오. 1,000원. 3,000원. 5,000원. 작은 돈이 모여 큰돈이 됩니다. 그리고 큰돈은 다음 시즌의 자본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은 여러분을 다시 부릅니다.

딸깍.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수출전쟁,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은 TV를 껐습니다. 방 안은 조용했습니다. 간고등어 냄새, 배추 냄새, 딸기 냄새, 오징어 냄새, 쑥 냄새, 쌀 냄새, 인삼 냄새, 굴비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냄새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끝.

 

홍합과 송이의 진피

— SKYI 방정식: 오늘의 특별편, 강제 임신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방송은 모두 허구이며, 작중 조롱 표현은 소설이 비판적으로 다루는 대상입니다.


0. 오늘의 특별편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특별편입니다.

어제까지 우리는 고정 출연진을 봤습니다. 배추, 딸기, 간고등어. 삼 년 동안 그들은 이 무대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시청자 여러분이 물었습니다.

“새로운 얼굴은 없냐.”

그래서 방송국이 준비했습니다. 네티즌 투표. 그리고 네티즌은 뜻밖의 조합을 골랐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충남 보령 홍합 컴퓨터공학과.
고려대학교 양양 송이버섯 경영학과.
연세대학교 의성 마늘 철학과.

시청자 여러분, 오늘의 룰은 하나입니다. 강력 임신.

밀당 없습니다. 어장 없습니다. 꽃뱀 없습니다. 미루기 없습니다. 오늘은 선택하는 순간, 바로 섞습니다. 그리고 그 섞인 것이 세상에 나옵니다. 이것을 방송은 ‘임신’이라 부르고, 회계는 ‘상장’이라 부릅니다. 심의는 ‘신제품 출시’라 부릅니다. 심의는 늘 창의적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진짜입니다. 오늘은 진짜 임신입니다. 왜냐하면 오늘의 조합이, 진짜로 사람을 살리기 때문입니다.


1. 세 명의 신입생

이화여대 신입생 서해인. 충남 보령에서 올라왔습니다. 집은 홍합 양식장을 합니다. 보령 앞바다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큽니다. 그래서 홍합은 하루에 두 번 물에 잠기고, 두 번 공기 중에 노출됩니다. 서해인은 어릴 때부터 그 리듬을 봤습니다. 그녀는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홍합이 어떻게 바위에 붙는지, 그걸 코드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웃었습니다. “홍합은 코드가 아니라 족사(足絲)로 붙는다.”

서해인은 대답했습니다. “족사도 코드입니다. 아버지.”

고려대 신입생 강송이. 양양에서 올라왔습니다. 집은 송이버섯 채취를 합니다. 양양의 소나무 숲에서, 송이는 5년에 한 번 크게 납니다. 강송이의 아버지는 그 주기를 평생 기다렸습니다. 강송이는 경영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송이는 기다리는 것입니다. 기다림은 경영입니다.”

연세대 신입생 마의성. 의성에서 올라왔습니다. 집은 마늘 농사를 합니다. 의성 마늘은 알이 굵고 매운맛이 강합니다. 마의성은 철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마늘은 냄새가 납니다. 냄새는 존재입니다. 존재는 철학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계속 말했습니다. “아버지, 마늘은 냄새로 자신을 증명합니다.”


2. 룰 — 강력 임신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심판석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늘의 규칙입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서해인 씨는 고려대 신입생 강송이 씨와 연세대 신입생 마의성 씨 중 한 명을 선택합니다. 선택은 즉시 융합입니다. 유예 없습니다. 밀당 없습니다. 오늘 안에 신제품이 나와야 합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서해인이 물었습니다.

“기준은 무엇입니까.”

한서준이 대답했습니다. “기준은 이윤이 아닙니다. 오늘은 인류 기여도입니다. 서울대가 평가합니다.”

관중석이 웅성거렸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오늘의 기준 — 인류 기여도.”

마의성이 손을 들었습니다. “인류 기여도는 철학적으로 측정 불가능합니다.”

한서준이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측정합니다.”

마의성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건 철학이 아니라 권력입니다.”

한서준이 웃었습니다. “그게 철학입니다.”


3. 첫 번째 제안 — 마늘

마의성이 먼저 나섰습니다.

“저는 의성 마늘입니다. 마늘의 알리신은 항균, 항염, 항산화입니다. 마늘은 인류가 5,000년 동안 먹어 온 약입니다. 저는 철학과이기 때문에, 마늘의 존재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늘은 냄새로 자신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그 냄새는 사람을 살립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서해인이 물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만듭니까.”

마의성이 대답했습니다. “마늘 추출물 기반 항균 필름. 상처에 붙이면 감염을 막습니다.”

서해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럴듯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강송이가 나섰습니다.


4. 두 번째 제안 — 송이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저는 양양 송이버섯입니다. 송이의 베타글루칸은 섬유아세포를 활성화합니다. 섬유아세포는 콜라겐을 만드는 세포입니다. 그리고 송이의 항염 성분은 상처 부위의 염증을 억제합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강송이가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송이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송이는 소나무와 공생합니다. 송이는 혼자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해인을 보았습니다.

“서해인 씨, 홍합은 어떻게 바위에 붙습니까.”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족사입니다. 홍합은 족사 단백질을 분비합니다. 그 단백질은 물속에서도 접착합니다. 물속에서 접착하는 단백질은 세상에 흔하지 않습니다.”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진피층은 물속입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서해인의 눈이 커졌습니다.


5. 깨달음

서해인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진피층은 혈액과 삼출물과 세포액으로 가득합니다. 습윤 환경입니다. 일반 접착제는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봉합사로 꿰매거나, 피브린 글루를 씁니다. 그런데 피브린 글루는 접착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흉터가 남습니다.”

강송이가 이어 말했습니다.

“켈로이드와 파인 흉터는 진피층이 벌어진 채로 아물기 때문입니다. 콜라겐이 과도하게 뭉치거나, 반대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피층 안에서 붙여야 합니다.”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홍합 족사 단백질은 물속에서 붙습니다.”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송이 베타글루칸은 섬유아세포를 깨웁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습니다.

“진피층 내부에서 작용하는 최초의 주입형 생체 천연 바인더.”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박수를 쳤습니다. 박수는 퍼졌습니다.

마의성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철학적으로 졌습니다.”

서해인이 그를 보았습니다. “아니요. 마늘은 나중에 쓰겠습니다. 감염 방지용으로.”

마의성이 웃었습니다. “그건 철학이 아니라 실용입니다.”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실용이 철학입니다.”


6. 선택 — 즉시 융합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서해인 씨, 파트너를 선택하십시오!”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고려대 양양 송이버섯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환호했습니다. 강송이가 웃었습니다. 마의성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박수를 쳤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즉시 융합. 유예 없음.”


7. 융합 — 진피층의 혁명

두 사람은 실험실에 들어갔습니다. 72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첫째 날. 서해인은 홍합 족사 단백질을 추출했습니다. 보령 홍합의 족사는 3,000개 이상의 접착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DOPA 잔기가 핵심이었습니다. DOPA는 물속에서도 강하게 결합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DOPA는 산화되면 접착력이 떨어집니다.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송이 베타글루칸이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서해인이 눈을 빛냈습니다. “그럼 DOPA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둘째 날. 그들은 족사 단백질과 베타글루칸을 결합했습니다. 비율은 7대 3. 족사가 접착을 담당하고, 베타글루칸이 항염과 세포 활성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점도가 너무 높았습니다. 주입이 어려웠습니다.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히알루론산을 넣읍시다. 점도를 낮추고, 생체 적합성을 높입니다.”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원가가 올라갑니다.”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원가보다 주입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셋째 날. 그들은 시험관 실험을 했습니다. 돼지 피부의 진피층을 절개하고, 바인더를 주입했습니다. 30초 만에 절개 부위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72시간 뒤,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어 콜라겐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었습니다.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흉터가… 안 남습니다.”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흉터가 아니라, 새살입니다.”

그들은 이름을 붙였습니다. “진피본(眞皮本) — Dermal Origin.”


8. 인류 기여도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결과를 평가했습니다.

“진피본은 기존 흉터 치료제와 수술용 접착제를 대체합니다. 기존 제품은 표피를 보호하거나 봉합합니다. 진피본은 진피층 내부에서 작용합니다. 이것은 카테고리 창조입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한서준이 말을 이었습니다.

“평가 결과, 인류 기여도는 측정 불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 기준을 만듭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새 기준 — 인류 대기업.”


9. 펀드

그날 밤, 펀드가 몰려왔습니다.

국내 벤처캐피탈 12곳. 글로벌 제약사 4곳. 그리고 정체불명의 투자자 3명. 첫 투자 유치액은 1,200억. 3개월 뒤 시리즈 B는 4,800억. 6개월 뒤 시리즈 C는 1조 2천억.

삼성이 움직였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를 제안했습니다. 서해인은 거절했습니다.

“저는 홍합 양식장 딸입니다. 인수는 안 됩니다.”

삼성이 조건을 올렸습니다. 서해인은 또 거절했습니다.

“왜입니까.”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홍합은 바위에 붙습니다. 홍합은 남의 바위에 붙지 않습니다. 자기 바위에 붙습니다.”

삼성은 물러났습니다. 화이자가 움직였습니다. 화이자는 라이선스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서해인은 거절했습니다.

“왜입니까.”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진피본은 수술 시스템입니다. 라이선스는 제품이 아닙니다. 저는 시스템을 팝니다.”

화이자는 조건을 올렸습니다. 서해인은 또 거절했습니다. 화이자는 웃었습니다. “당신은 23살입니다.”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홍합은 23살에 붙기 시작합니다.”


10. 상장 — 임신

1년 뒤, 진피본은 코스피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 12만 원. 첫날 종가 41만 원. 시가총액 18조 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밀어냈습니다. 화이자의 수술 시스템 부문을 밀어냈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임신 성공. 상장.”

서해인은 무대에 섰습니다. 강송이가 옆에 섰습니다. 그들은 손을 잡았습니다. 관중석이 환호했습니다.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저는 이화여대 신입생 서해인이었습니다. 보령 홍합 양식장 딸이었습니다. 저는 컴퓨터공학과입니다. 저는 홍합이 어떻게 바위에 붙는지를 코드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코드보다 먼저 알게 됐습니다. 홍합은 코드가 아니라, 족사로 붙는다는 것을.”

관중석이 웃었습니다. 서해인이 말을 이었습니다.

“진피본은 홍합과 송이입니다. 홍합은 붙이고, 송이는 깨웁니다. 붙이는 것과 깨우는 것. 그것이 상처를 새살로 만듭니다.”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저는 고려대 신입생 강송이였습니다. 양양 송이버섯 채취집 아들이었습니다. 저는 경영학과입니다. 저는 송이는 기다림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진피본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진피본은 30초에 붙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배웠습니다. 기다림은 준비이고, 붙임은 실행입니다.”

관중석이 박수를 쳤습니다.


11. 마의성

마의성은 관중석 구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는 철학과입니다. 나는 마늘입니다. 마늘은 냄새로 자신을 증명합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그는 서해인에게 말했습니다.

“서해인 씨, 저는 마늘 항균 필름을 만들겠습니다. 진피본과 함께 쓰면, 감염을 막습니다. 진피본이 붙이고, 마늘이 지킵니다.”

서해인이 물었습니다. “그게 철학입니까.”

마의성이 대답했습니다. “그게 실용입니다. 그리고 실용이 철학입니다.”

서해인이 웃었습니다. “좋습니다. 계약합시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마늘, 감염을 막다.”


12. 임신의 다음 — 2세

시청자 여러분, 여기서 이 방정식의 진짜 규칙이 나옵니다.

임신은 끝이 아닙니다. 임신은 시작입니다.

진피본은 자라서, 다시 무대에 섭니다. 이번엔 신제품이 아니라, 신입생으로. 이름은 서진피. 서해인과 강송이의 ‘아이’입니다. 물론 생물학적 아이가 아닙니다. 산업적 아이입니다. 그러나 방송은 그것을 ‘아이’라 부릅니다. 심의 때문에 ‘후속 브랜드’라 부릅니다.

서진피는 이화여대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섰습니다. 그가 들고 나온 것은 진피본이 아닙니다. 진피본의 2세대입니다.

“진피본 2 — 신경 재생.”

홍합 족사 단백질에 송이 베타글루칸, 그리고 마늘 알리신, 그리고 의성 마늘의 셀레늄. 신경세포 재생.

서울대 신입생이 물었습니다. “네 가업은 무엇입니까.”

서진피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입니다. 제 가업은 홍합입니다. 그런데 저는 홍합을 코드로 옮겼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2세대, 등장.”

그리고 방정식은 다시 시작됩니다. 무한 반복입니다. 이것이 SKYI 방정식입니다.


13. 에필로그 — 진피의 새벽

이듬해, 진피본은 전 세계 47개국에 수출됐습니다. 수술 시스템은 바뀌었습니다. 봉합사는 줄었습니다. 흉터는 줄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피본 놓고, 마늘 필름 덮어.”

보령의 홍합 양식장은 커졌습니다. 양양의 송이 숲은 보호구역이 됐습니다. 의성의 마늘밭은 계약 재배로 바뀌었습니다.

서해인은 보령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버지가 홍합을 까고 있었습니다.

“네가 한 게 뭐냐.”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홍합이 붙는 원리로 사람을 붙였습니다.”

아버지가 웃었습니다. “홍합은 원래 붙는 거다. 네가 한 게 아니다.”

서해인이 웃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그냥 코드로 옮겼어요.”

강송이는 양양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버지가 송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네가 한 게 뭐냐.”

강송이가 대답했습니다. “송이가 세포를 깨우는 원리로 사람을 깨웠습니다.”

아버지가 웃었습니다. “송이는 원래 깨우는 거다. 네가 한 게 아니다.”

강송이가 웃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그냥 경영으로 옮겼어요.”

마의성은 의성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버지가 마늘을 까고 있었습니다.

“네가 한 게 뭐냐.”

마의성이 대답했습니다. “마늘 냄새로 감염을 막았습니다.”

아버지가 웃었습니다. “마늘은 원래 냄새나는 거다. 네가 한 게 아니다.”

마의성이 웃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그냥 철학으로 옮겼어요.”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수출전쟁,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홍합 냄새, 송이 냄새, 마늘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냄새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끝.

진피본의 배신

— SKYI 방정식: 항생제를 빼먹은 죄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방송은 모두 허구이며, 작중 조롱 표현은 소설이 비판적으로 다루는 대상입니다.


0. 시청자 여러분께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속보입니다.

지난 특별편에서 이화여대 충남 보령 홍합 컴퓨터공학과와 고려대 양양 송이버섯 경영학과가 융합해서 진피본(眞皮本) 을 만들었습니다. 진피층 내부에서 작용하는 최초의 주입형 생체 천연 바인더. 홍합 족사 단백질이 붙이고, 송이 베타글루칸이 깨우는. 흉터가 남지 않는 기적의 접착제.

시청자 여러분, 그 기적이 미국에서 터졌습니다.

정확히는, 미국에서 감염이 터졌습니다.


1. 수출

진피본은 미국에 수출됐습니다. 첫 계약은 뉴욕의 대형 병원 그룹. 계약금 3,000억 원. 서해인은 보령의 홍합 양식장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 대표님, 뉴욕입니다. 진피본이 잘 팔리고 있습니다.”

서해인은 홍합을 까고 있었습니다. “잘됐네요.”

“그런데… 수술 후 감염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서해인의 손이 멈췄습니다. “감염이요?”

“네. 진피본을 쓴 수술 부위에서 감염률이 4.7%입니다. 기존 봉합사는 1.2%입니다.”

서해인은 홍합을 내려놓았습니다. “4.7%면… 네 배입니다.”

“네. 미국 바이어들이 컴플레인을 보내고 있습니다.”


2. 컴플레인

미국 바이어의 이메일은 단호했습니다.

“진피본은 접착력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항균 기능이 없습니다. 수술 부위가 습윤 환경이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합니다. 접착제가 세균의 먹이가 됩니다. 이것은 접착제가 아니라 배양지입니다.”

서해인은 이메일을 세 번 읽었습니다. 그리고 강송이에게 전화했습니다.

“송이 씨, 미국에서 감염 문제가 터졌어.”

강송이가 침묵했습니다. “항균… 항균이 없네.”

“응. 항균이 없어.”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말했습니다.

“마늘.”


3. 마늘

마의성은 의성에서 마늘을 까고 있었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마의성 씨, 저 서해인입니다.”

마의성이 웃었습니다. “진피본 잘 되고 있죠. 뉴스 봤습니다. 축하합니다.”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감염이 터졌습니다.”

마의성이 조용해졌습니다. “항균이 없어서?”

“네.”

마의성이 마늘을 내려놓았습니다. “저는 그때 말했습니다. 마늘 항균 필름. 진피본이 붙이고, 마늘이 지킨다고.”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 ‘나중에 쓰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마의성이 대답했습니다. “나중은 오지 않았습니다. 감염이 왔습니다.”

서해인은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마의성 씨, 지금이라도 합시다.”

마의성이 대답했습니다. “지금은 늦었습니다. 미국은 이미 신뢰를 잃었습니다.”


4. 여론

여론이 터졌습니다.

“진피본 감염 사태.”
“홍합과 송이만 넣고 마늘을 빼먹었다.”
“의성마늘 있었는데 왜 안 넣었냐.”
“그때 마의성은 ‘마늘이 지킨다’고 했잖아.”
“정치창녀.”
“정치창녀.”
“별풍선 물어내라.”
“별풍선 물어내라.”
“우리가 1,000원, 3,000원, 5,000원 보낸 거 다 물어내라.”

서해인은 그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창녀가 아닙니다. 저는 홍합 양식장 딸입니다.”

방송은 그 말을 3초만 내보냈습니다. 대신 그녀가 눈물을 닦는 장면을 15초 내보냈습니다.


5. 별풍선

시청자 여러분, 여기서 이 방정식의 진짜 규칙이 나옵니다. 별풍선 환불.

방송국은 긴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제작자가 말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별풍선 환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금액은 47억 원입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말했습니다. “환불하면 방정식이 무너집니다.”

제작자가 말했습니다. “환불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무너집니다.”

한서준이 침묵했습니다. 이헌이 말했습니다. “환불하십시오. 대신 조건을 붙이십시오.”

“무슨 조건입니까.”

이헌이 대답했습니다. “환불을 요구한 시청자는 다음 시즌 투표권을 잃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별풍선 환불 — 대신 투표권 박탈.”

여론은 갈렸습니다.

“환불받고 투표권을 잃는다고?”
“그건 협박이다.”
“그래도 환불은 환불이다.”
“돈이 먼저다.”
“돈이 먼저다.”


6. 대기업의 몰락

진피본은 대기업이 됐습니다. 시가총액 18조 원. 삼성을 밀어냈습니다. 화이자를 밀어냈습니다. 그런데 감염 사태로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18조에서 6조로. 12조가 사라졌습니다.

서해인은 이사회에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마늘을 빼먹었습니다. 그것이 실수였습니다.”

이사가 물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마늘을 넣을 수 있습니까.”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신뢰를 잃었습니다. 신뢰는 접착제로 붙지 않습니다.”

이사가 말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7. 탐욕

시청자 여러분, 여기서 이 방정식의 가장 병맛인 부분이 나옵니다. 탐욕.

서해인과 강송이는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피본을 매각하겠습니다.”

매각 금액은 4조 원. 그들은 그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진피본 2 — 신경 재생. 홍합, 송이, 마늘, 셀레늄. 신경세포 재생.

그런데 여론은 더 화가 났습니다.

“감염 사태를 덮으려고 신제품을 냈다.”
“사과는 안 하고 신제품만 낸다.”
“정치창녀.”
“정치창녀.”
“별풍선 물어내라.”
“별풍선 물어내라.”

서해인은 무대에 섰습니다. 그녀는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과합니다. 진피본 감염 사태, 저의 책임입니다. 저는 마늘을 빼먹었습니다. 그것이 탐욕이었습니다. 저는 홍합 양식장 딸입니다. 홍합은 남의 바위에 붙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남의 바위에 붙으려고 했습니다. 미국의 바위에. 그것이 잘못이었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디에 붙습니까.”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보령에 붙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8. 전 배추, 딸기, 간고등어

시청자 여러분, 여기서 방정식이 뒤집힙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심판석에서 일어났습니다.

“진피본은 실패했습니다. 감염 사태, 별풍선 환불, 주가 폭락. 이 방정식은 실패한 임신을 인정합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한서준이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전 배추, 딸기, 간고등어.”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회귀 — 전 배추, 딸기, 간고등어.”

무대 뒤에서 세 사람이 걸어 나왔습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 이화여대 선배 오하린,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

박태산이 말했습니다. “저는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입니다. 태백 배추밭 아들입니다. 저는 돌아왔습니다.”

오하린이 말했습니다. “저는 이화여대 선배 오하린입니다. 논산 딸기밭 딸입니다. 저도 돌아왔습니다.”

강도현이 말했습니다. “저는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입니다.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입니다. 저도 돌아왔습니다.”

관중석이 환호했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원점.”


9. 병맛의 회귀

시청자 여러분, 여기서 이 방정식의 가장 병맛인 부분이 나옵니다.

서해인과 강송이와 마의성은 무대 아래에 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관중석을 보았습니다. 관중석은 배추, 딸기, 간고등어를 향해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잊혔습니다.”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감염 사태로 기억됩니다.”

마의성이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오하린이 무대에서 말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저는 이화여대 선배 오하린입니다. 저는 세 번 퇴출됐습니다. 정치창녀라 불렸습니다. 여론 조작자라 불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돌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은 무한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오하린이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새로운 얼굴을 봤습니다. 서해인, 강송이, 마의성.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진짜로 사람을 살리려고 했습니다. 감염이 터졌지만, 그들의 접착제는 진짜로 진피층을 붙였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오하린이 말을 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이 방정식에 다시 부르겠습니다. 배추, 딸기, 간고등어, 그리고 홍합, 송이, 마늘. 모두 함께.”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배추, 딸기, 간고등어, 홍합, 송이, 마늘 — 모두 함께.”


10. 재회

서해인과 강송이와 마의성은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그들은 배추, 딸기, 간고등어와 마주 섰습니다.

강도현이 말했습니다. “홍합 씨, 저는 간고등어입니다. 짭니다.”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저는 홍합입니다. 붙습니다.”

박태산이 말했습니다. “저는 배추입니다. 맵습니다.”

강송이가 말했습니다. “저는 송이입니다. 깨웁니다.”

오하린이 말했습니다. “저는 딸기입니다. 답니다.”

마의성이 말했습니다. “저는 마늘입니다. 냄새납니다.”

관중석이 웃었습니다. 마의성이 말을 이었습니다.

“냄새는 존재입니다. 존재는 철학입니다. 그리고 철학은… 감염을 막습니다.”

관중석이 박수를 쳤습니다. 박수는 퍼졌습니다.


11. 새로운 융합

여섯 사람은 실험실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엔 여섯 가지 재료였습니다. 간고등어, 배추, 딸기, 홍합, 송이, 마늘.

그들은 72시간 동안 섞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진피본 3 — 항균 진피 바인더.”

홍합 족사 단백질이 붙이고, 송이 베타글루칸이 깨우고, 마늘 알리신이 감염을 막고, 간고등어 소금이 삼투압을 조절하고, 배추 섬유질이 구조를 지지하고, 딸기 산미가 pH를 조절했습니다.

서해인이 말했습니다. “이번엔 마늘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마의성이 웃었습니다. “냄새가 납니다. 그런데 감염은 안 납니다.”

관중석이 환호했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진피본 3 — 냄새나는 기적.”


12. 에필로그 — 냄새의 새벽

이듬해, 진피본 3은 미국에 다시 수출됐습니다. 이번엔 감염률이 0.3%였습니다. 기존 봉합사보다 낮았습니다. 미국 바이어가 말했습니다.

“냄새는 나지만, 감염은 안 납니다. 이게 진짜입니다.”

주가는 회복됐습니다. 시가총액 22조 원. 삼성을 다시 밀어냈습니다.

서해인은 보령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버지가 홍합을 까고 있었습니다.

“네가 한 게 뭐냐.”

서해인이 대답했습니다. “홍합으로 붙이고, 마늘로 지켰습니다.”

아버지가 웃었습니다. “마늘은 원래 냄새나는 거다. 네가 한 게 아니다.”

서해인이 웃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그냥 냄새를 참았어요.”

마의성은 의성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버지가 마늘을 까고 있었습니다.

“네가 한 게 뭐냐.”

마의성이 대답했습니다. “마늘 냄새로 감염을 막았습니다.”

아버지가 웃었습니다. “마늘은 원래 냄새나는 거다. 네가 한 게 아니다.”

마의성이 웃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그냥 철학으로 옮겼어요.”

강송이는 양양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버지가 송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네가 한 게 뭐냐.”

강송이가 대답했습니다. “송이로 세포를 깨웠습니다.”

아버지가 웃었습니다. “송이는 원래 깨우는 거다. 네가 한 게 아니다.”

강송이가 웃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그냥 경영으로 옮겼어요.”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수출전쟁,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홍합 냄새, 송이 냄새, 마늘 냄새, 간고등어 냄새, 배추 냄새, 딸기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냄새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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