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방 모든 군단이 '빈총 경계' 섰다
GP·GOP 근무할 때 '삽탄' 원칙 어겨, 해병 2사단도 적발
국방부 감사서 확인… 北이 '두 국가' 규정한 후 시작된 듯
양지호 기자
조선일보 2026.10.05.

우리 군이 서부·동부전선의 전방 경계 근무 시 사용하는 K6 중기관총.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실이 4일 파악한
국방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방의 모든 군단에서 감시초소(GP)나 일반전초(GOP) 경계 근무 시 K2 소총 같은
개인화기나 K6 중기관총 같은 공용화기에 삽탄을 하지 않은 ‘빈총 경계’ 사례가 확인됐다. /조선일보DB
강화도에서 동해안까지 우리 군 전방 모든 군단에 ‘빈총 경계’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육군 1군단에서 공용화기·개인화기에 실탄을 넣지 않고 경계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보도<본지 7월 29일 자 A1면 기사가 나온 후
국방부가 감사에 착수한 결과, 전방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경계를 맡고 있는 육군 1·2·3·5군단 모두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육군 수도군단 지시를 받아 해안과 강안 경계를 하는 해병2사단에서도 이런 사례를 확인했다.
4일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8월부터 실시한 자체 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전방 부대 작전을 총괄하는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와 1·2·5군단 및 3군단 예하 육군 22사단에 ‘기관 경고’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점검 시점 기준으로 지침서 개정이나 관련 근거 공문 없이 일부 부대에서 일부 화기를 휴대(비삽탄)로 운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전방 경계 작전 지침은 총에 실탄을 넣은 탄창을 결합해 두는 ‘삽탄’ 상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원칙이 전방 부대 전체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지만 지작사는 물론, 모든 경계를 지휘·감독하는 합동참모본부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강 의원은 “전방 군단의 안일한 실태를 합참과 지작사는 알지도 못했다는 점을 군 수뇌부가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된 전방 부대의 ‘빈총 경계’ 사례는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2023년 12월 이후
시작됐다고 강 의원실은 전했다. 우리 전방 부대가 ‘빈총 경계’를 서는 사이 북한은 2024년부터 군사분계선(MDL)을 수시로 침범하며
지뢰를 매설했고, 지난달 21일 지뢰 폭발로 우리 군 간부 3명이 다쳤다.
그래픽=김성규
◇최전방 ‘빈총’ 방치해놓고… 지휘 감독 합참·지작사는 “몰랐다”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실이 4일 파악한 국방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방의 ‘빈총 경계’는 서부전선부터 동부전선까지 모든 군단에서 이뤄졌다.
군단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1월부터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경계 근무 시 K2 소총 같은 개인화기와 K6 중기관총,
K4 고속유탄발사기 등 공용화기에 모두 실탄을 넣지 않은 육군 1군단 외에 다른 군단에서도 다양한 사례가 적발됐다.
육군 2군단에서는 GP 근무 시 K16 기관총에 실탄을 미삽탄(未揷彈)하거나 GOP에서 K15 기관총과 K6 중기관총에 삽탄을
하지 않은 경우 등 일부 공용화기에 실탄을 넣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육군 3군단은 ‘전투 실험’이라는 이유로 지난 6월부터
약 한 달간 공용화기에 실탄을 넣지 않았고, 3군단 예하 22사단 GP에서는 상당 기간 개인화기에 실탄을 삽탄하지 않았다.
육군 5군단은 개인화기인 K2 소총을 제외한 나머지 GP나 GOP 화기에 모두 실탄을 장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도군단 지시를 받는 해병대 2사단에는 GP·GOP가 없지만, 최전방 경계 근무 시 개인화기·공용화기에 모두 실탄을 넣지 않은
‘빈총’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군단장 포함 개인 징계 안 해
우리 전방 군단에서 이처럼 광범위하게 ‘빈총 경계’가 이뤄지는 동안 북한군은 군사분계선(MDL)을 국경선으로 보고 ‘요새화’하겠다며
지뢰 매설과 철책 설치 등의 작업을 계속해 왔다.
강 의원은 “북한군이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전 전선 지역에 걸쳐 50여 회 MDL을 넘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문제로 직무 배제됐던 한기성 1군단장을 포함해 관련된 전방 군단들의 지휘관과 참모에 대한 개인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탄약 휴대 방법을 지침과 다르게 적용한 시기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고, 부대별로 업무 관련자가 다수라
개인을 특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대 관계자의 진술로 문제 사례는 확인했지만 누가 언제 무슨 지시를 해서 그렇게 됐는지는 다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합참·지작사는 전혀 몰랐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방 경계 작전의 실탄 휴대량은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정하고, 장전·삽탄·휴대 등의 원칙은 전방의 지상 작전을
총괄하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가 정하도록 돼 있다.
또 합참 지침은 “군단장이 여건을 검토해 지침을 변경하더라도 지작사에 보고한 후 검토를 거쳐 시행”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감사관실은 합참과 지작사는 전방 군단의 빈총 경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비삽탄 논란’은 지작사의 통제 업무로 지작사는 ‘기관 경고’ 처분하고,
합참은 미흡한 업무 체계 보완을 위해 ‘개선’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매사를 상급 부대에 보고하는 것이 군 조직의 특성인데 전방 전 군단의 경계 상황에 대해 합참·지작사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라며 “결국 책임을 각 군단에 돌리는 감사 결과 아니냐”고 말했다.
◇지작사령관, ‘삼단봉 경계’ 후 승진
군 일각에서는 국방부 감사 결과를 두고 “이상렬 지작사령관 지키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사령관은 육군 3군단장을 지내던 올해 초, 위병소 경계 근무 시 소총이 아닌 ‘삼단봉’만 지참해도 좋다는 전방 GOP 사단의
근무 지침을 승인했었다. 이에 따라 3군단 예하 21사단과 22사단 등은 언론 보도로 논란이 확산해 지침이 철회될 때까지 소총 없이
삼단봉만 갖고 위병소 근무를 섰다. 3군단 GOP 근무자들이 K-15 기관총에 실탄을 넣지 않기 시작한 것도 이 사령관의 3군단장 시절로 전해졌다.
학군 31기 출신이라 ‘비(非)육사’ 인사로 분류되는 이 사령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 중장으로 진급하며 육군
3군단장에 임명됐고, 중장 진급 5개월 만인 지난 4월 다시 육군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지작사령관에 취임했다. 군 소식통은
“소총을 삼단봉으로 대체해도 좋다고 생각했던 장군이 파격 승진했으니, 전방 군단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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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호 기자국방부 출입기자
정치부에서 2024년부터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다.
최전방 GOP 방문, 연평도 현장 취재 등을 통한 현장 기사, 한국군 병력 부족과 관련한 분석 기사 등을 써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