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최전방 장교의 고백... "北, 매일 지뢰박스 들고 내려와 10시간뒤 올라간다"
이황희 주간조선 기자
조선일보 2026.10.04.

국방부는 9월 28일 브리핑을 열고 9월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원인에 대해 북
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photo 연합
“북한은 서부전선뿐만 아니라 MDL 전 지역을 사실상 매일 침범한다고 보면 된다.”
동부전선 최전방에 위치한 한 부대 내 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장교 A씨는 지난 9월 21일 발생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묻자 이렇게 입을 열었다. A씨가 소속된 부대 상황실은 사단급에서 관리하는 철책 구역뿐만 아니라 부대가 소속된 군단 전체의
MDL(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일대를 감시할 수 있는 지휘통제실이다.
A씨에 따르면 북한은 매일 지뢰박스로 추정되는 상자를 들고 MDL 남쪽으로 내려와 10시간 넘게 본인들의 작업을 마치고
유유히 다시 북쪽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북한군 하루 움직임에 대한 A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적으로 오전 6시~6시30분경에 MDL 남쪽으로 내려와 각종 작업을
실시하고 오후 7~9시에 다시 올라간다고 한다.
10시간 넘게 북한군이 내려와 있어도 우리 군 측이 유의미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북한의 MDL 침범이 약 17차례 있었다고 지난 9월 19일 발표했다.
그러나 A씨는 “보도된 것만 대략 17번이고 전 군단을 취합해서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까지 포함하면 200차례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번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고 이후 현역 군인이 북한의 MDL 침범 상황에 대해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군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남쪽으로 넘어와 지뢰 공격을 시도해도 실효성 있는 대응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을 향해 “상응한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군 내부에서는 ‘어차피 효과가
없을 것’이란 자조감이 더 큰 분위기다.
A씨는 주간조선에 “북한군의 도발, 침범 등이 발생하면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하는 게 규정상 지침인데 별 의미가 없다”며
“대응 사격을 해봤자 총성을 들려주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땅이나 허공을 향해서만 총을 쏘고,
북한군들도 이를 알고 있어서 거리낌 없이 침범하고 지뢰를 매설한다”고 말했다.
대응 사격에 대해서는 “위협이 되는 사격이 아니란 것을 (북한군) 본인들이 알기 때문에 쳐다도 안 본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에서 폭발한 지뢰를 북한군이 매설할 당시 군 당국이 제대로 대응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 지뢰 공격과 관련해 지난 9월 22일 열린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북이 지뢰를 매설할 때 어떤 대응을 했느냐’는 질문에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작전적 조치 사안이므로 답변하기 제한된다”라고만 답했다.
경고 사격도 무의미
A씨는 “북한군의 MDL 침범 순간을 부대 차원에서 적발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 하루에 약 50번 이상 경고 방송을 울렸다”며
“그런데도 북한군은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지뢰박스를 들고 와서 MDL 이남에서 본인들 할 일을 다 하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건 당시에도 우리 군 측은 북한이 사고 당시 사용된 지뢰를 매설하기 위해 MDL을 넘어오는 순간은 물론
지뢰 매설 시점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상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사고 발생 이후의 대처는 지금과 달랐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고, 북한이 우리 확성기를 향해 포를 쏘자
우리 군은 K-9 자주포 29발을 대응 사격했다. 이에 북한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현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 같은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방부가 매설 시점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별다른 대응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2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지뢰 공격을 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1969년부터 있던 지뢰인지, 2025년 9월에 설치한 것인지 판단해 보자”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최전방 근무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것이 ‘사고 지점의 매설 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종의 말장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선 장교의 증언처럼 북한군이 MDL을 넘어와 지뢰를 매설하는 게 이제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그간의 사건들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서부·중부·동부전선을 가리지 않고 MDL 전역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오고 있다.
군사분계선이라는 명칭이 무색한 상황이다. 2015년과 올해 9월에는 서부전선에서 지뢰 공격으로 각각 육군 제1사단,
제25사단 군인들이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북한군 약 30명이 단체로 중부전선 일대 MDL 이남으로 넘어왔다가
다시 북쪽으로 월선했다. 우리 군은 경고 방송과 대응사격을 실시했으나 실질적 위협을 가하지는 못했다.
당시 국방부가 ‘재발 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북한은 ‘남한의 경고사격이야말로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반응하며,
오히려 반발했다. 국내에서도 ‘어차피 단호하게 대응해봤자 방송이나 사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보낸 바 있는데,
결국 북한의 지뢰 공격으로 인한 사고가 9년 만에 재발한 것이다.
동부전선에서 근무 중인 A씨 역시 “동쪽을 포함해 서부·중부 가리지 않고 모든 분계선 라인에서 북한은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9월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photo 뉴스1
“北, 베를린장벽 세우는 동독 심리”
이처럼 북한이 지속적으로 MDL 침범과 도발을 일삼는 데 대해 군 관계자들은 다각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단순 도발이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는 반면, 일종의 영역 확대를 노리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군 내에서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북한의 MDL 월선 목적을 무엇이라 보느냐는 질의에 현역 장교 A씨는 “국경 요새화,
한국의 북진 방지, 북한군 및 북측 주민 귀순 방지 등으로 내부에서 분석하고 있다”며 “무력 도발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철
책 강화를 통해 분단선을 더 명확하게 긋고 두 국가론을 강조하려는 것처럼 읽힌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토 확장을 노리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남북회담 수행원을 했던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북한이 베를린장벽 형태로 군사분계선을
재창조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며 “야금야금 남쪽으로 라인을 내리면서 함박도를 뺏어간 것처럼 영토 확장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 부근에 위치한 섬인 함박도는 본래 행정구역상 대한민국 영토였으나 1953년 북방한계선이 그어지면서 북한 영토가 됐다.
그러나 대한민국 행정구역상 인천 소재 주소(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와 북한 주소(황해도 연안군 해남리)가
여전히 혼동 중인 상황인데, 2017년 북한이 이곳에 군 기지를 설치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북한이 MDL 인근 국경 요새화를 시도하는 데에는 이 같은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과거부터 이어져 온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MDL 침범과 지뢰 매설은 단순 도발이 주목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휘락 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핵대응연구회장(육사 34기·예비역 대령)은 “북한은 단순 지형 변화 등을 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며
“현 국방부가 우리 장병들이 ‘지형 변화 조사를 준비하던 중 폭발 사고를 당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순전히 국방부만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이 공격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단어 사용이고, 결국에 북한의 지뢰 매설은 연쇄적인 도발과 공격 의도
그 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은 “북한은 본인들이 심은 지뢰가 MDL 부근 어느 곳에 묻혀 있는지 문서화해놓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의도적인 지뢰 공격 시도이고 우리가 대응을 안 하는 종이호랑이 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본인들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9월 30일 자신들의 공격임을 자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나, 우리 군은 구체적인 보복 메시지 없이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9월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최근 도발이 잦은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 비무장지대 방향에 우리 군대는 전술적 반격수단들을 증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강현우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북한의 지뢰 공격에 대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면서도 “북측의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만 밝혔다. 우리 정부와 군 차원에서 취할 추가적인 대응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사고 발생 즉시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고는 지난 9월 21일 발생했으나 조사는 6일 뒤인 27일부터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29일 서부전선 지뢰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근거 없는 음모론을 부추기며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