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심장 뉴욕에서 34세 무슬림 사회주의자 시장 당선




 

4년 정치 경력 맘다니, 850만 뉴욕시민 이끌게 돼
3선 주지사 출신 쿠오모 꺾는 파란




 

뉴욕=윤주헌 특파원
조선일보 2025.11.05. 








미국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 열린 뉴욕시장 선거에서 앤드루 쿠오모(무소속)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AFP 연합뉴스
 
미국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 열린 뉴욕시장 선거에서 앤드루 쿠오모(무소속)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AFP 연합뉴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을 이끌어 갈 시장을 뽑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이자 자칭 민주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하원의원이 당선됐다.

 

4일(현지 시각) AP는 “맘다니 후보가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68) 전 뉴욕주지사를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정치 경력 4년에 불과한 무슬림 후보가 3선 경력 뉴욕주지사이자 유대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계 거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AP에 따르면 맘다니는 85% 개표 결과 50.5%를 얻어 41.4% 지지율을 기록한 쿠오모를 앞섰다.
공화당 커티스 슬리와는 7.3%를 받았다.
뉴욕시는 이번 선거에 1969년 이후 처음으로 200만명 이상이 투표했다고 이날 밝혔다.


 

금수저 집안서 자란 정치인
 

1991년 우간다에서 태어난 맘다니는 일곱 살 때 인도계 이민자인 부모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미 명문 컬럼비아대 교수인 마흐무드 맘다니, 어머니는 인도 유명 영화감독이자
제작자 미라 나이르로, 맘다니는 1층에 도어맨이 있는 건물에서 사는 등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뉴욕시 명문고인 브롱크스 과학고와 보든 칼리지를 졸업한 맘다니는 뉴욕 퀸스의 비영리 단체에서 약 1년간 일했다.
이곳에서 그는 주택을 압류당할 위기에 놓인 저소득층을 상담해 주는 역할을 맡았다.
2020년 주(州) 하원의원 선거 운동 때 맘다니는 한 팟캐스트에서 “잘하면 한 달에 한 건, 몇 달에 한 건 정도의 압류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2020년 선거에서 승리한 맘다니는 2021년부터 임기 2년의 주 하원의원에 세 번 연속 당선되며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맘다니는 학창 시절부터 다른 학생들을 이끌며 목표를 이뤄내는 등 정치에 소질을 보였다.

브롱크스 과학고에 다닐 때 그는 남아시아계 친구들을 중심으로 크리켓팀을 만들었다.
당시 크리켓은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정식 스포츠로 인정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맘다니는 “우리는 크리켓팀을 만들 거야”라며 더 많은 학생을 끌어모았고 수개월간의 노력 끝에 학교에서 정식 인정을 받았다.
맘다니는 후에 “조직화의 힘이 얼마나 큰지, 현실을 바꾸는 방법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르쳐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구석구석 발로 뛰며 유권자 만나
 

뉴욕 정치권에서는 맘다니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그의 실행력을 꼽는다.
맘다니는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보좌진과 카메라를 들고 브롱크스와 퀸스를 누볐다.
손에는 ‘선거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 뉴욕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부쩍 증가한 것을 보고, 도대체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었다.

그를 만난 시민들은 높은 생활비에 절망하고, 가자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대응에 분노를 쏟아냈다.
맘다니는 인터뷰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큰 인기를 얻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이를 공약으로 반영한 맘다니에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4일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AFP 연합뉴스



민주당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4일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AFP 연합뉴스




정치 경력 4년뿐인 그를 알린 건 소셜미디어다.

맘다니는 양복을 입고 겨울 바다에 뛰어들며 공약을 선전하고, 푸드트럭에 마이크를 들고 올라타 민심을 경청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다. 젊은 층은 구세대 정치인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맘다니에게 느꼈다.
맘다니는 11명이 출마한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처음엔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 6월 민주당 후보가 됐다.


 

급진적 공약, 트럼프發 공격 해결해야
 

맘다니가 성공한 결정적 이유로 ‘먹고사는 문제’를 거론한 그의 공약이 꼽힌다.
맘다니는 세입자를 위한 임대료 동결, 시 버스 요금 폐지, 시 소유 식료품점 설립, 아동 무상 보육 제공 등 생활비 문제를 겪고 있는
뉴욕 시민의 아픈 지점을 정확하게 공략했다.

다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맘다니는 당장 공공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재정 부족 문제를 고소득층에서 세금을 더 걷어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예컨대 연소득 100만달러 초과 시민에게 2%의 세금을 추가 징수하는 사실상 ‘부유세’ 신설 카드도 준비 중이다. 또
최고 법인세율을 현 7.25%에서 11.5%로 인상할 것을 주장한다.
다만 뉴욕시장이라고 해도 과세 제도에 손을 대기 위해서는 뉴욕주 의회와 주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과세가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는 “경제 이론과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을 둔 정책은 뉴욕시의 주거비 부담과 같은 실질적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를 축하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모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를 축하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모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적인 공세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트럼프는 선서 전날 쿠오모 전 주지사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면서 “‘공산주의자’인 맘다니가 뉴욕시장이 될 경우 뉴욕에 대한
연방 지원금을 끊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다른 진보 도시에 비해 잠잠했던 이민 당국의 공격도 예상된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이민자의 도시인 뉴욕에 진입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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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 기자


윤주헌 기자
국제부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