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일본은 한국과 달리 인스탄트 라멘은 봉지라멘 보다는 컵라멘이 더 발달해있다.

허나 한국은 봉지라면이 압도적이고 인스탄트 라면 판매량 순위 10위 안에 컵라면은 농심 육개장 사발면 하나 정도만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수준이지.


일단 봉지라면의 경우엔 컵라면보다 여러가지로 귀찮지.

단순히 끓는 물만 부우면 되는 컵라면과 달리 냄비도 필요하고 물을 넣고 조리하는 과정도 필요하고.

이 냄비가 필요하다는게 사실 따지고보면 그만큼 설거지할 거리도 늘어난다는 것이여서 편의성에서는 컵라면과 비교할 바가 못됨.


이렇게 봉지라면이 컵라면과 편의성에서 비교도 안되고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봉지라면이 압도적인 이유는 한국인들은 제조사가 만들어 놓은 레서피 그대로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가공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지.

즉 신라면을 끓이면서 기본적으로 계란을 추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파나 만두 그리고 심지어 두부나 콩나물 등을 추가해서 먹거든.

한국인에게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내 의지와 내 취향대로 가공하는 과정은 결코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행위임.


반면 일본인들이 봉지라면보다 선호하는 컵라면의 경우엔 계란 하나 추가하는 가공도 불가능함.

심지어 유일하게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끊는 물 양마저도 용기 안에 선이 있어서 딱 거기까지만 넣도록 제조사는 유도하고 있지.

물론 그 컵라면을 냄비에 옮겨서 물을 끓여서 내가 가공하는게 불가능은 아니고 심지어 이렇게 끓여 먹는게 사실 끓는 물을 붓고 3분 기다려서 먹는 것보다 맛있지만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은 굳이 봉지라면이 아닌 컵라면을 먹는 취지에 맞지 않는거고.


일본인들은 이렇게 제조사 즉 나보다 더 제조 경험이 많고 나보다 더 해당 분야에 지식과 기술이 많은 장인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음.

심지어 일본 컵라멘은 한국 컵라멘과 달리 유첨 스프도 내가 따로 뜯어서 붓는게 아니라 니신 컵누들 시리즈 처럼 아예 컵라멘 안에 다 부어져서 있는 것들이 많음.

즉 스프의 첨가량 마저도 먹는 사람이 조절할 수 없는 즉 자유도가 전혀 없는거지.


일본 식당에 가면 "오마카세" 한국어로 번역하면 쉐프님게 그저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라는 극존칭의 메뉴가 있지.

이 식당의 쉐프를 요리의 장인으로 인정하고 그저 차려주는대로 해주는대로 믿고 맡기고 자기는 주는 것 먹기만 한다는 의미지.

근데 한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메뉴거든.

해당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즉 장인을 인정하는 문화고 아니거니와 내가 이 비싼 돈 주고 먹는데 뭐가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는 그런 메뉴를 시킨다는 것은 신뢰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가 힘든 것이거든.

내가 음식을 즐기다 보니깐 진짜 음식 문화만큼 해당 국가의 국민성을 잘 대변해주는 것이 없더라.

게이들도 각국의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도 그 음식에 숨겨져 있는 해당 국가와 민족의 특성들을 잘 연구하고 찾아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