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e_pic

 

 

 

 

헌재판결문 89페이지 중 84페이지에 이 말이 나온다.

 

 

 

“지도자가 위법한 행위를 했어도 용서한다면 어떻게 백성에게 바르게 하라고 하겠는
가(犯禁蒙恩何爲正).”라는 옛 성현의 지적이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의 준법을
강조하는 말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는 일반국민의 위법행위보다 헌법질
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 글은 헌재재판관 안창호가 낸 것이다.

 

내가 좀 의아해 했던 건 <犯禁蒙恩何爲正> 이 구절이 어떻게 헌재판결문처럼 해석이 될 수 있나 해서였다. 원래 한문으로 쓰여진 고전이 현대어에 알맞게 해석이 될라면 어느 정도 말을 덧붙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저 구절에서 지도자에 해당할 아무런 글자가 없는데 어째서 저런 식으로 해석을 했을까,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그렇다고 저 한 구절만으로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도 애매했다. 원래 정확하게 문장을 해석할라면 그 전후의 문장을 찾아봐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일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건 세계일보의 외부칼럼에서 2016년 12월 14일 녹명문화연구원장이란 직함을 가진 황종택이란 자가 올린 글에서 나온 것이었다.

 

아래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5일이 지난 뒤에 황종택이 세계일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관자의 말은 아프게 이어진다. “나라가 다스려지고 임금이 존귀한 것은 법에 의거한 말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靖國尊君根重令). 위법한 행위를 했는데도 봐준다면 어떻게 백성에게 바르게 하라고 하겠는가(犯禁蒙恩何爲正).”

 

 

 



靖國尊君根重令 犯禁蒙恩何爲正

 

이 문장을 짧은 나의 한문 실력으로 해석하자면

"나라가 안정되고 임금의 존귀함은 (내리는) 령의 무거움이 근본이니, 범죄에 은혜를 베풂이 어찌 올바르다 하겠는가."

물론 이건 내 식의 해석이다. 蒙이란 글자가 어둡다, 어리다, 덮다, 입다 등등으로 여러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덮다를 갖고 온 것이다.   

 

http://www.ilbe.com/9558322361 이틀 전 내가 올린 글.

 

하지만 여전히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제 도서관에 가서 확인을 해 볼려니 마침 월요일이라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결국 오늘 가서 <관자>를 갖고 두 시간 정도 원문을 훑어보았지만 황종택이 올린 저 구절이 책의 어디에도 없었다.  머리가 띵하고 사기를 당한 느낌이었다. 혹시 내가 지나치진 않았을까 싶어 다시 훑어보아도 역시나 저 구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황종택이 올린 靖國尊君根重令 이 구절의 단초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

 

다음은 관자 5권 15편 重令의 일부이다.

 

凡君國之重器, 莫重於令, 令重則君尊, 君尊則國安, 令輕則君卑, 君卑則國危.

故安國在乎尊君, 尊君在乎行令, 行令在乎嚴罰, 罰嚴令行, 則百吏皆恐. 罰不嚴, 令不行, 則百吏皆喜.

故明君察於治民之本, 本莫要於令.

故曰, 虧令者死, 益令者死, 不行令者死, 留令者死, 不從令者死.

五者死而無赦, 唯令是視.

故曰, 令重而下恐. (햐~ 한자변환 존나게 힘드네. ㅎㅎ)

 

아래는 내가 해석한 것이 아니라 소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관자>로 역자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해석도 현대인에 맞게 쉽게 되어있어 갖고 왔다.

 

나라를 통치하는 방법 가운데 명령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명령이 중시되면 군주가 존엄하고, 군주가 존엄하면나라가 안정된다. 그러나 명령이 경시되면 군주가 미약하고, 군주가 미약하면 나라가 위태롭다.

그러므로 나라를 안정되게 하는 것은 군주를 존엄하게 하는 데 있고, 군주를 존엄하게 하는 것은 명령을 시행하는 데 있으며, 명령을 시행하는 것은 형벌을 엄숙하게 하는 데 있다. 형벌이 엄숙하지 않고 명령이 시행되지 않으면 모든 관리가 희희낙락거린다.

그래서 현명한 군주는 백성을 다스릴 때 그 근본이 명령보다 중요한 것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 명령을 함부로 삭제한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명령을 함부로 첨가한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명령을 시행하지 않는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명령을 지연시키는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 고 한다.

이 다섯 가지는 용서하지 않고 사형에 처하며 오직 명령대로 한다.

그러므로 "명령이 중시되면 신하와 백성이 두려워한다"하는 것이다.  

 

황종택이 세계일보 자신의 블로거에 올린 靖國尊君根重令 이 글은 아마도 <관자> 5권의 저 문장과 관계된 듯 싶다.

靖國, 尊君,重令, 이 단어가 원문과 유사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가 올린 靖國尊君根重令 犯禁蒙恩何爲正 이 글은 <관자>에는 없다.

내가 추론하기로는 이 글은 황종택이 지어내어 자신의 세계일보 블로거에 올린 거다. 또한 자신의 글에 권위를 더하기 위해 <관자>를 끌어들인 것이다.

 

그럼 다시 추론해 보자.

1.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한다.

2. 황종택이 12월 14일 세계일보의 블로거에 자신이 지어낸 말을 <관자>의 권위에 기대어 올린다. (아마 그는 박근혜 탄핵에 열광했을 것이고 자신의 심정을 어떤 식으로든 내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올린 글에 당시 자신의 심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3. 헌재 재판관 안창호가 14일 이후 어느 시점에 세계일보의 황종택 블로거에 있는 글을 보게 된다.

4. 안창호는 황종택이 올린 글  犯禁蒙恩何爲正을 가져와 헌재판결문에 올린다.

5. 대한민국 정치사상 초유의 탄핵과 역사에 남을 엄청난 힘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수없이 많은 법조인들이 인용할 헌재판결문에 황종택의 글이 인용된다.

 

정말이지 놀랍고 기가 막히지 않는가?

 

안창호가 헌재 판결문에 쓴 “지도자가 위법한 행위를 했어도 용서한다면 어떻게 백성에게 바르게 하라고 하겠는
가(犯禁蒙恩何爲正).”라는 옛 성현의 지적이 있다.

이 구절은 황종택이 올린 세계일보 블로거에서의 해석과 글자 하나 차이가 없이 똑 같다.

 

 

세 줄 요약.

1. 유자(儒者)의 탈을 쓴 사기꾼 황종택이 <관자>를 빌어 자기 말을 지어낸다.

2. 법관 안창호가 잽싸게 그걸 문다.

3. 헌재판결문 84페이지에 황종택의 글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