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침투한 외국인 조직 폭력배들이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초기에는 힘든 타국생활로 서로 위안을 삼거나 친목 도모를 위해 모인 단체들이 폭력적으로 변질하다 이제는 조직폭력 형태로 변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마약, 납치, 청부살인 등 저지르는 범죄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데다 범행 후 해외로 잠적하거나 위조여권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등 추적도 쉽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 침투한 외국인 조직 폭력배들이 점차 세력을 확장하며 범죄행위도 다양해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차이나타운 전경. 전경림 기자

 

외국인 주먹들이 국내에서 ‘조폭화’된 것은 2000년 전후다. 처음엔 불법체류자를 상대로 돈을 빼앗거나 환치기,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유흥업소 관리, 인신매매, 마약밀매, 보이스피싱, 청부폭력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들 중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조직은 중국계 조직인 ‘흑사회(黑社會)’로 알려져 있다.


흑사회는 중국 본토에서 진출한 조직으로 정보기관에 따르면 중국 흑사회는 상하이 청홍방 등 4000여 개 조직에 80만 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또 지역과 민족별로 조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가장 큰 분파가 홍콩 마카오를 무대로 하는 ‘삼합회(三合會)’로 알려져 있다.


중국 흑사회의 활동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약밀매, 청부살인은 물론 돈 세탁과 도박, 매춘, 강탈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음악 CD, 영화 DVD 같은 지적 재산을 불법복제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또 개혁 개방과 함께 성 매매업과 도박장, 가라오케 등에 개입하면서 기업형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 흑사회를 비롯해 조선족 사회에도 흑사회가 존재하고 있다. 조선족 흑사회는 연변, 룽징 등 조선족자치주의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수십 개 분파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가 국내에 잠입해 서울 구로구, 경기 안산시 등 중국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20여개파가 진출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안산에서 중국인 범죄가 늘고 있는 것도 중국 대륙의 조직범죄원들의 유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관할 수원지방검찰청에 사건 접수창구. 한 내국인이 중국인 관련 폭행범죄를 접수하는 모습이다. 자료사진

 

 

중국인 밀집지역에 20여개 파 진출


경찰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외국인 조폭은 14개국 65개 파 정도이며 약 4600여 명에 이르는 데 외국인 조폭의 절반은 조선족을 주축으로 한 중국계로 집계된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온 흑사회 멤버들도 초기에는 흑룡강파 · 뱀파 · 호박파 등 군소 조직으로 나눠져 활동하다 2005년 중국 흑사회 행동대장 출신 양 모(41)씨가 밀입국한 뒤 조선족 31명을 규합해 ‘연변 흑사회’를 만들어 통합하면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연변 흑사회가 등장하기 전 차이나타운은 ‘흑룡강파’가 사실상 맹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흑사회가 점점 조직을 확대하자 2006년 12월 흑룡강파는 도전하는 흑사회의 두목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8일 만에 복수에 나선 흑사회에 의해 흑룡강파는 무참히 보복을 당했고, 이후 흑사회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차이나타운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연변 흑사회는 등에는 칼, 다리에는 도끼를 차고 다닌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폭력적이며, 피를 볼 때까지 싸울 정도로 잔혹하게 활동하고 있어 이들이 경기도 안산 원곡동, 서울 가리봉 차이나타운을 장악하는 과정은 일명 ‘가리봉 잔혹사’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때부터 서울 서남부와 경기 안산, 경남 창원, 인천 등 전국 차이나타운은 연변 흑사회의 차지가 됐다. 지난 2007년 두목을 비롯한 30여 명의 조직원이 한꺼번에 검거돼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내 조직을 재건, 현재까지 외국인 조폭 가운데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변 흑사회는 최근 차이나타운을 벗어나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해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폭력은 물론 환전, 보도방, 주점 운영에까지 관여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이 청부폭력까지 행사한다는 사실이다. 연변 흑사회는 팔·다리 절단 250만~500만원, 살인은 1000만원을 받고 행동에 옮길 정도로 돈이 되는 일이면 어떤 일이라도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또, 최근에는 한국의 마약 시장에까지 진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월 6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2009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 조폭들에게서 필로폰을 넘겨받아 판매한 혐의로 부산의 폭력조직 김 모(56)씨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조선족 조폭 정모(35)씨 등 1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직간 제휴, ‘마피아화’ 현상도


사건수사를 진두지휘한 김희준 부장검사는 “과거 조폭은 마약 사범을 경멸했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쉽게 많은 이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약에 손대는 조폭이 늘고 있다”면서 “조폭이 이권을 위해 조직을 넘어 서로 제휴하는 ‘마피아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조폭들은 최근 국내 조폭들과 활발한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국어에 능숙한 연변 흑사회는 활동 무대가 겹치는 영등포·구로·대림동 일대에 국내 ‘토종’ 조폭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조선족 종업원이 많은 오락실·유흥업소에서 사고가 터지면 국내 조폭과 연변 흑사회가 긴밀히 협조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사고 친 조직원들을 서로 숨겨주는 식의 공생(共生)관계도 맺고 있다.

 

내국인도 ‘외국주먹’에 피해볼 수 있어


그러나 중국 폭력조직의 국내 진출이 점점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국내 조폭과의 영토 쟁탈전도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공생하는 관계지만 흑사회가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금력까지 막강해진다면 앞으로 영역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흑사파의 자금력과 조직력이 한국 내 조직폭력 단체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양국 조직이 밀월 관계를 통해 세력을 확대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서로가 대결구도에 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향후 2~3년 정도 지나면 보다 가시화될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경찰이 신상정보를 전부 파악해 행동반경이 좁은 국내 조폭들이 불리해질 것이며, 결국 흑사회에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외국 조폭이 토종 조폭을 ‘형님’으로 모시지만 머지않아 형님·동생이 뒤집히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에서는 중국 폭력 조직원들이 점차 늘어나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조폭이 국내 기반을 넓혀가고 있지만 이들을 퇴치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여차하면 범죄를 저지른 후 본국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고, 범죄자를 가려내 추방을 해도 이름을 바꾸거나 위조여권을 이용해 재입국하는 외국인이 연간 20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또 “중국 폭력조직을 방치했다간 많은 중국인들의 피해는 물론 내국인도 ‘외국산 주먹’에 떠는 시대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기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흑사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