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멈춘 언론, 자신이 악마된 줄도 몰라 … 현대판《악의 평범성》의 재현
- 오영택 통일한국네트워크 대표
- 뉴데일리 입력 2026-10-30
《광우뻥》분탕질로 시작
박근혜-윤석열 악마화 1등 공신
비사유는 자유민주주의 파괴의 첫걸음

▲ 한국언론은 자신이 악마의 하수인이 된 줄도 모른다.
그중 일부는 한 술 더 떠, 하수인이 아니라 억마 그 자채이기도 하다. ⓒ 삽화 = 챗GTP
- ■ 악마의 하수인은 평범했다
1961년 4월, 예루살렘 지방법원의 피고인석에 선 나치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 을 마주한 방청석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수백만 명을 학살 기차로 실어 나른 주범의 얼굴에서 광기 어린 살인마나 잔혹한 사이코패스의 형상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온화하고 공손했으며, 상부의 명령을 묵묵히 수행한 직업 관료에 불과했다.
재판을 지켜본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아렌트가 포착한 아이히만 의 본질적 죄목은 도덕적 악의나 잔혹성이 아닌《사유의 무능(Inability to Think)》이었다.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시스템의 부조리에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은 채 순응하는 태도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을 배태했다는 것이다.

▲ 한나 아렌트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표지.
ⓒ 한길사
- ■ MBC가 일으킨《광우뻥》 광란극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아렌트가 경고했던《사유의 무능이 낳을 비극》은 대한민국 언론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진실의 파수꾼이 되어야 할 기자들은 미디어 시장의 자본 논리와 극단적인 진영 대립 속에서 - 조회수와 파급력만을 계산하는 기계로 전락 했다.
▲ 사실 확인의 생략
▲ 자극적인 의제 조작
▲ 게으른 받아쓰기 보도 는,
기자 개인의 천부적 악의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를 뒤흔든《광우병 사태》는 언론의 비사유가 초래한 대표적 재앙이었다.
당시 MBC 《PD수첩》을 필두로 한 좌파 미디어는 다우너 소 영상을 광우병과 결부시키고 한국인의 유전적 취약성을 과장하는 등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보도를 내보냈다.
이후 수많은 언론이 국제수역사무국(WOAH)의 기준이나 과학적 팩트를 검증하는 최소한의 취재도 거치지 않은 채 자극적 기사를 마구 써댔다.
곧이어 성난 시위대가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며 도심은 마비되었다.
갓 출범한 정부의 국정 동력은 조기에 침탈당했다.
훗날 대법원 판결을 통해 관련 뉴스 일체가 허위 보도로 밝혀졌음에도 이 사태에 책임을 진 언론인은 없었다.
■ 대통령 악마화 확대 재생산 시스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일부 매체가 현장 확인 없이《전원 구조》오보를 내보내면서 초동 대처에 혼선이 초래되었다.
《인신공양설》이나《고의 침몰설》같은 허황된 주장들이 검증없이 인용보도 형태로 기사화됐다.
대통령의《7시간 행적》이란 프레임워크 를 만들어《밀회설》부터《미용시술설》,《굿판설》등 입에 담기 힘든 찌라시성 루머 를 실어날랐다.
이런《악마화》 프레임워크 는 SNS를 통해 확산되고, 이를 또다시 언론이 받아 써대는 확대 재생산 싸이클 구조가 만들어졌다
객관적 사실을 보도해야 할 기자들이《대통령 악마화》허위 보도를 지속하면서 저널리즘은 공적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 우파 대통령만 악마로 만드는 한국 언론
윤석열 정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대통령 악마화》는 관성처럼 이어졌다.
2022년 발생한《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은 첼리스트의 허언과 조작된 녹취록에만 의존한 제보였다.
그럼에도, 다수 매체는 참석자의 기본 알리바이나 동선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여과 없이 보도했다.
경찰 수사 결과 명백한 허위로 판명되었지만, 이미 정부의 도덕성에 가해진 타격은 심각했다.
일부 언론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가 특정 세력의 피해를 넘어 우리 사회 시스템 자체를 망가트리고 있는 꼴이다.
사유하지 않는 언론 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여론의 단두대에 올리며 인민재판관으로 군림한다.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기관의 일방적 흘리기나 정치적 고발을 무지성으로 대서특필하며 각종 음모를 기정사실화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형사사법제도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고인의 방어권은 언론의 자극적인 헤드라인 앞에서 무력화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근대 입헌주의의 토대를 파괴하고 삼권분립을 붕괴시킨다.
■ 기자들아, 제발 사유 좀 하라!
아렌트는 아이히만 의 재판을 지켜보며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의 부재, 그것이 바로 평범한 인간을 최악의 범죄자로 만드는 근원”이라고 갈파했다.
오늘날 언론인들은 이 명제 앞에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매체의 이익을 위해, 당일의 트래픽을 위해, 지지하는 정파의 승리를 위해 무심코 써내려간 한 줄의 기사가 누군가의 인격을 살해하고 국가의 정책적 합리성을 파괴하며 종국에는 민주주의의 기둥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히 제도 몇 개를 정비하거나 포털 유통 구조를 규제하는 것만으로 언론개혁이 완수될 수 없다.
외적인 규제는 언제나 또 다른 편법과 우회로를 낳기 때문이다.
진정한 개혁은 미디어 생태계의 부품으로 전락한 개별 기자들이 스스로 생각할 권리와 의무, 즉《사유의 능력》을 회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타사의 속보를 무비판적으로 복제하기 전에 팩트를 의심하는 태도, 데스크의 정파적 가이드라인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묻는 용기, 그리고 내 글이 사회 공동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직업윤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한국 언론은《비사유의 괴물》을 끊임없이 배태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기를 멈춘 관료가《대량 학살의 컨베이어 벨트》를 돌렸듯, 사유를 포기한 기자들은 나도 모르는 새에《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한국 언론은 이제 시스템의 부품이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독립된 이성으로 진실 앞에 바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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