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된 지 6년, 바뀐 건 명찰뿐"
소방관 9인이 말하는 현실
"인사·예산 여전히 지방에 묶여
인력 부족해 주 90시간 근무도"
김명진 기자, 김진영 기자혜진 기자
조선일보 입력2026.10.20.
요약
19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에서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 왼쪽은 장례위원장을 맡은 추미애 경기도지사. /박성원 기자
2020년 4월 1일, 소방공무원 신분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바뀌었다.
지역마다 다른 소방 인력과 장비 격차를 줄이고 소방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정부와 여야가 합의한 결과였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흐른 지금, 추미애 경기지사의 ‘소방은 재정 빨대’ 발언을 계기로 소방관이 국가직에 걸맞은 처우와
지원을 받고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경기 부천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고(故) 김진석(44) 소방위가 순직했다.
김 소방위 영결식이 열린 19일 본지는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간부 등 소방관 9명에게 소방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
산·강원·경기·인천·전남광주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이들은 “국가직이 됐어도 바뀐 건 명찰뿐”이라고 했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새 명찰을 받았다.
계급장 앞에 붙던 ‘지방’이란 단어가 빠졌다. 그러나 월급과 소속은 그대로다.
현장 인력은 여전히 모자라고, 장비는 낡았다. 이들은 “인사·조직·예산은 여전히 지방에 묶여 있는데 일만 늘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소방관으로 복귀한 오영환(38) 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정치권은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서도 국가가 재정을 더 부담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며
“21대 국회 때 관련 법안을 냈지만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로도 여전히 낡은 장비를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한 예로 연기 찬 화재 현장에서 시야를 확보해주는 랜턴 교체 주기는 3년이다.
소방관들은 “3년만 지나면 충전해도 불이 안 들어온다”며 “그런데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바꿔주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도는 최근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노후 소방차 교체 예산 26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전검재 전공노 소방본부 경기조직국장은 “앞으로는 소방차를 바퀴가 빠질 때까지 타라는 말 아닌가”라고 했다.
소방장비관리법은 장비별 사용 연한을 정하고 있다. 다만 연한이 지나도 성능 확인을 받으면 계속 쓸 수 있다.
소방관들은 “이 규정이 노후 장비를 교체하지 않는 핑계로 악용된다”고 했다.
오열하는 동료들 19일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열렸다.
동료 소방관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준 부천소방서장은 “그가 남긴 숭고한 희생은 대한민국 역사가 기억하겠다”며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성원 기자
◇“랜턴 하나 제때 못 바꿔… 소방차 바퀴 빠질 때까지 타란 말이냐"
강원도의 한 119안전센터에는 소방 차량이 10대 있지만 하루 근무 인원은 12~13명에 불과하다.
통상 소방차 운용 시 1대당 2명 이상이 타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그러려면 20명이 넘게 있어야 하는데 실제 근무 인원은 60% 수준이다.
소방 펌프차는 물탱크와 펌프를 싣고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호스로 물을 뿌리는 차다.
손상기 전공노 소방본부 강원지부장은 “일부 안전센터는 하루 근무자가 3명뿐이어서 현장에 구급차와 펌프차에 겨우
한두명씩 태워가는 실정”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김모씨는 한 달 초과 근무가 80시간을 넘는다고 했다.
휴무일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다. 근무가 몰린 주에는 90시간 넘게 일한 적도 있다.
전검재 경기조직국장은 “경찰은 4교대로 24시간 근무 체계를 운영하지만 소방은 3개 조로 24시간을 돌려 피로도가 더 높다”며
“주 52시간 근무는 애초에 지키기 어려운데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소방 인력을 늘리려 해도 절차가 복잡하다고 한다.
한 지역에서 소방관을 10명 증원하려면 소방청 요청으로 행정안전부가 먼저 정원을 늘리고, 그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소방 인력 증원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렵게 인력을 늘려도 현장에 충분히 배치되지 않는다고
소방관들은 말했다. 한 소방 간부는 “증원 인력 10명 중 6명은 행정 부서에 배치돼 현장은 늘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형 사고가 나면 소방에선 현장 지휘본부인 긴급구조통제단을 꾸린다.
그런데 소방청과 시·도 관계자들이 상황을 파악하겠다며 현장 통제단에 전화로 보고를 재촉해 사고 대응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정일기 전공노 소방본부 부산지회장은 “아직 출동도 안 했는데 질문만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며
“지휘부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적잖다”고 했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소방관이 간부급 지휘관으로 올라가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했다.
박진규 전공노 소방본부 경기지부장은 “경기도는 소방서가 많아 현장 경험보다 행정 경력이 많은 사람도 소방서장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장 경력이 평균 10개월인 소방 간부후보생 출신들이 현장 지휘관 자리를 주로 차지한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경기도의 한 화재 현장에서는 소방서장 지시에 따라 네 방향에서 동시에 물을 뿌리다 방수포 물줄기가 서로 충돌해
대원들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고 소방노조에선 주장한다.
손상기 강원지부장은 “비체계적인 지휘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현장 소방대원들에 대한 조직 차원의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의 한 소방관은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그런데 신고자가 “샤워를 마쳐야 하니 30분만 기다리라”고 해, 이에 항의했다가 민원이 제기돼 문책받았다고 한다.
이 소방관은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취객에게 폭행당해도 대원이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현 전공노 소방본부 부본부장은 “구급대원들이 응급실 뺑뺑이와 갑질 문제로 당하는 민원이 한 해 수십 건”이라고 했다.
소방관들은 “현장에 나갈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낡은 장비를 제때 바꾸고, 현장 경험을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며
“정당하게 일한 소방관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보호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국가직인데… 경찰청은 국가 예산, 소방청은 지자체 예산
소방관은 국가직 공무원이지만 월급과 장비 구입비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 올해 전국 소방 예산 8조5949억원 중 지자체 몫은 7조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