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슨, 여권에 일침…“평화 없는데 어떻게 평화체제 구축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6 10 15
유엔사 사령관 겸 주한美사령관
“정전체제는 한반도 행동방식의 근간
정전은 평화 아냐…내게 관리 책임”
여권 ‘DMZ 출입 승인권’ 요구에 선그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골드국제전략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제이비어 브런슨 X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 시간)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느냐”며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군사령부의 관리 권한을 강조했다.
한국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협정을 집행할 책임이 있다고도 밝혔다.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해 온 한국 정부·여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골드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정전은 평화가 아니다”라며
“정전체제는 우리가 한반도에서 행동하는 방식의 근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DMZ 출입 통제 권한이 있는 유엔사 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우리는 주권이 무엇인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놓고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내가 관리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구역이 있다. 그 구역에서 주권과 관련된 고려 사항은 어디에 들어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전협정과 관련한 자신의 역할 중 하나가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내가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한반도의 상황을 각자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대한민국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나는가”라며 “유엔군사령부의 관점에서 보면,
내 생각에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자신이 정전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해당 구역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영토 범위를 새로 규정하기보다 유엔사가 관리하는 완충지대와 그 이남을 구분해 설명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정전은 평화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합의된 문서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나는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그 협정을 집행할 임무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협정 서명 여부와 별개로 유엔군사령관에게 부여된 정전 관리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골드국제전략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제이비어 브런슨 X
그는 DMZ를 상황 악화를 막고 정전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완충지대로 설명하면서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느냐. 그곳은 정전체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점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이런 문제를 두고 싸운다”고 밝혔다.
특히 “‘싸운다(fight)’는 표현을 일부러 쓰는 것”이라며 “나는 강하게 확신하는 입장을 갖고 있고, 여러분도 강하게 확신하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로의 확고한 입장을 주먹에 빗대며 “주먹으로 하는 일은 싸우는 것뿐”이라고도 말했다.
정전체제와 관리 권한을 둘러싼 이견이 단순한 견해차를 넘어 첨예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브런슨 사령관은 “누군가를 가리키면서 ‘당신은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고 명령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존재하는 사실을 그대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전체제 아래에 있다. 그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DMZ 출입 권한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유엔사의 갈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 승인 권한을 한국 정부에 부여하는 법안들을 발의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를 ‘영토주권’이라는 취지로 옹호해 왔다.
반면 유엔사는 1월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정전협정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당시 유엔사는 한국의 주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며 DMZ 출입은 주권과 구분되는 관할권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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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