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가 모레노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요소는 전방 압박이다.

모레노는 한국 선수들의 공격적 재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전방 압박의 적극성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4-4-2는 두 공격수가 상대 센터백을 압박하고, 뒤의 4명의 미드필더가 패스 경로를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기 쉽다.

따라서 모레노가 의도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수비적 경향
상대 공격을 기다림 → 수비 블록 형성 → 공 탈취 후 역습

모레노가 지향하는 변화
패스 방향 유도 → 전방 협력 압박 → 높은 위치에서 탈취 → 빠른 공격

이러한 변화가 성공한다면 한국은 상대가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는 팀에서, 상대의 공격 전개 자체를 통제하는 팀으로 발전할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지난 4경기(평가전)에서 구현하려 했던 전술적 움직임의 핵심으로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모레노의 전술을 더 정확하게 살펴보려면 공격 상황도 포함해야 한다.

모레노 감독의 핵심 전술적 움직임 
① 공격 시 — 공간 유인과 스위칭

상대 압박 유도 → 선수 간 위치 교환(스위칭) → 중앙·측면에서 수적 우위 및 패스 경로 확보 → 빈 공간 활용 → 공격 기회 창출

② 공을 잃은 직후 — 즉각적인 협력 압박
공 소유권 상실 → 주변 선수들의 즉각적인 협력 압박 → 상대 전진 패스 차단 → 높은 위치에서 공 탈취 시도

③ 압박 성공 시 — 빠른 공격 전환
높은 위치에서 공 탈취 →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빠른 전진 패스 → 침투 및 공격 기회 창출

④ 압박 실패 시 — 수비 조직 재정비
전방 압박 실패 → 4-4-2 수비 블록 재형성 → 선수 간격 유지 → 중앙 및 측면 공간 보호

스위칭이 중요한 이유
예를 들어 모레노의 4-4-2에서 다음과 같은 움직임이 가능하다.
-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한다.
- 오른쪽 풀백이 전진해 이강인이 비운 측면 공간을 활용한다.
- 중앙 미드필더가 위치를 조정해 패스 경로를 확보한다.
-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사이 또는 뒷공간으로 침투한다.

이렇게 움직이면 상대 수비수들은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판단해야 하므로 수비 조직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모레노의 축구는 무조건 전방으로 달려드는 축구가 아니라, 언제 압박하고 언제 물러설지를 조직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축구이다. 

모레노 축구를 간결하게 요약하면,

공격 시에는 공간 유인과 스위칭으로 수적 우위를 형성하고, 공을 잃으면 즉각적인 협력 압박을 가하며, 탈취에 성공하면 빠르게 공격하고, 실패하면 4-4-2 수비 블록으로 복귀하는 축구이다. 

선수 개인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팀 전체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이 높지 않더라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전술이지만, 선수단이 하나의 팀으로 결속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축구이기도 하다.


또한 모레노의 축구는 히딩크식 압박 축구와 전통적인 스페인·바르셀로나식 위치 기반 축구의 중간 형태로, 두 전술의 장점을 결합해 한층 발전시킨(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축구라고 볼 수 있다.

히딩크식 압박과의 결정적 차이
히딩크 감독의 압박은 경기장 전체(맨투맨에 가까운 압박)를 강력한 '체력과 투지'로 찍어누르는 형태였다. 반면 모레노의 압박은 공을 잃은 특정 구역(Gegenpressing)에서 상대의 패스 길목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전술적 압박이다. 체력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공간 구조로 압박하는 것이다. 이때문에 히딩크식 압박축구보다 체력부담이 덜하다. 히딩크식 압박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장기간 합숙훈련과 강도 높은 체력훈련(파워트레이닝)이 필요했지만, 모레노의 축구는 상대적으로 체력적 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적인 위치 선정과 조직적인 압박 타이밍을 강조한다. 따라서 장기간의 합숙훈련보다는 체계적인 전술훈련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스페인 축구와의 결정적 차이
2010년대 세계를 지배했던 정통 스페인 축구는 점유율 자체에 집착하며 느긋하게 상대를 가패(가둬놓고 패기)하는 방식이었다. 모레노는 이를 지루하다고 보며, "뺏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부수고 가장 빠르게 전진한다"는 현대 축구의 실리성을 스페인 DNA에 주입한 것이다. 


지난 4경기에서 가장 큰 문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방 압박 자체보다 압박에 실패한 뒤의 수비 구조였다.
우루과이전에서 나타났듯이 전방 선수들이 압박해도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적절하게 움직이지 못하면 상대가 중원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또한 공격에 가담한 풀백의 뒷공간이 노출된다. 

따라서 모레노 전술의 성공 조건은 세 가지이다.
1. 최전방과 중원, 수비진의 압박 타이밍이 일치해야 한다.
2. 중앙 미드필더 두 명에게 지나친 수비 부담이 집중되지 않아야 한다.
3. 압박에 실패했을 때 빠르게 수비 블록을 복원해야 한다.

모레노의 4-4-2에서 나타난 압박과 수비 전환의 문제는 전술훈련을 통해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는 선수 개인의 기량보다 조직적인 움직임과 역할 분담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전술훈련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중앙 미드필더의 수적 열세처럼 전술 구조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훈련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선수 배치와 역할 조정도 필요하다. 


전술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① 압박 타이밍의 일치
모레노의 투톱이 상대 센터백을 압박할 때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이상적인 4-4-2 협력 압박

투톱이 상대의 패스 방향을 측면으로 유도

↓

측면 MF가 상대 풀백을 압박

↓

중앙 MF가 상대 중앙 패스 경로를 차단

↓

수비진이 전진해 선수 간 간격을 좁힘


이 움직임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상대가 압박을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투톱만 전진하고 미드필더가 따라가지 못하면 상대는 투톱 뒤에 생긴 공간을 쉽게 활용한다.

② 압박 실패 후 수비 블록 복원
우루과이전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압박이 실패했을 때 모든 선수가 무조건 뒤로 뛰는 것이 아니라, 공의 위치와 상대의 전진 속도에 따라 각자의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강인이 전방 압박에 가담했다면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가 일시적으로 측면 공간을 보호하고, 이강인은 다시 수비 위치로 복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반복하면 수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다. 

③ 공격 시 스위칭과 수비 전환의 연결
모레노가 지향하는 위치 교환은 공격에서는 장점이지만, 공을 잃었을 때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강인이 중앙으로 이동하고 오른쪽 풀백이 전진한 상태에서 공을 잃었다고 가정해 보겠다. 이때 누가 오른쪽 측면을 방어하고 누가 중앙을 보호할 것인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한다. 현대 축구에서는 이를 레스트 디펜스(Rest Defense), 즉 공격 중에도 역습에 대비해 유지하는 후방 수비 구조와 연결해 설명한다. 이 부분이 개선되면 스위칭의 공격적 장점을 유지하면서 수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모레노의 4-4-2가 우루과이전에서 드러낸 문제는 압박과 수비 전환의 조직력이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압박 실패 후 수비 블록 복원과 공격 시 레스트 디펜스의 안정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이 두 가지가 개선된다면 모레노의 전방 압박과 스위칭도 훨씬 안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10월 네 차례 평가전에서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실질적인 전술훈련 시간은 상당히 부족했다. 실제로 모레노 감독도 훈련 환경이 이상적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훈련 시간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선수단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하나의 팀으로 결속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모레노 감독의 전술을 제대로 구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본다. 선수단의 조직력을 해치거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들은 아무리 이름값이 높더라도 선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