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고? 정말? …《신뢰》쌓지 못하고 방정식만 풀다 한미관계《위상》놓쳤다!




 
  • 이양승 객원 논설위원
  •  군산대 무역학과 교수
  • 뉴데일리  2026-10-03




 
한미관계, 1회성 원샷게임 아닌 반복게임!한미간 신뢰 자본, 증가? 감소?해법이 찾은 한미관계 위상은?







 
  • ▲ 김정관 장관이 1년 동안 엄청 고생한 끝에 국익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현재 한미관계의 위상은 어떻게 됐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삽화 = 챗GPT
     

    ▲ 김정관 장관이 1년 동안 엄청 고생한 끝에 국익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현재 한미관계의 위상은 어떻게 됐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삽화 =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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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상적 사고》 속 한미관계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 매체에 쓴 기고문을 통해 대미투자 협상 1년을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 •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 우리 기업이 얼마나 참여할지, 
    •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할지, 
    • 산업협력에 무엇을 남길지를 
    동시에 계산해야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방정식》이라는 표현이 대미협상의 한계를 보여준다. 
    방정식이 아무리 복잡해도, 기본적으로는 주어진《변수》와《관계》속에서《해》를 찾는 문제다. 
    《다변수》이고《비선형》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가 간 협상이 어려운 건, 주어진 공간에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양국이 지금 어떤 공간에 서 있으며 그 공간의 구조 자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위상적 사고》다. 
    《위상수학》은 개별 점의 좌표보다 공간의 연결관계와 구조에 주목한다. 
    • 무엇과 무엇이 연결되어 있는지, 
    • 어떤 관계가 변형 속에서도 유지되는지를 묻는다. 

    한미관계도 그렇다. 
    통상이라는 점 하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안보, 반도체, 배터리, 조선, 원전, 공급망, 나아가 중국 문제와 국내 정치까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망 전체가《한미관계》라는《공간》을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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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정관 장관이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글. ⓒ 화면 갈무리
     

    ▲ 김정관 장관이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글. ⓒ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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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동맹이라며 왜, 그렇게, 신뢰 부족?

    김 장관의 기고문을 읽으면, 협상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알고도 남는다. 
    올해만 미국 상무장관을 24번 만났고,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도 협상했으며, 
    마지막에는 나흘 연속 밤샘 협상을 벌였다고 한다. 
    안전장치의 “문구 하나하나”를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고 한다. 

    협상팀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24번 만났다는 것이 곧 협상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동맹국 장관끼리 24번을 만나고도》문구 하나를 놓고 밤을 새워야 했다면 이유는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신뢰 부족이다. 
    왜 그렇게까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을까.  
     
    여기서부터 문제는《게임이론》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상대의 의도와 미래 행동을 확실하게 알 수 없다면, 그 협상은《완전정보게임》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약속한 투자와 산업협력을 끝까지 이행할 것인지 의심하고, 
    한국은, 미국이 향후 조건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요구를 추가하지 않을지 의심하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의 진짜《타입(유형)》을 알지 못하므로, 행동과 발언을 통해 그 타입을 추론할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베이지안(Bayesian) 게임》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신뢰가 낮아질수록 이 게임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내가 상대의 진짜 의도를 모르고, 상대 역시 나의 진짜 의도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 정보를 감추고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해석한다. 
    그걸 아는 상대는 전략적으로 신호를 보낸다. 
    고의적인 정보 왜곡도 있다. 

    그럴수록 신호 해석은 더 난해해진다. 

    이상한 과학의 나라 ACE


    즉,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믿는 것이다. 
    공동의 이익을 찾는 과정이 상대의 속내를 추측하는 게임 으로 협상의 본질이 바뀌고 만다.  

    당연히 계약서가 길어지고 문구가 장황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를 믿을 수 있다면 한 줄이면 될 게 열 줄, 스무 줄이 된다. 
    정말 황당한 건, 그렇게 하고도 상대를 여전히 믿지 못한다는 점이다.  



    ■ "국익 지켰다"는 김정관의 자평은 가설

    한미관계는 일회적《원-샷(one-shot) 게임》이 아니다. 
    《반복게임》이다.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위해서다. 

    《반복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평판》이다. 
    이번 협상에서 몇 억 달러를 얻느냐보다, 미래 협상를 위해 “한국이 약속을 지킨다”고 믿게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신뢰》는 게임의 성질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높은《신뢰》아래에선 협조적 반복게임이 가능하지만,《신뢰》가 무너지면 협조가 어려워진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끊임없이 추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말 설명해야 할 건 미국을 몇 번 방문했는지, 몇 밤을 새웠는지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은 정확히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양보했는가이다. 
    투자원금의 회수 가능성, 한국 기업의 실질적 참여와 기술적 이익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미 간《신뢰자본》이 1년 전보다 증가했는가 아님 감소했는가이다.  

    김 장관은 손자병법까지 인용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이익을 찾았다”고 자평했다.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외교 통상의 성패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아직 성과를 보여줄 수 없다면, “익을 지켰다”는 말은《가설》일 뿐이다. 
    결론이 아닌 것이다.  



    ■ 대한민국, 어떤 공간 위에 서게 됐나?

    강대국의 일방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을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테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에는 더 큰 책임이 남는다.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했다. 
    상대에게《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상대를 향해《신뢰》를 강요할 수도 없고, 상대의《불신》을 모두 상대 탓으로 돌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 간《신뢰》는 선언이 아니라《반복된 행동》과《일관된 신호》를 통해 축적된다.
    그게 상식이고 역설적이게도 가장 유효한 전략이다. 

    방정식을 풀었다는 김 장관의 말 속에 남겨진《미스터리》는 과연 대한민국이 어떤 공간에 서있느냐이다. 
    한미관계라는 공간에서 안보와 통상이, 통상과 기술이, 기술과 공급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의《행동》은 내일의 협상과 《연결》된다. 
    그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신뢰》다. 

    공간의 성질을 잘못 이해하면, 아무리 열심히 방정식을 풀어도 진정한《해》를 얻기 어렵다. 
    지난 1년의 대미협상을 회고하며 짚어야 할 건, 어쩌면 투자액도 프로젝트 크기도 아니다. 
    기계적으로 방정식을 푸느라 놓쳐버린 한미관계의《위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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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승 객원 논설위원 / 군산대 무역학과 교수

이양승 객원 논설위원
군산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