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비싼 시계가 있는지도 몰랐고 비싼 정도가 얼마인지 몰랐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다.

대충 10~20만원 짜리 시계면 좋은 시계.
5~6 만원 짜리 중에서도 금은방 가면 대충 괜찮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는 영역이 아니었음.

그러다, 2-3천만원이 호가하는 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그 것을 왜 차고 다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쿼츠시계만 차고 다녔기 때문에 오토메틱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쿼츠라는 편리한 기술이 나왔는데, 왜 아직도 오토메틱을 고집하는 것인지가 이해가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과 고찰 끝에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비싼 시계는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성에 대한 미련이다.


기능만 가지고는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못생기고 밥 잘 짓고 아이 잘 기르는 여성의 기능성보다 아름다운 여성이 더 큰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도 그 이유다.
스위스에서 만든 오랜 숙련공 장인의 손길을 거친 오토메틱 시계는 그 브랜드의 가치와 그 장인의 인건비가 고스란히 녹아든 사치품이다.

그 것에는 현대 첨단의 시계(스마트워치, 쿼츠 시계)에 비해, 어떠한 기능성도 없다. 오로지 그 것이 갖는 헤리티지와 미학의 가치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바로 그 것을 소유하기 위해,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교환하고 소유한다.

처음에는 소수의 부자들만이 그 것을 사서 소유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따라 사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면서 시계의 가치는 화폐 가치의 하락보다 더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가의 시계를 원하기 시작했다.

이 것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그 욕망 그 자체이다.



자본주의는 이념이 아니다.



그냥 지구상에 가장 특이한 생명체. 인간이 오랜 역사를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다듬어진 생활 관습에 불과하다.
그것에 반하는 신종 이념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은 모두 소멸된다. 그 것마저 유행이 지나거나, 인간의 본성에 반하면 자연스럽게 사멸하기 때문이다.

복지 또한, 사회의 최소안전망을 보장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이 쌓아올린 가치의 본산, 첨단 자본주의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민복을 입는 북한이 당간부에게 카시오대신, 롤렉스나 오메가를 선물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