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가덕도신공항의 운명이 관심이다. 지난 2002년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129편의 김해공항 추락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가덕도신공항 논의는 그간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와 결부돼 본말이 전도된 상태였다. 엑스포 개최 직전인 오는 2029년 12월 개항을 지상목표로 수차례의 공항입지 변경은 물론, 부체식(플로팅), 잔교식 공항 등 온갖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난무했다.
한편에서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나면서 가덕도신공항은 오는 2029년 12월 개항이라는 촉박한 시간표에 얽매여 '돌관(突貫) 공사'를 벌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안도의 한숨도 나온다. 만약 부산이 오는 2035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해 성공한다고 해도 최소 5년이란 시간을 번 셈이다. 당초 사전타당성조사 때 나온 공사기간은 9년8개월, 개항시점은 2035년 6월이었다. 이에 지난 2021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특별법'까지 제정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못'을 박은 만큼, 신공항을 건설하려면 공기가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12월 6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등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참석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별개로 현재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청사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가덕도신공항이 1~2년가량 더 늦어지더라도 김해공항 국제선 수용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김해공항 국제선 확장공사는 오는 2024년 3월께 끝날 예정인데, 수용인원은 기존 630만명에서 830만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김해공항, 이착륙 안전문제 미해결
가장 우선되는 문제는 가덕도신공항 논의의 출발점인 김해공항의 이착륙 안전확보 문제다. 부산시나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조기개항을 목표로 일단 김해공항의 국제선만 가덕도신공항으로 이전하고, 국내선은 김해공항에 당분간 존치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김해공항은 각각 3200m와 2700m 활주로 2본(本)을 갖추고 있다. 반면 가덕도신공항은 막대한 건설비 등을 감안해 3500m 활주로 1본으로 우선 개항하는 만큼, 김해공항의 국제선과 국내선을 동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덕도가 부산 도심에서 지나치게 먼 것도 김해공항에 국내선을 존치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국제선만 가덕도신공항으로 옮겨 가고 국내선을 김해공항에 그대로 존치할 경우, 김해공항의 태생적인 안전문제는 끝내 해소할 방안이 없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제안한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은 오히려 기존 김해공항에 'V자형' 활주로를 덧대는 방식으로 이착륙 활주로를 분리해 안전문제를 해소하는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국제선만 가덕도로 옮겨 가면, 국내선 항공기들은 여전히 김해공항 북쪽에 있는 돗대산(해발 380m)과 정면 충돌위험을 안고 이착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토부 측은 "국제선 항공기와 달리 김해공항 활주로가 익숙한 국내선 항공기는 이착륙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기상악화 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김해공항 남쪽에 가덕도신공항까지 생겨 국제선 항공기가 24시간 드나들게 되면, 김해공항에 이착륙하는 국내선 비행기들은 공역(空域) 확보 문제 등으로 이착륙 시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김해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이 국내선·국제선으로 이원화되면, 항공기 운용은 물론 인력 추가배치 등에 따른 비용이 늘 수밖에 없어 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할 바에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동시 수용해 환승효과까지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993년 아시아나항공 733편의 목포공항 추락사고로 목포공항을 폐쇄하고 2007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개항한 전남 무안공항만 해도 인근 광주공항의 국제선만 가져온 터라, 공항의 조기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해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의 국내선·국제선 이원화는 지금의 김해공항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국내선과 국제선을 동시수용해 환승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가덕도신공항이 인구 2500만명의 수도권을 직접 수요처로 둔 인천공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거의 유일한 무기다. 인천공항은 김포공항과 국제선과 국내선이 이원화돼 국제·국내 환승기능이 불편한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인천공항은 국제선 연결승객을 위해 부산과 대구행 환승전용 내항기 등을 투입하고 있지만 시간대가 적어 지방승객들의 환승 불편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불편한 국제선 연결환승이 역설적으로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 등 지방의 신공항 논란을 부채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해공항, 완전 폐쇄도 검토해야
약 13조7000억원이 소요되는 가덕도신공항 재원 마련을 위해서 김해공항의 국내선 이전은 물론, 군공항 이전을 통한 완전 폐쇄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기존 김해공항 부지를 처분한 재원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투입할 수 있어서다. 김해공항을 그대로 둔 상태로, 또 다른 공항을 지으면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방안이 없다.
김해공항은 이미 서부산유통단지가 공항 바로 아래 턱밑까지 들어와 있고, 부산김해경전철, 남해고속도로(제2지선)를 끼고 있다. 김해공항 부지를 택지 등 다른 용도로 개발할 경우, 기존의 명지신도시나 현재 개발 중인 에코델타시티보다 유망할 것이란 얘기도 부동산 업계에서는 나온다. 대구공항 역시 대구 동구 동촌동에 있는 기존 대구공항 부지를 처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군위·의성으로 통합 이전을 추진 중이다.
물론 김해공항 완전 폐쇄 때는 'K-1' 공군기지가 최대 걸림돌이 되지만, 공군기지 이전은 여수공항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이미 거론된 바 있다. 김해공항의 군사적 용도는 한반도 유사 시 미군 증원부대가 일본에서 해상으로 수송해 온 장비와 물자를 전개하는 거점역할이다. 항만을 끼고 있는 것이 필수인데, 마침 여수공항은 국내 2위 항만인 광양항을 지척에 끼고 있다. 여수공항은 지난해 기준 연간 이용객 101만명으로, 김해공항(1002만명)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해 군작전 여건은 오히려 더 좋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 때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직접 관여한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한 칼럼을 통해 "김해공항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군기지를 이전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입지를 검토해본 결과 한적한 여수공항이 최적 후보지라는 결론도 나왔다"며 "여수공항은 김해기지에 배치된 모든 자산과 인원을 수용하기에는 협소하지만 활주로를 확장하고 최신의 군 시설과 숙소를 건설하기에 가장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산시 공항기획과의 한 관계자는 "김해공항 완전 폐쇄는 K-1 공군기지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정비창 등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가덕도신공항 국제선을 우선 개항하고 국내선 이전 등은 개항 이후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