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체육 분야만이 아니다.
나라의 존립을 좌우하는 외교안보 정책에도 비선 그룹이 관여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남재준 초대 국가정보원장이 비선 그룹을 조사하다가 경질됐다고 세계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신동아 12월호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대북정책은 정호성(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다 했다”고 폭로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남 전 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현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13년 5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7일까지 국정원 1차장(해외 및 북한 담당) 산하 북한담당기획관(1급)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52)은 “국정원직원법상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긴 어렵다. 하지만 대북 및 외교정책에 정윤회와 정호성이 상당 부분 개입한 것은 맞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친중(親中) 노선을 지목하면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역대 최강의 ‘마초형’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등장한 상황에서 친중 정책이 대가를 치르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법대 재학 시절 주사파 리더로 주체사상을 공부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맺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수배를 받던 사람이 국정원 1급 공무원이 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0년 9월∼2002년 1월 SK텔레콤에서 남북경협 담당 상무를 지냈다. 고려대에서 북한 개혁·개방을 주제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0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박세일,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를 도와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미래전략연구원을 만들어 16년째 운영하고 있다.
“대북 정책에 정윤회 정호성 관여”
―국정원에 있을 때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나.
“당시 최순실은 심부름하는 집사 비슷한 역할이었고 대북이나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한 건 정윤회, 그리고 문고리 3인방 중에선 정호성이었다.”
정윤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실장으로 보인상고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관광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성은 경기고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고 고려대 정치학 석사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엔 정무기획 담당을 했다.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은 최순실이 고쳤다던데….
“연설문에 코멘트 한 정도일 것이다. 최순실은 2014년 말부터 분탕질한 거고 분야도 문화 체육 분야에 제한돼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든가, 드레스덴 구상도 정윤회와 정호성의 아이디어였나.
“(즉답을 피한 채) 국방장관, 외교장관, 안보실장 모두 단 한 번도 자기 소신을 갖고 정책 결정을 하지 않았다. 모두들 심부름꾼 역할만 했다. 자기 소신대로 논쟁하고 직언한 사람은 남재준 전 원장이 유일하다.”
―그러다가 경질된 건가.
“최순실 그룹과 충돌이 있었다. 정부가 미국보다 중국 쪽에 가까워지는 데 대해 반대했던 것도 경질 사유이다.”
-신동아 12월호에는 문고리 3인방이 세월호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국정원에 요구했는데 남 전 원장이 ‘국내 문제에는 개입할 수 없다’고 거절해 경질됐다고 나온다.
“그 부분은 잘 모른다.”
남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탈북 위장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파문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을 때도 건재했던 그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5월 김장수 당시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전격 경질됐다. 김 전 실장은 이후 주중 대사로 재기용됐지만 남 전 원장은 돌아오지 못했다.
“남 전 원장은 대통령에 이어 현 정부의 2인자였다. 남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차장급 인사는 대통령이 했지만 1급은 원장이 했다. 이후 이병기 전 원장, 이병호 원장 모두 1급 인사를 단 한 명도 못 했다. 모두 청와대가 좌지우지했다.”
“앞으로 친중 정책의 대가 치를 것”
―보수 정권임에도 왜 중국 쪽에 기울었나.
“정윤회나 정호성은 모두 세계 질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정서적으로는 반미(反美)였던 것 같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 대통령과 최태민의 관계를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박정희 시해사건 당시 미국의 사주를 받았다는 말이 있었으니. 그리고 박 대통령을 통일국가의 여성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했다. 중국이 도와주면 가능하지 않을까 ‘wishful thinking’(희망에 근거한 생각)을 한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