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칼럼] 문명사적으로 본 이재명 정부의 안보정책





박익희 기자
 경기데일리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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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안보연구원,
김명수 박사(육사 31기)

문명사적으로 본 이재명 정부의 안보정책

- 군사력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최후 보루다 -


 

■ 들어가는 말

 

필자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미연합작전 분야에서 10년간 근무한 예비역(육군 대령)이다.

 

이후 대학에서 안보학을 연구·강의하며 박사논문 제목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정책이었다.

 

따라서 이 글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군에서 오랜 기간 전쟁과 작전을 경험하고, 이후 안보학을 연구해 온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안보의 방향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의식이다.

 

국가안보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군사력의 규모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군사력을 어떤 철학과 원칙으로 운용하느냐이다.

 

군대는 정권의 군대가 아니라 국가의 군대이며, 국방은 정치적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다.

 

따라서 국방정책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전쟁 억제력, 한미연합방위체계, 지휘통제, 군사전문성, 실전 대비태세라는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안보정책을 문명사적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 주요 의제

 

1.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 자주성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 억제력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1978년 창설 이후 오랜 기간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과 실전적 대비

태세를 발전시켜 온 핵심적인 연합지휘체계다.

 

이 체계는 단순한 군사협력기구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를 전제로 구축된 통합적인 지휘체계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단순히 ‘자주국방이냐, 대미 의존이냐’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오직 하나다.

전쟁이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의 전쟁 수행능력과 한미연합방위체계가 지금보다 강해지는가, 약해지는가 하는 문제다.

 

문명사적으로 보면 주요 전쟁의 상당수는 강대국의 개입과 국제적 이해관계가 결합된 국제전으로 확대되어 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주변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주변 강대국이 개입하는
국제전 성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정치적 일정에 따라 서두를 문제가 아니라,
한미연합방위체계와 한국군의 전쟁 수행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로서는 전작권 전환 자체보다 현행 한미연합방위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한국군의 독자적 능력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본다.
 

 

 2.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 합동성은 교육기관 통합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 지난 7월 8일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합반대 궐기대회 모습, 연합뉴스 TV 캡쳐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각각 서로 다른 전장 환경과 군사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교를 양성해 왔다.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양전, 공군은 항공·우주전이라는 서로 다른 전문영역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관학교의 통합이 곧바로 군의 합동성 강화로 연결된다고 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합동성은 사관학교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임관 이후의 교육·훈련과 지휘 경험, 합동연습과 실전적 작전 수행을 통해 발전한다.

 

오히려 사관학교 단계에서는 각 군의 전문성을 충분히 교육한 뒤, 임관 이후 합동교육과 합동참모업무를 통해 서로 다른 군종의 능력을 결합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운 방법일 수 있다.

 

특히 교육기관 통합에는 시설 재편과 교육과정 개편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군의 조직개편은 한 번 시행하면 쉽게 되돌릴 수 없다.

 

게다가 “역대 육·해·공군 참모총장 46명이 정부의 3군 사관학교 통합 및 국군사관학교 창설 추진에 반대하며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따라서 사관학교 통합은 행정적 효율성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군사전문성과 전투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한다.


 

3. 군사시설과 임무의 외부 의존 ― 효율보다 중요한 것은 전시 통제력이다

 

현대 군대에서도 민간의 전문성과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모든 영역을 효율성이라는 기준으로 민간에 맡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역사를 보면 국가가 군사적 핵심 기능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서로마제국 말기의 용병 의존은 군사력의 외부 의존이 국가의 통제력 약화와 결합할 경우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현대 국가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교훈은 있다.

 

군사력의 핵심은 평시의 효율성이 아니라 전시에 국가가 끝까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민간위탁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전시에 반드시 군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기능은 무엇인가’라는 기준에서 출발해야 한다.


 

4. 전방 경계태세 ― 기술은 병사를 보조할 수 있지만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감시장비와 드론, 인공지능, 각종 센서체계의 발전은 현대 군의 경계작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인간의 판단과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방 경계는 단순히 적을 발견하는 감시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의 최초 징후를 식별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군사행위다.

 

따라서 기술 중심의 경계체계가 병력 감축이나 책임체계의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첨단기술은 병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사의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용 되어야 한다.


 

 5. 국방 리더십과 의사결정 ― 문민통제와 군사전문성은 대립하지 않는다

 

국방정책에 대한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군사전문성을 경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민통제는 군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전문성을 존중하면서 정치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제도다.

 

전쟁은 정치적 구호만으로 수행할 수 없다.

 

전략과 작전, 무기체계, 병력 운용, 지휘통제, 연합작전 등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국방 의사결정은 일방적인 Top-down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현장의 군사전문가와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최종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Bottom-up과 Top-down의 조화가 필요하다.

 

국가안보에서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군부의 정치개입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민주국가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지혜다.


 

6. 태릉 등 군사시설 활용 ― 안보 공간은 단순한 개발 대상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전쟁기념 성지들은 필요한 보존·교육시설은 설치하되, 그 역사적 경관과 장소의 본질을 훼손하는 주거·상업 개발은 엄격히 억제한다.

 

노르망디 미군묘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 프랑스 노르망디 미군묘지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와 장교 양성의 상징인 태릉·화랑대 역시 단순한 택지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역사적 유산으로서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군사적 기능을 수행해 온 공간은 현재의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의 국가안보에 필요한 전략적 가치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7. 대북 심리전 중단 ― 비대칭 억제수단을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라는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역시 군사력만이 아니라 정보·심리·사이버·외교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상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가운데 대북 심리전은 단순한 선전활동으로만 볼 수 없다.

 

대북 심리전은 상대의 오판 가능성을 낮추고, 북한 주민과 군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

하며, 

 

위기 상황에서 상대의 의사결정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비군사적 억제수단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냉전시대 서독의 대동독 방송과 정보전 역시 장기간에 걸쳐 동독 주민들의 외부세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대북 심리전은 단순히 ‘방송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억제·정보전·심리전·통일전략을 종합하는 국가전략의 한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8. 핵심 문제는 개별 정책이 아니라 안보 철학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들은 서로 별개의 사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이 존재한다.

국가안보를 국가 생존의 문제로 보는가, 아니면 정권의 정책적 선택 가운데 하나로 보는가?

 

군사력은 실패한 뒤 다시 만들어낼 수 없다.

전쟁이 발생한 다음에 부족했던 전력을 보충할 수도 없고, 무너진 지휘체계를 그 자리에서 다시 세울 수도 없다.

 

그래서 안보정책에서는 경제정책이나 복지정책과 다른 원칙이 필요하다.

속도보다 검증이 중요하고, 이념보다 현실이 중요하며, 정치적 편의보다 국가 생존이 우선되어야 한다.

 

문명사의 수많은 국가가 외부의 강력한 적 때문에만 몰락한 것은 아니다.

 

내부의 분열, 지도자의 오판, 적 군사력에 대한 과소평가, 국가 시스템의 붕괴가 외부의 위협과 결합하면서 몰락한 경우도 많았다.

 

결국 국가의 흥망은 군사력의 크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위기의 순간 국가가 얼마나 냉정하게 판단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행동하며, 얼마나 끝까지 국가의 생존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맺는 말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느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정권은 바뀌지만 국가는 지속되어야 하며, 군대는 정권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군대여야 한다.

 

따라서 국방정책은 정치적 구호나 정권의 성향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 연합방위체계, 군사전문성, 전력과 대비태세는 국가 생존을 위해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국가안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적의 군사력만이 아니다. 

안보의 본질을 잊고,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군사력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실패했을 때에도 국가를 지켜내야 하는 최후의 보루다.

 

따라서 모든 국방정책은 속도보다 검증을, 정치적 편의보다 국가 생존을 우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실험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8월 9일

한국문화안보연구원, 김명수 박사(육사 3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