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국계 은행 "송금 중단"…연락사무소 전락하나

한국경제   2018.11.05 17:14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110525031


美 금융당국 감시 강화 여파
 대출 등 핵심 업무 축소


 모든 고객 신분·거래 종류 파악
 시스템 구축비용만 수천만달러
 농협, 금융감독청서 1100만弗 벌금


 대북 제재 준수 경고에 '살얼음'
 "잘못 걸리면 뉴욕지점 닫아야할 판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할 것"


               
미국 뉴욕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지점과 현지법인이 송금중계·대출 등 핵심 업무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미 금융당국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감시) 강화 요구를 견디지 못해서다. 수백억원을 들여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수익성을 생각하면 영업 축소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미 정부가 국내 은행에 직접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하는 등 감시가 심해져 리스크가 있는 업무 자체를 그만두려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 뉴욕에서 한국계 은행들은 연락사무소로 전락하고 있다.


5일 뉴욕과 국내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지난해 말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1100만달러(약 12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뒤 개인송금과 대출 영업 확대를 중단했다. 신한아메리카은행은 작년 중반부터 송금 중계업무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도 2015년부터 뉴욕지점을 거치는 송금중계 업무를 중단했다. 다른 A은행도 송금중계 중단을 검토 중이다. 송금은 자기은행 고객 간 돈을 주고받는 것이고, 송금중계는 자기은행과 타은행 고객 간 자금을 보내고 받는 것이다.

                 
뉴욕에서 영업 중인 한국계 은행은 국민·신한·KEB하나·우리·기업·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있다. 이 은행들이 줄줄이 송금 업무를 중단하려는 건 송금이 AML 핵심 대상이어서다. 송금 업무를 하려면 미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고객을 알아라(Know Your Customer)’라는 원칙에 따라 모든 거래에서 고객 신분을 확인하고 거래 종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테러단체 등이 불법자금 차명거래 등으로 합법거래를 위장했을 때 걸러내고 수상하면 미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건당 2만원가량 버는 송금을 하는 데 수천만달러짜리 시스템을 갖추고 컴플라이언스 인력을 대거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은 2016년부터 AML 관련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 준법감시 인력 고용 등에 1000만달러 이상을 썼다. 현재 뉴욕지점 인력 23명 중 3분의 1가량인 7명이 컴플라이언스 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