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채영 납치감금 3일차. 어제부터 내린 눈이 점점 세차게 내린다. 정연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보일러가 돌아가서 바닥은 따뜻하지만 공기는 차갑다.
아직 자고있는 미나를 보고 조금더 잘까...하고 생각하는 정연.
채영 - "오 일어났어?"
고개를 돌려보니 채영이 꼼지락거리며 말을 걸어온다.
채영 - "오늘 아침은 뭐야? 나 오므라이스 먹고싶은데"
천연덕스럽게 말을 거는 채영. 정연은 반쯤 감긴 눈으로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본다.
정연 - "오므라이스...으으음..."
채영 - "해줄꺼지? 기대하고있을게!"
자리에서 일어난 정연은 창문 커튼을 걷는다. 바깥에는 눈이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채영 - "해줄꺼야 말꺼야!"
정연 - "누구좋으라고?"
채영 - "쳇, 째째하긴"
정연은 채영을 흘겨보곤 화장실로 향했다. 미나도 어느새 잠에서 깨 부스스한 얼굴로 이불속에서 팔만 뻗어 핸드폰을 찾는다.
시계를 보고 하품을 하는 미나. 핸드폰을 다시 머리맡에 두고 눈을 감는다.
채영 - "뭐야 다시잠들지마!!"
미나 - "으으응...십뿐만..."
채영 - "안돼! 나 심심하다구!"
미나 - "나는 졸료...잘자 채용아..."
그리고는 이불을 뒤집어써버린다. 채영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꿈쩍도 않는 미나. 결국 그녀는 미나를 깨우는것을 포기하고 드러누웠다.
......
...
.
채영 - "밥줘 밥! 밥 밥 밥 밥!!"
정연 - "시끄러!! 조용히 안하면 밥 안준다?!"
아침식사시간. 정연과 미나가 콩나물국과 계란찜, 소시지케찹볶음을 놓고 밥을 먹고 있다. 채영이 거실에서 꿈틀거리며 농성을 벌인다.
채영 - "뭐먹어?! 오므라이스?!"
정연 - "어허!"
채영 - "알았어...더럽게 틱틱거리네"
투덜대는 채영을 보고 정연이 노려본다. 눈이 마주친 채영은 가식적으로 씩 웃어보인다. 정연은 그녀를 한참 노려보다가 다시 밥숟가락을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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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 - "으아 잘먹었다"
채영이 입술에 묻은 케찹을 날름거리며 말했다. 미나가 채영이 먹은 식기를 정리하고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뉴스가 흘러나오지만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미나 - "으음..."
채영 - "왜?"
미나 - "아니야, 아무거또"
채영 - "뭐야 시시하긴"
미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코아 두잔을 타 모니터링을 하는 정연에게로 향했다.
미나 - "어때?"
미나가 코코아를 내밀며 묻는다.
정연 - "오, 땡큐"
코코아를 받아들고 후룩 한모금 마시는 정연. 그리고는 머리를 긁적이고 일시정지 시킨 뒤 대답한다.
정연 - "딱히...눈에 띄는게 없어...아직까진"
미나 - "흐으음..."
정연 - "뉴스는?"
미나 - "뉴스도...모 딱히..."
정연 - "그래? 잘되고 있네. 좋아 좋아"
미나 - "어제부터 모가 잘대고 이따는고야?"
정연 - "어, 곧 알게될거야"
미나 - "흐으음...아라써"
미나는 잔을 들고 다시 나와 소파에 앉았다. Tv에서는 여전히 지루한 뉴스가 한참이다. 미나는 결국 핸드폰을 집어 게임을 켠다.
그렇게 별일 없이 또 하루가 지나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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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채영 납치감금 4일차. 일찍 일어나 같이 아침식사를 하는 정연과 미나.
미나 - "조기 온니"
정연 - "왜?
미나 - "채용이 냄새가..."
정연 - "아...그러고보니 씻기질 않았네..."
정연이 국을 한숟갈 떠먹고 말한다.
정연 - "겨울이니까 괜찮겠지"
미나 - "그치만...좀...심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말하는 미나.
정연 - "으음...머리라도 대충 감겨야하나"
미나 - "으응...양치도 안시켜써꼬...그리고 속옷도..."
정연 - "골치아프네...어휴"
식사를 마친 뒤 채영에게 다가가는 정연. 채영은 아직도 자고있다.
정연 - "야 일어나, 씻으러가게"
채영을 발로 차서 깨운 뒤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일으킨다.
정연 - "아오 씨 뭔냄새야!"
채영 - "아 왜 지랄이야! 이꼴로 어떻게씻으라고!"
정연 - "며칠 안씻었다고 이런냄새가나냐?!"
채영 - "니년이 며칠동안 안씻어보던가"
정연과 미나는 꽥꽥대는 채영을 데려가 물이 받아진 욕조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채영을 씻긴다.
채영 - "그러느니 이 손 풀어주고 나 혼자 씻게 하지?"
정연 - "미쳤냐 널 풀어주게"
채영을 모두 씻기고, 속옷까지 갈아입힌 뒤 다시 거실에 나온 세 사람. 미나는 설거지를 하러 가고 정연이 채영을 바닥에 앉힌 뒤 묻는다.
정연 - "이제 슬슬 말할때도 되지 않았나?"
채영 - "뭐어르을?"
정연 - "니네 목적이 뭔지, 계획이 어떻게되는지, 어떻게하면 원래대로 돌아올수 있는지 말해"
채영 - "바라는게 너무 많은거 아니야?"
채영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한다. 정연이 그 말을 듣고는 몸을 숙여 채영의 얼굴을 맞대며 말한다.
정연 - "진짜 죽고싶어?"
채영 - "어이구 무서워라"
정연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선다.
정연 - "좋게좋게 말로할때 협조하는게 좋을거야, 어?"
채영 - "웃기고있네"
그렇게 말하고는 정연에게 훅 바람을 부는 채영. 정연이 어금니를 악 물며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채영이 자지러지듯 깔깔대며 웃는다. 정연은 짜증을 참으려 아랫입술을 악 깨물고 심호흡을 한다.
채영 - "아하하하하 멍청하긴 내가 뭐하러 니들한테 협조를해? 어짜피 늬들도 곧 바뀔텐데 멍청이들아! 쓸데없는 헛수고 하지말고 얌전히 기다리기나 하시지!"
정연 - "그래...죽어도 동료는 팔아넘길수 없다 이거지?"
채영 - "당연한거아니야? 아~! 너는 니 친구들 방패삼아서..."
채영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정연의 발길질이 채영의 몸에 꽃힌다. 꺽 소리를 내며 고꾸라지는 채영. 설거지를 끝내고 온 미나가 놀란다.
미나 - "온니!!"
정연 - "이게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채영이 괴로운듯 몸을 움찔거린다. 분이 풀리지 않은 정연이 채영의 머리채를 잡아챈다. 미나가 말려보지만 소용이없다.
정연 - "언제까지 입 다물고 있을수 있나 한번 보자, 응?"
채영 - "끄으윽...흐헤헤..헤헤..."
비열하게 웃는 채영. 정연은 채영을 노려보다가 내팽겨치고 다시 방으로 향한다.
정연 - "나 모니터링 할테니까 뉴스 틀어놔줘"
말을 남기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정연. 겁에질린 미나가 채영을 앉혀준다.
미나 - "갠차나??"
채영 - "챙겨주는척 하지마...너도 어짜피 똑같잖아"
악의 가득한 눈으로 미나를 노려보며 말하는 채영. 미나는 그런 채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tv를 켜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정연이 들어간 방으로 따라들어간다.
노트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있는 정연. 미나가 조용히 뒤의 침대에 앉는다.
노트북 화면에는 예능프로그램이 틀어져 있다. 이름표를 뜯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짜 트와이스멤버들이 놀이동산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미나 - "온니..."
미나의 부름에도 가만히 노트북만을 노려보는 정연. 미나가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살짝 들여다본다.
화면을 보고있는 정연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빨갛게 충혈된 흰자와 주먹을 꽉 쥔 두 손, 그리고 이를 악 물어 불룩 튀어나온 볼이 그녀의 기분을 짐작케 한다.
미나도 그런 정연의 기분을 알아챈듯 조심스레 다시 방을 빠져나온다. 미나가 나간 이후에, 정연은 참고있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웃고있는 가짜 트와이스, 그 모습을 볼때마다 정연의 눈물이 더욱더 거세게 쏟아져내렸다. 그렇게 소리죽여 한참을 울고나서야 겨우 다시 모니터링을 하는 정연. 무언가가 그녀의 뿌옇게 흐려진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연 - "어어...킁...뭐야..."
다시 돌려보는 정연. 빨갛게 충혈되고 부은 눈으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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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입니다. △△그룹 이충선회장이 200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삿돈 350여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오늘 아침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이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소파에 기대 뉴스를 보고있는 채영. 지루한지 하품을 쩌억 한다. 미나는 잔뜩 굳은 얼굴로 뉴스를 보고 있다.
채영 - "딴거보자. 재미없어"
채영이 고개를 돌려 미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미나는 아무 반응 없이 가만히 뉴스만 볼 뿐이다.
채영 - "야, 말 안들려? 딴거 보자고"
- 한편 검찰은 추가적인 증거확보 및 조사를 위해 △△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채영 - "아이씨 진짜!"
-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새벽 안산에 위치한 공장단지 기숙사에서 화재가 일어나 자고있던 근로자 3명이 숨지고 12명이 화상을 입거나 크게 다쳤습니다. 이번 화재로...
채영 - "야!! 내말 안들리냐고!!"
미나 - "조용히 해"
가만히 있던 미나가 입을 열었다.
미나 - "이제 그만 땡깡피워..."
채영 - "뭐? 갑자기 왜이래?"
미나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한다.
미나 - "너...너무 심해써..."
채영 - "뭐가 심했다는거야"
미나 - "아무리...아무리 그래도...니가 채용이 모습 하고 이쓰니까...그래도 잘 해주려고 핸는데...도저히 안대게써..."
채영이 그 말을 듣고 기가차다는듯 하 웃는다.
채영 - "누가 진짜취급 해달래? 웃기는년들이네 이거. 애초에 사람 납치해놓고-"
미나 - "채용이를 먼저 납치한고는 너자나"
미나가 채영의 말을 끊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나 - "그래...오짜피 너는 가짜니까...잘해줄 필요도 업써찌...구지 협조해달라 할 필요도 업꼬..."
채영은 그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하하 웃고는 바닥에 다시 털썩 드러누웠다.
채영 - "멀쩡한 사람 납치해서 꽁꽁묶어놓는걸로도 모자라 이제 개무시하겠다?"
미나 - "무시당하고 십지 아느면...채용이 돌려내"
채영 - "그렇겐 못하지"
미나 - "그럼 나도 더이상 너에게 잘해줄수 업써"
단호한 미나의 태도. 방금전 있었던 일과 정연의 모습을 보고 미나도 마음을 굳힌 듯 하다.
채영 - "좋을대로 해. 이깟 뉴스가 뭐라고. 아무것도 없구만"
채영은 쳇 소리를 내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앵커의 마무리 멘트가 끝나고, 뉴스가 끝났다.
미나 - '아무것도 없는..언니는 왜 뉴스만 틀어놓으라 한거지...'
골똘히 생각하는 미나. 그저께, 어제 그리고 오늘 사이 뉴스에선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눈이 와서 사고가 났다거나, 알지도 못한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잡혔다거나...도통 어려운 것들 뿐.
그러다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영에게 시선이 꽃힌다. 채영은 벌렁 드러누워 발가락을 꼼지락대고 있었다.
Tv에서는 다른 뉴스가 흘러나온다. 헤드라인은 역시나 높으신분들이 조사를 받고, 누가 잡혀들어가고, 사고가 나고...
몸이 묶여 꼼지락거리는 채영, 흘러나오는 뉴스, 꼼지락거리는 채영, 별다를것 없는 뉴스, 재채기를 에취 하는 채영, 어제와 오늘 다를것 없는 뉴스...채영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라던 정연의 말...
미나 - '잠깐...'
미나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란다.
미나 - "아아아아!!!"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는 미나. 채영이 흘끔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tv를 본다.
미나 - '그치만...그게...무슨 도움이...'
다시 생각에 잠긴 미나.
미나 - '이게...무슨도움이 되는거지...정연언니는 무슨생각을 하고있는거지...'
이때 방문이 열리고, 정연이 걸어나온다.
정연 - "미나야, 잠깐"
손짓하는 정연. 미나가 방으로 들어간다.
방 문을 잠그고, 혹시 들릴까봐 조심스레 말하는 정연
정연 - "단서...찾은것 같애"
미나 - "에?! 진짜?!"
정연 - "으응...확실한건 아닌데...한번 봐봐"
코를 훌쩍거리며 영상을 재생시키는 정연. 아까 그 뛰어다니며 이름표를 떼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영상속에는 한 팀이 된 이광수와 사나, 다현이 같은 팀으로 되어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는 세 사람. 어느 건물 앞에 멈춰선다.
광수 - "여기 한번 찾아보자!"
세 사람이 들어가려는데, 다현이 입구에서 무언가를 보고 흠칫 하고 당황한듯 하더니 사나를 잡아끈다.
다현 - "오빠 저희는 다른곳 찾아볼게요!"
광수 - "어? 그래! 그럼 저쪽 찾아봐!"
광수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다현과 사나가 옆으로 뛰어간다.
정연이 일시정지를 시키고 말을 건넨다.
정연 - "어때?"
미나 - "어...."
미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정연이 다시 앞당겨 재생 시킨다.
세 사람이 건물 앞에 도착하고, 다현이 흠칫 하고, 사나를 잡아 끈 뒤 광수가 들어간다.
미나 - "에...설마...아니 그치만..."
정연이 허무한 듯 하하 웃는다.
정연 - "역시 수상하지?"
다현이 보고 당황한 그 건물의 안내판. 그곳에 써있는 건물의 이름.
-거울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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