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도 광주에서 초중고 대학까지를 마치고 서울의 한 사립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전임 자리가 없어 시간강사로 돌아다니던 지인이 있었다.
어떤 모임에서 뒷풀이를 하고, 7명의 회원들이 우루루 내 집에 놀러왔다. 다들 술 마시면서 웃고 떠들다가, 야! 집좀 구경시켜 줘~~
그래서 먼저 서재로 데려감. 각자 흩어져서 관심 분야의 책을 곧바로 뽑아서 읽는거야. 시끌벅적하던 집이 순식간에 조용~~
이윽고..누군지 한 친구가 이거 책좀 빌려가서 읽고 돌려줄게..해서 그러라고 했지. 그러자 다들 너도나도 빌려 달라해서 다 승락했더니 졸지에 30 여권 빼감.
그 중에 광주 출신 시간강사는 미쉘 푸코의 책만 네 권 빌려갔다.
약 4주만에 책 잘 읽었다면서 26권이 돌아왔는데, 혹은 혜존 혹은 증정 이란 한자어가 적힌 자기 저서를 선사하기도 하고, 혹은 내가 좋아하는 우주론에 관한 책도 선물 받았고.
근데 이 광주 출신 강사만 책을 안 돌려 주더군. 슬쩍 다 읽었노 했더니 한권 빼고 다 읽었대.
"응. 그래? 어땠노?"
이걸 듣고도 대답이 없더라.
근데 내 성격상 노골적 혹은 직접적으로는 돌려달라고못 하거든. 그냥, 읽은 책이 어땠는지, 어느 견해가 와 닿았니? 정도만 물으면서 은근히 이제 그만 책을 돌려 달라는 시위를 했지.
그렇게 석 달이 지났다. 내가 굉장히 기분 나빠하고 있고 속앓이 하는 걸 그간 지켜보던 마눌이 미친 척을 하더군.
정기 모임후 예전처럼 내 집에 또 회원들이 모였다.
부산 출신인 마눌이 갑자기 강한 부산 사투리로
그 광주 출신 강사한테 웃으면서 농반 진반으로
"모하멘~(?) 처벌 받지 않으려면 노동해야제. ㅎㅎ 저희 집 잔디 좀 깎아주세요"
라고 했는데도 광주産 친구는 책을 계속 돌려주지 않았다. 뭐 시간 강사니까 책 살 돈도 없었을테고...그냥 책 잃어버린 걸로 치고 잊기로 했다.
그렇게 8개월 정도는 지난 것 같다. 어느날 알게 됐다. 그 친구가 지방에 전임 자리를 하나 얻었다고.
그렇게 그 친구는 지방대로 떠났고, 미쉘 푸코도 떠났다.
■라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원래 인식이 안 좋다.
■그런 편견을 알기에 호남인은 더 살갑게, 더 친절하게 다가온다. 과잉보상.
■그러다, 이득의 기회가 보이기만 하면, 평소 억압됐던 恨이 폭발,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그 이득을 쟁취하려 든다.
뭐, 이렇게 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
(후기) 2년 후 그의 집에 초대 받았을 때 서가에 버젓이 자기 책인 것처럼 내 책 4권이 꼽혀 있는 걸 발견했다. "가끔은 지식도 권력을 벗어나야 돼~ " 하고 그 친구에게 윙크 했다. 2년만에 내 책을 되찾았지만, 참 이상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눌은 책 돌려 달라고 단도직입, 말 못하는 내가 더 이상하다고 한다.
그 후, 누구를 만나든 전라도 출신이란 걸 알면 좀 긴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