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저자를 명에훼손 혐의로 고발하려 한다는 JTBC 보도에 깜짝 놀란 모스크바의 한 러시아인 대학생이 자기 스스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검색하여 들어본 직후 자기 귀에는 러시아 국민이 애창하는 군가로 들린다며 지난 5월 25일 나에게 Священная Война (Sacred War) 를 보내 주었다. 정확한 노래 제목이 생각날 때까지 우선 비슷한 군가를 들어보라는 것이었는데, 과연 그 노래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곡인 <남조선 민족해방전선>의 군가 '전진가' 곡과 거의 똑같았다. 나와는 막역한 사이로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해 나에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친구는 어제 (5월 31일) ‘임을 위한 행진곡’과 곡조가 같은 러시아 군가 제목이 생각났다며 Три танкиста 를 들어보라고 했다. 한국어로 표기하면 '뜨리 탕기스따'인 Три танкиста 는 "세 대의 탱크"라는 뜻으로 러시아 T-34 탱크 부대 군가였다. 그런데 지금은 러시아가 1945년 8월 T-34 탱크 부대를 앞세우고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것을 기념하는 노래로서 러시아 전 국민 사이에 애창되고 있다.
 

 

이 노래의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 이렇다. 부동항이 필요했던 러시아군이 한반도를 향해 남하하다가 1904년 노일전쟁이 벌어지고 만주에서 러시아군이 패배하였다. 제정러시아가 공산주의 혁명을 막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 러일전쟁 패배였을 만큼 이 패배는 러시아에 치욕적이었다. 1930년대에 러시아가 다시 군사강대국으로 발돋음하자 스탈린은 만소 국경지대에 소련군을 집중 배치시켰고, 이에 대응하여 일본도 만주국에 주둔 허가를 얻어 압록강변까지 이어지는 만소 국경지대 관동군을 주둔시켰다.


1945년 연초에 미군이 남양군도에서 승승장구하자 4월 포츠담 회의에서 소련의 태평양 전쟁 참전을 요구하였을 때 스탈린은 미군이 서울에 폭격하면 참전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즈음 일본 본토 방어를 위해 일본은 관동군 주력부대를 모두 빼내 남양군도로 이동시켰는데도 여전히 소련군은 주춤하고 있다가 러시아의 모든 열차를 동원하여 T-34 탱크들을 만소국경으로 이동시킨 후 8월 9일 갑자기 선전포고하고 만주의 관동군을 공격하였다.


관동군에는 기마병들이 있었지만 T-34 탱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고, 소총도 칼도 무용지물이었다. 일본군이 벽에 숨어 전선을 사수해도 벽을 무너뜨리며 파죽지세로 돌진하는 T-34 탱크 부대 앞에서 관동군 전열은 무너지고, 혼란 속에 후퇴하던 관동군 병력은 차와 무기를 버리고 강을 건너는 후퇴 작전의 실수로 궤멸되고 말았다. 1905년의 러일전쟁 패배로 무척 자존심이 상해 있었던 러시아인들에게 이것은 통쾌한 승리였으며, 그래서 그 통쾌한 승리를 기념하고 있다. 

 

자, 그럼 여기서 이 노래를 '임을 위한 행진곡'과 비교해 보자.
 

 

러시아 탱크부대 군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곡은 기본적으로 같다. 북한이 <남조선 민족해방전선>에 지원해 주었던 테이프를 광주운동권이 입수하여 듣고 악보에 옮길 때는 100프로 똑같을 수는 없다. 더구나 러시아 탱크부대 군가에는 여러 변주곡이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그 중 한 변주곡이지만 이 노래가 엄연히 군가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5.18사기꾼들이 흔히 하는 주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작곡된 노래라는 것이다. 그런데 군가로 결혼식 축가를 작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날 운동권이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군가를 부르는가?

러시아에서 탱크부대 군가를 국민가요로서 보급하는 이유가 있다. 북한과 남한에서 5.18 교육을 강조하는 것 훨씬 이상으로 러시아에서는 제2의 러일전쟁이었던 1945년 전투에서의 러시아군의 승리를 강조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전국이라는 교육 내용이 유럽사 전체 교육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러시아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Три танкиста 를 배우는 것이다. 그 한 에가 지난 2013년에도 한 여성 가수가 한 축제 콘서트에서 이 군가를 부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러시아제 T-34 탱크 위력 찬미가는 러시아 소녀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노래이다. 그 한 예로 변주곡 Три танкиста Ангелина Пиппер День победы 가 있다.

 


이렇듯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곡은 러시아인들이 70년이 넘도록 애창하여 온 러시아 국민가요이다. 원래 T-34 탱크 부대 군가인 이 노래가 이처럼 러시아의 국민가요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 곡조가 러시아 국민들에게 신명나는 곡조이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껏해야 러시아 공산당 군대의 군가 Три танкиста 의 한 변주곡일 뿐이다. 6.25전쟁 직전 북괴군이 T-34 탱크로 남침 훈련을 받을 때 러시아 교관으로부터 이 노래를 배우며 훈련받았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6.28전쟁 초기에 러시아제 T-34 탱크의 위력 앞에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렇듯 T-34 탱크는 우리에게는 적국의 탱크였는데, 우리가 T-34 탱크 찬미가의 곡으로 만들어진 노래를 국가행사 지정곡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위키벡과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하여 1981년 작곡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 노래가 창작이어야 작곡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982년 2월에 황석영이 이 노래 테이프를 처음 제작하였을 때는 작사, 작곡을 모두 자기가 한 것처럼 발표하였다기 나중에 이 노래가 아주 유명해지니깐 당시 전남대 상대 학생이었던 김종률이 작곡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광주사태 이후에 이 노래가 작곡된 적이 없었다. 이 노래는 광주사태가 일어나기 2년 전에 이미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군가로서 만들어져 있었다. 박치음이 나중에 1980년에 가사만 김남주의 반미 시로 바꾸었을 뿐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군가로서의 '전진가'는 이미 광주사태가 일어나기 2년 전에 만들어져 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윤상원이 죽은 지 2년 후에 만들어졌는가? 아니다. 일본 관동군과 일전을 벌이던 러시아 탱크 부대 군가는 우리나라가 해방되던 1945년부처 이미 있었던 곡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한 전투를 위한 탱크부대 군가가 지금은 러시아 소녀들이 부르는 민요로 변주되었다는 점이다. 그 한 예를 우리는 러시아어 만화영화 탱크 소녀에서 본다.

 


러시아 민요조의 러시아 탱크 부대 군가는 중국 여군이 행군할 때 부르는 전진가에도 영향을 주었다.

 


1978년 <남조선 민족해방전선>이 장차 광주사태를 (무장봉기를) 일으키겠다며 만든 전진가의 변주곡은 오늘날 박치음 작곡하고 안치환이 부른 전진가로서 보존되고 있는바, 중국 여군 전진가와 곡이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곡이 박치음의 '전진가'이다. 황석영이 가사를 만들고, 김종률이 그 가사에 맞게 곡을 작곡한 것이 아니다. '전진가' 곡은 이미 옛날부터 있었다. 황석영이 '전진가' 곡에 맞는 시를 이 시집 저 시집 뒤적여 찾다보니 백기완의 장편시 '묏비나라'가 적합하여 그 일부를 베껴 가사로 붙였던 것이다. 그러면 백기완은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그 시를 지었는가? 아니다. 백기완은 광주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에 그 시를 썼다. 그래서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 배경에 대한 위키백과의 기록은 새빨간 거짓말이요, 순 엉터리인 것이다.


왜 북한의 5.18 영화 '님을 교향시'에서 남한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였는가? 러시아 군가 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곡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곡이 아니었다. 김일성도 소련 장교 시절 러시아 군가를 불렀었으며, 또 러시아 군가가 창군 초기의 북한의 군가 형성에 영향을 미쳤으며, 북한의 노래들 중 전진가 풍의 노래들이 많이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곡 Три танкиста  는 더 이상 숨어있는 러시아 군가가 아니라, 이미 널리 보급되어 지금은 러시아에서는 삼척동자도 아는 민요요, 국민노래이다. 한국 운동권이 러시아류(流)로서 러시아 탱크부대 군가를 애창한다고 설명하면 혹 러시아인들이 이해해 줄지 모른다. 그런데 만약 한국 운동권이 러시아 탱크부대 군가 곡을 한국 국가행사 지정곡으로 삼으려 한다고 하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왜 굳이 그런 날도둑보다 더한 표절로 국가 망신을 시키려 하는 것인가?


최근 한겨레신문이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이 석사논문 표절을 파헤쳐 보도하였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 한겨레신문 기자들에게는 황석영이 러시아 탱크 부대 군가를 표절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든 경위에 대해서는 소상하게 파헤쳐 볼 의향은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또 자신의 페북에서 허위사실 유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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