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은 명감독인가?

지금 단정하기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김성근은 확실히 명감독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의 명성, 과거에 통했던 방식만을 절대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거니와 야구 같은 상명하복의 세계에서 최고지도자 감독의 역량은 팀의 지금은 물론 미래에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본야구계의 명감독 노무라 카츠야는 감독의 임무는 "육성"이라고 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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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에서 이기는 것은 코치들이 할 일이고 감독은 선수들을 육성시키는 자리이다."



그러나 김성근은 결과에만 집착한다. 마치 좋은 성적만 내면 일류감독이 되는 것인양.

하지만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오치아이 히로미치 전 주니치 드래곤즈 감독은 같은 결과지상주의라 해도 관점은 김성근과 다르다.

8년간의 감독 생활을 통해 4번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달성한 명장 오치아이의 관점은 역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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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도 어디까지나 선수 개개인에게는 각자 그들의 인생이다. 선수들이 각자 후회없는 현역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감독의 임무이다.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개인 기록에만 신경써라. 각자 자신의 개인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팀도 강해진다. 그리고 팀의 승패는 나에게 맡겨라"


차가운 독재자로 보이는 오치아이는 선수 기용에 있어서 철저하게 코치들과 선수들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욕이 있는 선수를 내보내야지."

가혹할 정도의 훈련량으로 유명하던 오치아이의 주니치 드래곤즈였는데 오히려 그 8년간 혹사 논란은 없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야구는 심리의 스포츠라고 한다. 개인의 각오나 의욕으로 상당 부분 전력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노무라 카츠야는 퇴물 소리를 듣던 선수들을 다시 활약하게 만드는 일로 유명하여 별명이 '노무라 재생공장'이었다. 그것은 노무라 감독이 그만큼 선수들 개개인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법을 숙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노무라 감독은 인간은 세가지 타입이 있다고 했다.

논리로 움직이는 인간, 감정으로 움직이는 인간, 포상으로 움직이는 인간.

논리로 움직이는 인간은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면 이해한다.

감정으로 움직이는 인간은 동기부여가 제일 중요하다.

포상으로 움직이는 인간은 성과급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다만 어느 타입도 '공정함'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가 감독의 판단에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정함이란 어떻게 확보하는가? 제일 기본적인 조건으로는 감독과 코치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이 중간관리자인 코치를 내버려두고 선수하고 지나치게 직접 접촉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직접 민주주의가 최선의 방법이 아니듯이 전문성이 있는 중간관리자들의 의견은 반드시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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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감독이었던 나카하타 키요시는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꾀했지만 정작 그의 주변에는 신뢰할만한 코치들이 없었다. 코치들을 1년 계약으로 매년 교체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DeNA는 한번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김성근과 마찬가지로 나카하타 또한 감독의 카리스마에 지나치게 의존했었다.




오치아이 감독은 "노무상(노무라 감독)의 관점과 나의 관점은 같다. 다만 노무상은 선수들에게 생각할 것을 먼저 주문하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연습할 것을 먼저 주문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오치아이 감독은 자신의 코치들을 두고 "그들은 최고의 코치진이었다. 특히 (수석코치이자 투수코치인 모리 시게카즈) 시게짱이 코치를 그만두면 나도 감독을 그만둘 것이다. 왜냐하면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니까"하고 말하며 그와 동고동락한 코치진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오치아이 감독이 시게짱이라 부르던 모리 시게카즈 수석코치는 오치아이로부터 투수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았다. 오치아이는 모리 밑에 여러명의 투수코치를 두어 각자 자신이 맡은 선수를 얼마나 잘 육성하는지 평가를 매겼다. 한명의 코치가 담당하는 선수의 수를 줄임으로서 코치들이 선수의 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오치아이 시절의 주니치는 선수층 뿐만 아니라 코치층이 두텁기로도 유명했다. 오치아이가 선수가 잘되고 안되고는 코치에게 달렸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치들의 업무량도 많았지만 동시에 감독의 신임도 대단했다. 오치아이 감독 자신은 타격과 내야 수비 훈련에만 집중했다. 오치아이가 주루, 포수, 투수 등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분야에 간섭하는 일은 일절 없었다. 오로지 선수의 완성도로만 코치들의 능력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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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시게카즈 수석코치와 오치아이 감독. 모리는 "나는 감독의 그릇이 아니고 코치에만 적합하다"며 감독 제안을 거부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오치아이는 "시게짱이 감독을 맡으면 나를 타격코치로 초빙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치들과 감독의 단결은 팀 전력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일화는 바로 2015년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우승 확정 직후의 일이었다.


야쿠르트가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기쁨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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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나가는 순간, 덕아웃에서는 마나카 미츠루 감독과 그를 보좌하던 코치들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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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카 미츠루는 2015년 처음 감독이 된 신임 감독이었다. 그는 현역 시절의 자신의 팀메이트들을 코치로 데려와 팀을 꾸렸다. 문제는 그 코치들도 지도자 경력이 짧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감독과 코치들은 수시로 만나 의견교환을 하면서 팀의 정보를 공유하고 선수 육성에 대한 뜻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신임 감독과 초보 코치들이 얼싸안고 우는 모습은 이들이 얼마나 동고동락했는지 짐작케 한다.


야쿠르트는 2014년도 리그 꼴찌를 기록한 팀이었기 때문에 압도적인 전력으로 독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팀이 부진에 빠져도 감독과 코치들은 긴밀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곧바로 파악해내고 어떤 선수가 더 컨디션이 좋은지 곧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야쿠르트의 수평적인 팀문화는 시즌 후반부에 뒷심을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스로를 노무라 카츠야 야구의 계승자로 자처하는 마나카 감독은 야쿠르트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투수 혹사를 고치기 위해 고심했는데 이 과정에서 투수들의 의견을 직접 물었다. 마나카 감독은 투수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마나카 감독은 투수 한명이 던지는 공 수 자체를 줄인다는 것을 절대 과제로 놓고 중간계투진을 대폭 늘렸다. 그리고 투수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등판 전 몸풀기로 공던지는 루틴을 아예 생략하기로 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작은 일화에 지나지 않고 야쿠르트의 우승은 역시 감독과 코치들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만 가능했던 것이다. 이를 본받아 새 한신 타이거즈 감독으로 부임한 카네모토 토모아키 감독도 현역시절 자신의 후배들로 코치진을 대폭 강화했다. 코치들과 감독의 협력은 절대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코치들과 감독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이 선수들에게 알려지면 선수들은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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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모토 토모아키(김지헌)



카네모토 감독은 자신은 선수들에게 투지를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카네모토는 현역시절 '철인'으로 불릴 정도로 투지가 출중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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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손목뼈가 골절된 상태에서 한손만으로 안타를 치는 경이로운 모습. 카네모토의 투지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짤이다.



한신 타이거즈는 뛰어난 내야수 출신이었으나 극단적인 방임주의를 내세웠던 와다 유타카 감독 시절, 선수들의 연습량 부족과 꾀병 문제가 대두되었었다. 그리고 한신은 독종으로 소문난 카네모토를 감독으로 맞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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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네모토식 개혁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일화로 인용되는 이것. 데드볼을 정강이에 맞은 선수에게 "맞은 부위는 뼈냐, 살이냐?"고 물었고 선수는 "살입니다! 괜찮습니다!"고 대답했다.



노모 히데오와 스즈키 이치로를 발굴한 명장 오기 아키라는 '코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상과 다른 선수는 무조건 고치려고 한다. 그러나 코치의 눈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실적을 내는 선수는 그 자체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흑묘백묘론과 비슷한 사상을 펼쳤다. 그리고 코치들이 놓쳤을 수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는 것이 감독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기 감독에 의해 발탁된 노모와 이치로는 오기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였다. 오기 감독과 노무라 카츠야 감독은 둘다 약팀을 강팀으로 만든 일 때문에 명장으로 불린다. 그리고 약팀이 강팀이 되는 비결은 비싼 선수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묻혀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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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약팀이다. 약팀이 강해지려면 선수 발굴과 선수 육성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김성근이 자꾸 비싼 선수를 사와서 전력 보강을 하려는 것은 선수들의 육성에 관심이 없고 단기적인 성적내기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즉, 일본의 여러 사례들을 종합하여 보면 기술적인 것은 코치들이 담당하고 팀컬러나 정신적인 것은 감독이 담당하는 것이 강팀의 조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김성근은 자신이 전지전능하다는 착각에 빠져 모든 것을 자신이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그 증거로 코치가 이탈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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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치아이 감독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김성근의 제일 큰 문제는 그 인상이다. 오치아이는 감독의 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차례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감독의 얼굴을 쳐다보며 시합을 한다. 감독이 조금이라도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면 선수는 기가 죽어서 제대로 플레이 할 수 없다."


노무라 카츠야도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감독은 캠프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선수를 무시해야 한다고. 선수를 무시함으로서 감독에게 잘 보이려는 풍조를 막고 덤덤하게 연습에 몰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보면 '야신'이라고 띄워주는 순간부터 김성근의 몰락은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지도자가 '신'이 되어서 일이 잘풀리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마나카 감독처럼 약간 띨빵해도 마음이 열린 지도자가 더 뛰어난 감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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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카 감독의 띨빵함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짤. 드래프트 회의에서 고교계 거물타자 타카야마 슌을 놓고 팀들이 경합을 벌였는데 여기서 마나카 감독은 교섭권이 없었는데도 마치 교섭권을 획득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러나 실제 교섭권을 뽑은 사람은 한신의 카네모토 감독) 나중에 마나카 감독이 착각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동한 웃음거리가 되었고 야쿠르트의 코치들은 머리를 싸맸으나 마나카 감독은 머쓱해하는 기색도 없이 "알고보니 아니었더라고" 한마디로 끝냈다. 코치들은 "그런 점이 마나카 감독의 좋은 점이다. 감독의 마음이 열렸으니까 팀이 부진해도 (불쾌감을) 오래 끌지 않으며 자유롭게 의견도 제시할 수 있다"고 오히려 감독의 덕(?)을 칭송했다.





세줄요약

1. 김성근 자네는

2. 신이 아니야.

3. 인간으로 돌아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