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첩단에 진보당 통합과정 지침 "늦어도…"


2011년 8월 25일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현 대검 공안기획관)이 간첩단 왕재산 사건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주사파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북한의 지령으로 만든 왕재산은 민노당과 민노총 인사 포섭을 시도하고, 군사관련 정보도 북측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북한 대남공작기구 225국이 2010년 7월부터 5차례 보낸 지령문 입수

종북 논란 대응법 - "지난 시기 종북 있었다면 개별 사람들의 성향이다… 보수 정치인 중에도 있다"

진보진영 통합 - "노회찬 같은 종파기회주의 어떻게든 제압해야 한다

사회주의 이상 계승 대신 진보적 민주주의를 진보통합 강령으로 삼아라"


"진보신당 안의 종파기회주의자들이 민주노동당에 '북핵, 인권, 세습 등을 비판하라'고 하면 '종북(從北)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었다'고 그들에게 강력한 공세를 들이대면서…."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225국이 작년 3월 간첩단 왕재산의 총책 김덕용(49)씨에게 '진보대통합당 건설 추진문제'와 관련해 보낸 지령의 내용이다. 225국은 왕재산에 6·2 지방선거 직후인 2010년 7월부터 작년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민노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통합'의 행동지침을 담은 지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지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로 열린 왕재산 재판과정에서 공개됐다.

◇종북(從北) 논란 대응법

'진보진영' 내의 종북논란은 해묵은 얘기지만 2008년 민노당에서 진보신당이 갈라져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통합진보당 내의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파문도 결국 당내 주사파들의 종북 문제가 갈등의 뿌리라는 지적이 있다.

225국은 작년 3월 "진보대통합당 건설과정에서 민노당의 명칭을 견지하다가 양보하면서…이럴 경우엔 '본사'(225국을 지칭하는 은어)에 문의하라"면서 "진보신당 종파기회주의자들이 북한당국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상대로 대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북한을) 존중'이라는 말이 없어도 용납할 수 있다"고 지령했다.

225국은 또 "진보신당이 '북핵, 인권, 세습을 비판하라' '종북, 친북을 성찰하라'는 것에 대해 우선 '진보는 곧 반자주, 반북, 반통일이어야 하는가'라는 논리로 공세를 들이대면서, 한편으로는 '지난 시기에 종북이 있었다면 개별적인 사람들 성향이다. 보수 정치인 가운데서도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라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령했다.

지령문에는 또 "여타 세력들이 '패권주의'를 걸고 드는 것에 대해서는 분파주의 불허 원칙을 기어이 관철시켜야 한다"고 돼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공동정부론

225국은 "조승수 등 악질종파분자들의 교활한 책동을 민노당 밖의 개별적 인사들이 직접 때리는 것도 필요하다"며 "통합파와 독자파의 내분과 갈등, 40억원 채무 등 위기상황을 볼 때 진보신당 고사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늦어도 10월 이내에 대통합진보당을 완성하고…"라고 지령했다. 이어 "작년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때 (출마한) 진보신당 노회찬 같은 종파기회주의적 책동을 못하게 어떻게든 제압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령에는 또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말도 등장한다. 작년 6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논의 때 민노당은 기존 강령에서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한다"는 문구를 빼고,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 건설"이라는 말로 대체하는 안(案)을 냈다. 225국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한국민중과 변혁운동의 현실적 요구를 정확히 담고 있는 가장 독창적인 것이며 세계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보다 더 좋은 이념이 없다"며 "'진보적 민주주의' 표현을 그대로 견지하기 어려운 정말 부득이한 경우에는 자주, 평등, 반전평화, 민주적 변혁 등 내용들이라도 기어이 관철시켜야 한다"고 돼 있다.

225국은 민주당 등과의 '민주연립정부 구성안'에 대해서는 "연립정부 구성이 아니라 국회 의석을 양보받아내는 것, 정책적 담보를 받아내는 것 등 연대방안들을 연구하고 토론하라"며 "지방자치단체별로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시험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령했다.

225국은 국민참여당에 대해선 "비정규직법,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발기 추진, 한나라당과 대연정 주장 등 노무현 정부 시절 과오들을 공개반성하면 진보대통합당에 참여시킬 수 있다"고 했고, 조국 서울대교수 등이 이끄는 '내가 꿈꾸는 나라'에 대해선 "대중을 분열시키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225국

북한의 대남공작기구로, 2009년까지는 노동당 대외연락부라는 명칭이었다가 내각 소속으로 바뀌었다. 공작원 남파는 물론 남한 내 지하당 조성, 주요인사 포섭 활동을 한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의 핵심으로 의심받는 이석기 당선자가 과거 소속됐던 남한 내 북 지하당인 민혁당도 225국의 전신인 대외연락부 지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23&aid=0002393675&date=20120517&type=1&rankingSectionId=100&rankingSeq=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