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과서를 배회하는 마르크스의 유령들

http://blog.naver.com/bhjang3/220556153325


조광형 기자theseman@empal.com

최종편집 2015.12.01 08:49:49

글: 2015년 11월 16일 장신대 부교수 김철홍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왜냐하면 지난 10월 17일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청소년 2차 거리행동”에 참가한 김포 통진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전00 학생(이하에서 ‘통진 소녀’라고 부르기로 하자)이 위의 질문에 대해 매우 정확하고 적절한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마친 뒤 미디어와 촬영한 인터뷰 동영상에서 통진 소녀는 기자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말하자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지금 이 동영상을 보고 계신 분들이 강력한 힘을 가진 부르주아 계급일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입니다. 하지만 사회구조와 모순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혁명) 뿐입니다.”

유튜브(Youtube) 동영상에 있는 통진 소녀의 겉모습만 놓고 보면 프롤레타리아보다는 외려 부르주아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본인이 자신을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고 주장하므로 우리가 그 주장을 거부할 수는 없다.

내가 쓴 첫 번째 글에서 나는 검인정 교과서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산주의 역사관의 용어들이 학생들에게 유물론적인 역사관을 심어준다고 주장했고, 두 번째 글에서 유물론적 역사관은 결국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이행(移行)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학생들에게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통진 소녀는 나의 주장이 옳았고, 박영 학생의 낙관론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서 걸어 다니는 증거다. 

굳이 대단한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박영 학생과 통진 소녀가 만났을 경우 아래와 같이 묻고 대답하는 장면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박 영: “단순히 나열된 단어들과 좌편향된[?] 시야가 과연 중고등학생들의 역사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통진 소녀: “네, 영향을 줍니다. 저를 보시고도 모르시겠어요?”

박 영: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도 해석하지 못 한 부분을 중고등학생들이 그 뜻을 파악하고 해석하여 계급투쟁을 꿈꾸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일으켜야겠다는 의식화 교육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통진 소녀: “네, 가능합니다. 오빠는 지금 중고등학생의 이해능력을 우습게 보는 거 같은데요? 저는 교과서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석하고 있고, 계급투쟁을 꿈꾸며, 프롤레타리아 혁명만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고 있어요, 오빠.”

박 영: “좌파 지식인들이 의도한 의식화 교육이 실패나 마찬가지란 소리입니다. 왜 그럴까요?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그것을 해석할 시간적 여유와 심화적인 학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의 교육은 철저한 입시위주의 교육이지, 그런 스스로 생각을 할 시간과 수업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통진 소녀: “그렇지 않아요, 오빠. 스스로 생각할 충분한 시간과 수업이 제공되고, 심화된 학습이 이미 잘 되었어요.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은 김철홍 교수가 아니라 오빠예요.”

박 영: “이념전쟁은 끝이 난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서 자라난 저와 같은 20대는 아무리 자본론을 연구하고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혁명을 꿈꾸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이미 맑시즘의 한계와 효용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시대가 체득하게 해주니까 말이죠.”

통진 소녀: “이념전쟁이 끝났다고요? 누가 그래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의 전쟁은 지금 진행형입니다. 마르크시즘의 효용은 제가 저절로 체득하게 된 게 아니죠.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주셔서 아는 겁니다. 참고로 저희 학교 역사 선생님 두 분은 전교조 소속 이예요. 마르크시즘의 한계라고요? 그런 건 없어요. 혹시 오빠도 ‘강력한 힘을 가진 부르주아’?”


나는 개인적으로 통진고등학교 일부 선생님들께서 범한 실수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 분들의 실수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사상 교육을 시킨 것이다. 고구마를 적당히 구워야 하는데, 너무 많이 구워서 타버렸다.







(무진장 추가: 미치겟네. 진짜 나보다 조금 어린 군대 내 동기가 지도 20사단 이면서 올레TV에 나오는 꽁짜영화 화려한 휴가보고 5.18 선배들을 욕했다.

역사의 진실을 알고 선량한 시민들은 제치고, 이북 폭도들에게 분노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ㅠㅠ

그때 "북한남파공작원도 내려왔어" 했는데도 못밑는 눈치 나는 착하게 생각해서 차마 나한텐 욕은 못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