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보트피플 '생명의 은인' 전제용 선장

11일 밤 8시 KBS 스페셜 '전 선장과 96인의 난민들' 방영
2009-10-10 [09:10:00] | 수정시간: 2009-10-12 [14:28:39] | 14면
▲ 전제용 선장은 19년 만에 자신이 구해준 베트남 난민을 머나먼 미국 땅에서 만났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나는 그저 건져 올렸을 뿐이죠." 'KBS 스페셜'이 올해 유엔난센상 후보에 올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전제용 선장의 이야기 '전 선장과 96인의 난민들' 편을 방송한다. 1TV 11일 오후 8시.

1985년 11월 14일. 전 선장은 인도양에서 참치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다 말라카 해협에서 조그만 배를 목격했다. 쌍안경으로 확인해보니 베트남 보트피플이었다. 그는 일단 간부 선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만난 보트피플. 전 선장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까. 

그는 배의 속도를 늦춰 사람들을 배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10명 정도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구조해 보니 모두 96명이었다. 임산부와 어린 아이, 지뢰 사고로 발목을 잃은 부상자까지 섞여 있었다. 당장 선원을 포함해 120명의 잠자리와 먹을거리가 문제였다. 

구조 사실을 알리자 회사에선 부정적인 답신이 왔고, 난민 입국을 거부하던 국내외적 상황을 생각하니 전 선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그는 96명의 목숨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기꺼이 모든 책임과 위험을 떠안았다.

당시 구조된 사람 가운데 한 명인 피터누엔 씨는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사로 새 출발했다. 그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배 위에서 전 선장이 보여준 배려와 우정을 잊을 수 없어 당시 일기와 사진, 신문 기사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한국인을 만날 때마다 전 선장을 찾기 위해 매달렸다. 


결국 피터누엔 씨는 지난 2004년 LA 공항에서 19년 만에 생명의 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미국 내 한인 사회와 베트남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전 선장의 용기 있는 행동이 알려지며 양국 교민들이 우정과 애정을 쌓아나가는 계기가 마련됐다. 

지금도 피터누엔 씨는 월요일마다 점심 도시락을 마을 노인들에게 배달해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전 선장처럼 자신을 도와준 분을 위해 은혜를 갚고 앞으로도 사랑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 선장은 현재 경남 통영에서 멍게 양식업을 하고 있다. 그는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가져다 준 24년 전의 일로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인도주의적 실천이 개인을 넘어 또 다른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파헤쳐본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