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때때로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2000년도 작 <메멘토> 역시 윤리적인 영역에서 분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데, 이는 진실과 행복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양자일택의 딜레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쟁점은 단순히 영화 속의 문제가 아닌, 현실에서도 유의미한 탐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메멘토>는 삶에 있어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하나의 예시로서 기능한다.

보험 조사관이었던 레니의 집에 강도가 들어오게 되고, 그 와중에 레니의 아내는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레니는 강도와의 몸싸움 끝에 강도를 죽이게 되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게 된다. 레니의 아내는 레니가 정말 병을 앓고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자신에게 계속 인슐린 주사를 놓게 한다. 하지만 레니는 정말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었고, 아내는 인슐린 과다로 인해 죽게 된다. 레니는 자신 때문에 아내가 죽게 되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기 때문에 강도가 아내를 죽였다고 기억을 조작하게 되고, 그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찰관 ‘테디’와 ‘나탈리’에 의해 조종당하게 된다.

인간은 본래성과 비본래성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갈림길에 선다. 본래성이란 자신의 의식을 이루는 존재들을 온전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고, 비본래성은 그 반대를 뜻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책임 역시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때 상당수의 인간은 후자를 택하게 된다. 이는 존재의 진실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편안한 상태에 안주하게 되길 소망하며, 역겨울 수 있는 자신의 ‘조각’들로부터 의도적인 무지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메멘토>의 핵심 내러티브는 자기기만에 대한 비판이다. 작중 주인공은 자신이 아내를 죽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강도라는 절대 악을 상정하여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죄책감을 없앤다. 이를 위해 레니는 기억 조작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한다. 따라서 레니는 싸워야 할 대상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범인을 찾아 죽이는 것에 삶의 목표를 부여한다. 그는 실재하지 않는 대상을 투쟁의 상대로 만듦으로써 시간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그의 삶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삶은 ‘정직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작품 역시 주인공이 무의미한 인명 살생을 되풀이 하고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자기 파괴적으로 묘사한다. 아내가 자신이 놓은 인슐린 주사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심리적인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과 증오로부터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문제점에 대한 본질적인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즉 뼈아픈 진실이야말로 허위적인 위안보다 가치 있기 때문이다.

존재의 본질을 즉시하고 행위의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죽음의 순간까지 지속되는 ‘실패의 연속’이다. 어느 누구도 신(神)이 아닌 만큼, 개인은 신적인 능력이 일부분만 발현될 수 있는 가능성만을 가지기 때문이다. 역사상 어느 누구도 인간의 본질에 대해 해명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 향하려고 하는 인간의 의지와 운동성이야말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단초가 된다.

<메멘토>의 시작 부분인 동시에 서사적 순서에서 마지막에 해당하는, 테드의 죽음이 이를 상징한다. 테드는 주인공이 기억을 조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레니의 자유의지를 흐리게 한 인물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마약 거래에 레니를 끌어듦임으로써 레니의 주체성을 박탈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테드를 제거함으로써 (물론 도덕적인 영역에서의 선악 판단은 제외하고) 레니는 본인이 자신의 의식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물론 그의 정신 병리학적인 질병으로 인해 그것은 일부분에 그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