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있어 연출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산물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도 연출의 기능이라 할 수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감정을 만들어 낼 것인가?가 연출의 최고 덕목이자 미덕 아닐까 싶다.

이 감정의 영역은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흐른다고 해서 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감독이 하나의 장면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그러니까 단순히 인물들이 대화하는 짧은 장면에서 어떤 앵글과 각도와 사이즈로
나아가 어떤 호흡으로 편집을 하느냐가

감독의 연출력을 좌우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티븐 스필버그를 블록 버스터의 대가로 오해하는 대서, 구국의 영웅 갓형래도 심각하게 착각을 일으킨바...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의 장면 장면을 뜯어보면

그 깊은 연출적 내공에 무릎을 꿇고 무릎과 불알을 번갈아 칠 수 밖에 없게 되거늘..


여하간 이런 연출에 대한 오해를 영게이들과 함께 극복해 보고자

영화 뜯어보기라는 걸 해볼라고 한다.


사실 옛날부터 영게에 고정연재랍시고 편집에 대해 연출에 대해 여럿 글을 싸질렀지만
두 번 정도 하다 말아먹고 씹어먹은 경력이 있는지라, 이 역시 얼마나 갈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그래도 일단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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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패인 - 디센던트 (2011)


영게에서 영화 추천 글만 보면 미친듯이 이 영화만 외친지 참 오래도 되었다. 그마만큼 내게 [디센던트]는 알렉산더 패인을 사랑하게 된,
여러모로 연출적 단단함이 잘 드러나는 영화로 자리잡혀 있다.

사실 이 영화는 뭐가 빵빵터지고 음모가 도사리고 긴장에 긴장을 더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영게이들이 이 영화에 어떤 연출적 부분이 개입하고 있는지 발견하기 힘들거라 생각된다.

근데 티 안나게 분위기가 감정과 관계를 드러내는 게 진짜 좋은 연출의 묘 아니겠나.

무슨 장면을 예로들까.. 했는데, 이거저거 귀찮기도 해서 유튜브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장면을 예로 들어 연출의 묘에 접근해보자.


그전에 짧막한 줄거리
- 하와이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조지 클루니. 일에 치여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세월의 어느날.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그간 소홀했던 가족들을 돌보려 애쓴다. 하지만 어느새 자란 두 딸을 다루기엔 시간적 거리감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 장면은 조지 클루니와 두 딸이 오랜만에 아침 식사 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1분 조금 넘는, 정말 별 내용 없는 장면 같지만
연출적 부분이 곳곳에 서려있는, 그럼에도 너무 자연스럽고 쉽게 찍어서 티도 안 나는 장면이다.

그럼 이제 찬찬히 뜯어 보자.

1. 첫번째 장면
별 거 없다. 그냥 조지 클루니까 막내딸에게 접시 하나 던져주는 게 전부다. 그런데 여기서 카메라는 막내딸 보다 높은 곳에 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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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번째 장면
당황하는 조지 클루니. 카메라가 조지 클루니 보다 낮은 곳에 위치되어 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위치라는 게 마치 등장 인물의 시점을 통해 상대를 보여준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두 사람이 같은 선상에서 위치하지 않는다는, 서로서로 다른 태도와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정이 발생되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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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엌 전체가 드러나는 장면
여기서 부엌 전경이 드러난다. 한 사람은 앉아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서있다. 애초 취한 포지션이 다르다.
앞서 말했든 두 사람이 시간적 거리감으로 가족이라기엔 너무 다른 위치에 서있다는 걸 드러내는 장면이다.

그러다 큰딸이 등장한다. 큰딸은 곧장 막내딸 옆에 앉는다.

두 딸과 아빠라는 2:1 구도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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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빠
조지클루니가 딸을 바라보며 아침 안부를 묻는다.
이때 조지클루니의 시선 끝이자 화면의 끝에 큰딸의 얼굴이 걸려있다.
두 사람이 한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거기다 카메라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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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큰딸
5번 장면에서 조지클루니와 큰딸을 함께 찍던 카메라가
6번에 들어선 큰딸만 찍는다. 그것도 큰딸의 눈높이에서.

이건 앞서 막내딸과 조지클루니를 찍던 방식과 무척 다른 방식이다. 큰 딸만이 카메라와 동등하게 위치되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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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시 5번과 같은 딸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아빠
여기서 다시 한 화면에 딸과 조지클루니가 함께 존재한다.
조지클루니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명백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거다.

이를 통해서 조지 클루니가 심적으로 큰딸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단순히 말하자면 신경쓰고 있다는 감정적 느낌을 드러낸다.
6번에서 딸이 화면에 혼자 잡히던 것과는 무척 다른 화면 구성이다.
거기다가 딸은 앉아있고 아빠는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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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두 딸이 동시에-
여기서 두 딸과 아빠라는 2:1 구도가 도드라진다.

바쁜 직장으로 두 딸에게 소홀했던 시간의 결과가 이 장면을 통해 제대로 드러난다.
(식탁에 앉아 있는 두 딸과 홀로 부엌에 서있는 조지 클루니의 구도, 근데 이 장면에선 조지클루니는 잡히지도 않는다.)

여기에다가 딸이 Fucking이라는 단어를 말하게 되면서 막내딸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인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막내딸 눈 굴리는 거 봐봐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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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5번 7번 장면과 동일한 장면
역시 아빠인 조지클루니는 큰딸을 신경쓴다. 한 화면에 두 사람이 등장하거든.
아빠인 조지 클루니가 말 조심하라는 말에 막내딸이 "i don't care"하며 조지 클루니의 말문을 막으면
조지 클루니는 시선으로 막내딸을 바라본다.

이제 2:1 구도는 조지 클루니 스스로 깨우치게 된거다.

그래서인지 좀 더 다가가고자 조지 클루니가 식탁에 동석한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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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딸 단독
조지클루니의 접근에 딸, 아무말 없다가 일어나고 만다.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조지 클루니가 싫다는 게 제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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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앉아 있는 조지클루니, 그 뒤로 멀어지는 큰 딸
마치 만화의 말풍선처럼. 조지 클루니의 뒤편으로 큰 딸이 성큼성큼 멀어진다.

이내 고개를 숙이는 조지 클루니의 모습에서 처량함이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이제야 조지클루니는 눈높이에서 보게 되었기에 그 처량함은 강도를 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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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가 연출적이냐고 생각하는 게이들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런 게 진짜 연출이다.   별것 아닌걸로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드러내는 거.

 

이런 것들을 통해 이야기의 진행과 질감을 만들어내는 거.

 

이게 진짜 연출자의 몫이자 역할이자 기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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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을 통해 영화전반에 펼쳐져 있는 모티브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