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를 돌아다니다 보면, 영화 좋아하는 영게이들끼리 죽자고 살자고 쌈박질 할때가 왕왕 있다.

 

싸움 면면의 이유야 다양하지만서도 꽤 질기게 끝나지 않는 내용은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이야기, 혹은 여타 이론에 대해 개연성이니 현실성이니라는 단어들 때문이다.

 

 

사실 개연성이나 현실성은 사용하기 나름에 따라 맥락이 좀 나뉘는 단어들이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현실성이니 사실성이니를 따지거나

이야기적 흐름에 기반해 현실성이니 사실성을 따질수 있기 때문이거든

 

그런 점에서 일게이들의 현실성, 사실성, 개연성을 활용하는 데 있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것인지, 그 안을 메우고 있는 소재적 접근에 관한 것인지

 

정립을 잘 안하고 투닥거릴때가 많드라고.

 

 

거기다가

 

 

개연성이라는 단어를 좀 많이 오해하는 경우도 보이더라.

 

 

개연성은 말 그대로 말 되는 것이다.

 

서사가 일정의 원인과 결과의 연쇄 고리가 잘 이어지는 것을 일컫는 것인데

 

 

정말 영화의 이야기에서 중요한건 이와같은 개연성이 아니라

 

 

핍진성이다.

 

 

 

그렇다면 핍진성은 무엇일까

 

네이버 사전에서 건조한 뜻을 찾으려면 '핍진하다'로 찾아봐야 하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1 . 실물아주 비슷하다.
2 . 사정이나 표현진실하여 거짓없다.

 

 

 

언뜻 개연성과 별다를 게 없다 싶은 의미일거다.

현실감을 부여하고, 사실성을 제공하는

말장난 같겠지만 인과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원인과 결과의 릴레이로는 어지간해선 살아있다는, 진짜 같다는 느낌을 얻기 힘들다.

 

왜냐 - . 이야기의 주인공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원인과 결과의 아귀 맞음이 곧장 납득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않는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 [매그놀리아]를 생각해보자.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인물 면면이 그렇게 겹쳐지고 포개지는 접점이랄 게 없다.

근데 어떻게 저떻게 굴러가는 면면은 인과와 개연의 그것을 일정 뛰어넘곤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각 인물들의 사건들 보다 감정적 접점이 말이 되게, 그러니까 핍진성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핍진성의 힘이 제대로 발휘 되는 건 영화의 말미에서다.

 

모든 게 절망에 가깝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그들이 사는 도시에 말같잖은 일이 벌어진다.

 

바로 하늘에서 개구리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거지. 그것도 아주 가득히, 도시를 메울 만큼.

 

 

 

이게 가능한 일인지 뭔지 솔직히 알 수 없다.  당장의 잡지식이 있어 가능하다 생각되도 그게 중요하지도 않고.

 

영화 내내 현실적인 척 굴던 영화가 이 개구리 비 한 번으로 모든 것들이 마법처럼 해결되는 어떤 '기운'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핍진성이다. 딱딱한 이성의 효용성을 뛰어넘는, 사건과 사건을 이어달리게 만드는 감정을 통한 사실감 혹은 진짜같은 기운.

 

 

 

 

 

혹 예시가 모자랄까봐 누군가의 글도 인용할까 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38&aid=0002488090

 

윗 링크의 글 중에 한 부분인데, 핍진성에 대해 설명을 잘 해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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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은 자라서 폭력적인 아버지가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치자. 이건 개연성의 측면에선 별로 문제될 게 없는 이야기이다. 그 나름대로의 인과관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핍진성까지 갖추려면 이것으론 부족하다. 원인과 결과 이외의 것들,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맞을 때 아들이 보았던 하늘빛이라든가, 저도 모르게 씰룩이던 입술,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나날 중 꾸었던 꿈들과, 비가 내리면 저도 모르게 어딘가로 뛰어가던 시간들, 그렇게 스토리에서 빼도 상관없는 묘사들, 그런 잉여들까지 세밀하게 포함되어야만 비로소 핍진성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핍진성들이 허구를 사실보다 더 사실답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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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는 지금까지 핍진성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아 봤다.

 

개연성, 사실성, 현실성. 말이야 다 좋고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영게이들이니 이제부터 핍진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술자리에서 거드럭 거리기도 얼마나 좋노, 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