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세계① 찍덕, 사진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

행사장에서 스타를 촬영 중인 찍덕들

행사장에서 스타를 촬영 중인 찍덕들

아이돌 그룹을 주로 대하는 가요 기자로 취재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띄는 무리들이 있다. 사진 기자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장비를 들고 누구보다 예리한 눈으로 스타를 포착하는 일명 ‘찍덕’들이다. 찍덕은 ‘사진을 찍는 덕후’의 줄임말로 스타들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고화질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팬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무대, 공항, 촬영장 등 스타가 있는 곳이라면 공개된 장소뿐만 아니라 접근하기 힘든 장소까지 언제 어디든지 찾아가는 열성팬들이다. 아이돌 뒤꽁무니를 쫓아다닌다며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찍덕은 팬덤의 세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애정을 담아 스타들이 빛이 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때문에 새로운 팬이 유입되는 경로를 제공하고, 서포트나 팬페이지 활동을 통해 팬덤의 조직력을 공고히 하는데도 일조한다. 이제는 어엿한 하위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찍덕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찍덕의 등장
찍덕의 등장은 DSLR 카메라가 보급화와 연관이 깊다. 일반인들의 DSLR 카메라 사용이 부쩍 늘어나면서 팬덤에도 영향을 미쳐 찍덕의 등장으로 이어진 것. 찍덕의 규모는 개인부터 단체까지, 목적은 개인 소장에서 공유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찍덕들은 공개 행사부터 비공식적 스케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찍는다. 출근길과 퇴근길이 대표적인 사례다. 출근길은 음악방송 시작 전 출근하는 가수들을 찍어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방송 시작 전부터 가수들이 건물 또는 무대로 가는 동선을 파악해 사진을 찍어 게재한다.

MBC의 대표 명절 프로그램 시리즈인 ‘아이돌 육상 대회(이하 아육대)’는 찍덕의 성지로 불린다. ‘아육대’의 경우 녹화시간이 길 뿐 아니라 국내 내로라하는 아이돌이 한 곳에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팬들을 일일이 통제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아육대’ 직찍(팬이 찍은 가수의 사진)과 직캠(팬이 찍은 가수의 영상)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수많은 사진들이 나온다.

# 더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 자리싸움과 선물 공세
좋아하는 가수를 더 가까운 곳에서 찍기 위해 자리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리 전쟁은 곧 시간싸움이다.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하루 종일, 그보다 더 일찍 며칠 전부터 줄을 서는 경우도 다반사다.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 촬영이나 콘서트를 앞두고는 A4 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써 바닥에 일렬로 놓고 기다리기도 한다.

간이 사다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키가 작거나, 앞에 사람들이 많을 경우 간이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가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물론 뒷사람을 배려해 적정한 높이까지만 가능하다.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콘서트장에서는 검은 레깅스를 렌즈에 씌어놓고 촬영하거나 검은 옷을 입어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음악 프로그램 공개방송에서는 사전녹화보다 본방송을 선호한다. 사전녹화에서는 촬영이 금지되기 때문에 개인 소지품을 들고 가지 못할뿐더러 걸릴 시에 퇴장 당하지만 본방송은 관리가 어렵다. 대부분의 음악방송이 사전녹화로 대체되지만 본방송 때는 카메라가 비추지 않더라도 가수들이 무대로 나와 팬서비스 형식의 무대를 선보이기 때문에 다. 이 틈을 타 셔터를 누른다. 또는 1위 발표 후 엔딩까지의 짧은 시간을 노린다.

스타들의 눈도장을 얻기 위한 선물 공세도 필수다. S급 사진의 경우, 스타들이 카메라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스타가 팬을 알아보고, 그 팬의 카메라만을 위한 포즈를 취해줬다면, S급 사진의 탄생이다. 때문에 찍덕들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스타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한 노력도 곁들어야 한다. 카메라에 일부러 큰 인형을 장식하거나 셀카봉 등 눈에 띄는 도구를 이용하는 것도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다.

팬들이 걸스데이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팬들이 걸스데이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열 전문가 안 부러운 대포여신
대포여신은 찍덕 중에서도 고성능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대포만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나온 신조어다. 대포만한 카메라가 불리는 이유는 망원렌즈 때문이다. 망원렌즈를 착장한 경우 먼 거리에서도 바로 앞에서 찍는 것 같은 화질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가까운 거리일 경우 가수의 피부상태까지 찍힐 만큼 선명함을 보장한다. 대포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팬들의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대포여신’이라고 불리며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대표여신의 사진은 ‘날짜+가수’로 검색하면 살펴볼 수 있다.

촬영된 사진은 카메라 LCD화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게재한 프리뷰 형식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팬덤이 클수록 찍덕도 많기 때문에 각도나 포즈가 비슷하면 도용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자신만의 로고가 담긴 워터마크를 부착해 본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게재한다.

애정이 담긴 사진에 리터칭 과정까지 거치면 웬만한 화보 부럽지 않을 만큼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이들은 잘 찍힌 베스트 컷만을 모아 포토북, DVD 등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대포여신의 경우 멤버들이 잘 나오는 각도, 샷, 사이즈까지 고려해 찍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선호한다.

# 유명 가수 뜨는 날이면 대여점도 성황
대포여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는 수백만 원대를 호가한다. 이로 인해 찍덕을 두고 부유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장비를 구매할 여력이 안 되는 경우 대여를 하는 방식으로 여신으로 거듭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망원렌즈는 하루 이용료 3~10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대여가 가능하다.

대형 콘서트의 경우 다수의 유명가수들이 초대되기 때문에 먼저 좋은 렌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 대여업체 사장은 “대부분이 대여자들이 학생들이기 때문에 망원렌즈를 살 여력은 없지만 대여는 비교적 싼 가격에 사용할 수 있어 문의가 많다. 유명가수가 나오는 날이면 렌즈 대여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라고 말했다.

찍덕이 촬영한 걸스데이 혜리

찍덕이 촬영한 걸스데이 혜리

# 소속사의 입장은?
가수와 소속사도 찍덕을 중요시 여긴다. 한 가수는 방송에서 “요즘 팬들이 찍는 카메라는 화질이 좋다보니 잡티까지 담아낼 정도”라며 “피부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속사는 찍덕이 제작한 상품을 구매, 팬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 이를 굿즈에 적용하기도 한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찍덕은 양날의 검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찍덕은 그 어떤 사진기자보다도 퀄리티가 좋으면서도 애정이 담긴 사진을 찍기 때문에 고마운 존재다”며 “찍덕의 사진을 통해 또 다른 팬이 유입되기도 하고, 애정의 척도로도 가늠될 수 있어 하나의 문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난감한 점도 있다”며 “스타들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수입과 연계되는데 찍덕들이 촬영하는 일거수일투족이 소속사가 모르는 사이에 2차 재생산 되면서 굿즈 등 콘텐츠 사업에 손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전했다.

팬덤의 세계② 찍덕, “애정을 담아 스타들이 빛이 나는 사진을 찍는다” (인터뷰) 보러 가기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송수빈 인턴기자 sus5@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팬덤의 세계② 찍덕, “애정을 담아 스타들이 빛이 나는 사진을 찍는다” (인터뷰)

사진 촬영시 사용되는 카메라

사진 촬영시 사용되는 카메라

아이돌 그룹을 주로 대하는 가요 기자로 취재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띄는 무리들이 있다. 사진 기자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장비를 들고 누구보다 예리한 눈으로 스타를 포착하는 일명 ‘찍덕’들이다. 찍덕은 ‘사진을 찍는 덕후’의 줄임말로 스타들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고화질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팬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무대, 공항, 촬영장 등 스타가 있는 곳이라면 공개된 장소뿐만 아니라 접근하기 힘든 장소까지 언제 어디든지 찾아가는 열성팬들이다. 아이돌 뒤꽁무니를 쫓아다닌다며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찍덕은 팬덤의 세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애정을 담아 스타들이 빛이 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때문에 새로운 팬이 유입되는 경로를 제공하고, 서포트나 팬페이지 활동을 통해 팬덤의 조직력을 공고히 하는데도 일조한다. 이제는 어엿한 하위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찍덕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실제로 찍덕으로 활동 중인 두 여성 팬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찍덕이 밝히는 진짜 찍덕의 세계를 공개한다.

* 기사에 사용된 사진은 해당 팬덤의 찍덕이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인터뷰에 응한 찍덕의 신상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먼저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찰칵 : 저는 대학생이에요. 원래 사진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팬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사진을 찍게 됐어요. 대학생이 되자마자 가장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이것이어서 사진을 찍게 됐습니다. 현재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요.
스마일박 : 저는 어릴 때부터 조금씩 시작했어요. 아이돌을 왜 좋아하냐고 비판하던 입장이었는데 어느 날 영상을 보다가 팬이 되면서 직접 발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Q. 모두 고등학생 때 시작하셨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김찰칵 : 네, 고등학교 때는 공항이나 행사를 가고 싶어도 시간 활용이 자유롭지 않아 제약이 있었는데 대학생이 되니까 시간이 자유롭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절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Q. 집에서 영상을 통해 스타를 접할 수도 있는데 직접 사진을 찍으시는 이유는 뭔가요?
스마일박 : 집에서만 있으면 그 멤버도 저를 모르고, 저도 깊게 알지 못하잖아요. 직접 서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도 있고, 팬으로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제 존재를 어필하는 거죠. 그래서 알아봐주면 정말 고마워요.
김찰칵 : 기존 팬페이지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홈페이지 마스터, 이미 유명한 찍덕들을 보면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지금도 그런 곳이 많지만, 차라리 그런 것을 보면서 스트레스 받을 바에는 직접 하고 말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사람도 있어요.

Q. 찍덕에 대한 선입견도 많잖아요. 자신의 시간과 돈을 써가며 스타들만 쫓아다닌다는 시각 말이에요.
김찰칵 : 빠순이다 덕후다 뭐라고 많이 하시는데 ‘너는 이렇게 까지 누구를 좋아해 본 적이 있냐’고 말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에게는 덕후 DNA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찍는 것에 덕후인 것이지만, 매니큐어를 모으는 사람도 있고, 화분을 키우는 게 취미인 사람들도 있어요. 전 그런 많은 취미 중 하나를 즐기고 있는 것이고요.

Q. 맞아요.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 모두는 무언가의 덕후죠. 하지만 찍덕의 경우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줄 것 같아요. 며칠 동안 밤을 새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고가의 장비를 갖춰야 하잖아요. 
김찰칵 : 전혀 그렇지 않아요. 찍덕들 중에는 전문직이 굉장히 많아요. 대학생도 있지만, 변호사 등등 실제 직업을 알면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일상생활을 포기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아니에요. 왜냐면 돈을 벌어야 찍덕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제 생활을 유지해야죠. 하하.
스마일박 : 생각하기 나름이죠. 일반인 친구들과 멀어지는 감은 있어요. 놀자고 연락이 오면 오빠들 스케줄이 있어서 못가거나, 팬사인회 때 돈을 많이 써서 친구들과 여행갈 돈이 없다거나..

Q. 고가의 장비는 어떻게 마련하는 건가요?
김찰칵 : 대부분 카메라 본체는 자신의 것을 사용하고 렌즈는 대여해요. 학생의 경우 12시간에 1만 5,000원 정도로 렌즈를 대여할 수 있어요. 바쁘거나 급할 때는 그냥 갖고 있는 기본형 렌즈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물론 정말 부자라서 직접 구비하는 사람도 있어요.
스마일박 : 전문직을 갖고 있는 팬의 경우, 돈도 많이 벌고 시간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죠.

찍덕이 찍은 사진

찍덕이 촬영한 갓세븐 주니어. 찍덕은 팬사인회, 공연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타의 빛나는 순간을 담아낸다.

Q. 찍덕들 사이에서 신경전도 심하다고 들었어요.
스마일박 : 장난 아니죠. 예민한 문제라서 말하기가 어려워요. 찍덕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어요. 진짜 유명한 사람들은 멤버들이 일부러 카메라를 찾아 포즈를 취해주기도 하죠.

Q. 취재 현장을 다니다보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할 때도 많아요. 정보를 어떻게 얻는 거예요? 
김찰칵 : 찍덕들끼리 친해지면 서로 같이 다니는데 함께 정보를 공유해요. 기자들이 모르는 비공식적 스케줄도 알고 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음원도 먼저 들을 때도 있어요. ‘야, 너만 봐’ 이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퍼져나가는 거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받진 않아요. 내가 이런 정보를 받았으면, 다음엔 내가 정보를 주면서 서로 주고받는 공생 관계가 되는 거죠. 그 모임 내에서 좋아하는 가수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제가 어떤 행사를 못 가게 되면 사진을 주기도 해요.
스마일박 : 스케줄마다 다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비리나 돈으로 사기 치는 경우도 많아요.

Q. ‘현타(현실 자각 타임)’이라고 해서 갑작스럽게 회의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김찰칵 : 인터넷으로만 보면 그 가수가 정말 팬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보면 특정한 팬에게만 팬서비스가 좋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때 현타가 와요.
스마일박 : 가끔 ‘내가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집에 있으면 그냥 스타가 잘생기고, 멋있고, 보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데 직접 나가서 일상생활을 보면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까지 쌓아둔 것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계속 하게 되요. 만약 스타가 내 얼굴을 알고 있을 경우에는 자주 가지 않으면 까먹거나 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다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규모가 큰 팬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어요. 운영하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나요?
김찰칵 : 규모가 큰 분들은 사진이 많고 서포트도 받아요. 어떤 소속사 같은 경우는 직접 찍은 사진으로 포트북을 파는 것이 괜찮아요. 그래서 그냥 찍덕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어요. 사진에도 급이 있는데 A, B급은 인터넷에 올리고, S급은 남겨뒀다가 활동이 끝난 뒤에 포토북을 내죠. 국내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팬들이 구입하기 때문에 대기업 연봉에 가까운 돈을 버는 사람도 있어요. 그걸로 스타에게 선물도 하면서 얼굴을 알리고, 더 좋은 사진도 찍게 되죠.

Q. 포토북을 판매할 수 없다면 다른 스타들의 찍덕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김찰칵 : 생일 같은 이벤트를 통해서 도움을 받아요. 스타의 생일이 되면 서포트 이벤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그때 팬들에게 돈을 모아 선물을 구입해요. 돈을 입금하는 팬들에게 특전을 주는데 만 원을 입금하면 스티커, 3만원 이상 입금하면 스티커와 포토 카드 같은 것을 선물로 주죠. 스티커나 포토카드 모두 직접 제작해요. 어떤 식으로 특전을 구성하는 것도 찍덕들 사이의 능력이에요. 팬들은 더 예쁜 사진과 더 좋은 구성의 팬사이트에 찾아가기 때문이에요. 다른 수익 사업을 절대 안 되요.
스마일박 : 서포트라고 꼭 선물을 주는 것은 아니에요. 다양한 기부문화가 존재해요. 스타숲, 스타우물 같은 경우도 있고, 오빠들의 이름으로 대신 기부하는 경우가 많죠. 최근에 유행했던 아이스버킷챌린지 같은 경우에 스타가 팬들을 다음 주자로 지목해 팬들이 기부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찍덕이 촬영한 엑소 세훈. 찍덕들은 각자만의 보정방법으로 스타를 빛나게 한다.

찍덕이 촬영한 엑소. 찍덕들은 각자만의 보정방법으로 스타를 빛나게 한다.

Q. 찍덕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다고 들었어요. 유명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김찰칵 :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면 보정이 정말 특이하다거나 자신만의 특정한 구도가 있어야 해요. 어떤 찍덕은 정면 사진을 주로 찍는다거나 어떤 찍덕은 인물이 사이드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거나.. 또 유명해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타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자주 가면 얼굴을 아니까 스타가 그 사람에게 시선을 주고, 자신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탄생하는 것이죠. 그러면 팔로워도 늘어나고, 선순환이 되요. 다른 팬들에게 사진을 받을 경우에도 자신만의 리터칭 방식이 있기 때문에 원본만 교환해요.

Q. 콘서트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잖아요. 그래도 많은 사진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스마일박 : 쇼핑백이나 작은 가방에 넣고 몰래 찍는 사람도 있고, 검은색 옷을 입고 찍으면 티가 잘 나지 않아요. 기어가서 찍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돈이 많은 사람들은 콘서트 전 회차를 다 가요. 날마다 자리가 다르니까 다양한 앵글의 사진이 나와요.

Q. 여러 행사를 다니다보면 다른 아이돌 그룹도 많이 보잖아요. 성공할 것 같은 아이돌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나요?
김찰칵 : 태도를 보면 ‘저러니까 인기가 없지’라는 생각이 드는 그룹도 있어요. 공개방송을 가게 되면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게 되는데 똑같은 상황에서 표정이 밝은 가수가 있고, 표정이 안 좋은 가수가 있어요.

Q. 그런 경우에는 좋아하는 가수가 바뀌는 사람들도 있겠네요? 
김찰칵 : 네, 있어요. 잘나가는 가수를 좋아해도 그 가수가 성격이 좋지 않으면 다른 가수의 팬이 되기도 하죠. 찍덕으로서 자신의 입지가 밀리니까 다른 신인 가수의 찍덕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신인아이돌을 일찍부터 찍으면 먼저 입지를 다질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이나 갓세븐이 인기가 많아졌어요.
스마일박 : 괜찮은 신인이 있으면 지금 찍는 스타를 바로 정리하고, 신인만 파는 사람도 있어요. 뜨면 옮기고, 뜨면 옮기고… 저는 제가 그 가수를 좋아해서 찍덕을 하는 것인데 뜨면 옮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입지를 위해서 하는 사람들이죠. 스타가 아니라 찍덕 자체를 위해 찍덕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팬이 아니죠.

찍덕이 촬영한 악동뮤지션 수현. 팬덤끼리 사진을 교환하기도 한다.

찍덕이 촬영한 악동뮤지션 수현. 팬덤끼리 사진을 교환하기도 한다.

Q. 요즘 사생팬이라고 얼룩진 팬문화도 있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찰칵 : 사생은 팬문화의 편견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죠. 찍덕과 사생은 엄연히 달라요. 저희도 공항에 많이 가는데 사생들은 공항에서 가수를 만지거나 민폐를 끼쳐요.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데 어떻게 가수를 만지나요? 그런데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있고, 눈에 띄니까 우리 잘못으로 모는 경우가 있어요. 사생과 찍덕을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스마일박 : 찍덕 사이에도 편견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요. 특전이나 서포트를 하게 되면 돈 문제가 얽히니까 구설수가 생길 수 있어요. 정산을 안 하는 곳도 있고, 돈을 조금씩 빼서 자신이 팬사인회 응모하는 데도 사용하는 사람도 있어요. 먹고 튀는 사람도 있어요.
김찰칵 : 맞아요. 어떤 팬덤은 4백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는데 기부한 곳에 알아보니 10만원만 기부했다는 게 밝혀져서 논란이 된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이 좋게 활동하려고 하고 있어요.

Q. 찍덕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찰칵 : 성격이 굉장히 활발해졌어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데 같은 팬이니까 동질감에 대화를 먼저 시도하기도 하고 신경전도 많이 하다 보니 멘탈도 강해졌어요.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있으니 매사 조심하게 되기도 하고요. 사진을 보정하고, 다루다 보니까 창의성도 생기는 것 같아요.

Q. 찍덕을 통해 쌓은 경험이 직업이나 전공으로 연결되기도 하나요?
김찰칵 : 네, 저는 디자인 쪽이 전공이에요. 원래 카메라를 다루는 게 취미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어요. 어떤 분은 자신의 친구가 기자인 경우도 있고,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제 생각엔 전공이나 직업으로 연결도 되지만, 취미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앞에도 말했지만, 정말 다양한 직업군의 찍덕이 있어요.

Q.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다양한 찍던 문화가 있네요. 건전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찍덕들을 안 좋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김찰칵 : 찍덕들은 사진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이에요. 소수의 사람 때문에 오해나 편견이 있는 것이 힘들어요. 정말 양심적으로 팬질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일종의 하위문화 말이에요.
스마일박 : 제가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처럼 분명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하나씩 있을 거예요. 그 마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찍덕들의 사진을 통해 입덕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만큼 애정을 담아 스타들이 빛이 나는 사진을 찍기 때문이에요. 팬덤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아이돌 그룹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김찰칵 :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중견 그룹의 경우, 초심을 잃은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찍덕들은 그걸 쉽게 알아채요. 예전에는 피곤해도 열심히 했는데 요즘은 피곤하면 조금 소홀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자신들이 선호하는 팬들에게만 반응하는 것도 팬들이 줄어드는 요인이에요.
스마일박 : 맞아요. 그러면 등 돌리는 사람이 계속 생길 것이에요. 초심과 태도 정말 중요해요.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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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송수빈 인턴기자 sus5@tenasia.co.kr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찍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