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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가고 없는 허공에다 구두탄(口頭彈)을 쏘는 시뮬레이션을 하지 말고 실전(實戰)을 벌이는 것이 정정당당하지 않겠는가. 정면승부할 대상은 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에게 절대적 지지와 존경을 보내는 국민이니 국민과 싸울 일이다. 어중간한 반대자들은 나서지 말고, 박정희 소리만 들어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도끼눈을 부릅뜨는 골수 반박정희주의자들이 홍보팀을 만들어 국민과 대결하는 것이다.

“여보쇼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박정희란 말입니까. 대한민국이 박정희를 단죄하지 않고는 선진복지국가로 갈 수 없습니다. 박정희 망령 속을 헤매지 말고 제발 정신 차리시오. 박정희 광신도들에게 놀아나지 맙시다.”

입심 좋고 화끈한 반박정희주의자들은 얼마든지 싸울 수가 있다.

그래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무조건 박정희가 1등이니 환장할 노릇이긴 할 터이다. 아무리 ‘반박정희 홍보’를 해봐도 미망(迷妄)에 빠져 있는 국민을 깨우칠 가망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다. 유리한 외국 여론을 끌여들여 국내 여론을 바꾸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라.

반박정희를 향한 대장정(大長征)이니 이론 무장이 잘 된 반박정희 홍보팀이 가까운 중국부터 가서 이렇게 말하라.

“얼마 전에 후진타오와 원자바오가 중국에 온 김정일을 만났다는데 아마 6자회담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김대중의 사상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자기를 잡아넣었을 때 감옥에서 김일성과의 정상회담을 상상했다고 말했다(김대중자서전 2권 304쪽). 그리고 후진타오는 신농촌운동을 하면서 한국에 관리들을 보내 새마을운동을 배워오게 하는데 쓸데없는 짓이다. 새마을운동은 초가지붕 바꾼 것 외에는 변한 것이 없다. 잘살게 되었다는 것은 속임수다(김대중자서전 1권 384쪽). 원자바오도 박정희의 경제개발 정책은 중국 경제개발의 훌륭한 모델이라고 하는데, 박정희 모델은 독재를 경제로 위장한 술책이니 착각하지 말라. 박정희 모델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모델일 뿐이다.”

◇ 새마을운동 배우러 온 탄자니아 느야드지아 팀장(2010). ⓒ 위클리공감



박정희 모델과 관련해서는 베트남과 동남아 각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프리카 구석까지 가봐야 할 곳이 널려 있으니 가까운 베트남이나 들러야 할 것이다.
가서 이렇게 말하라.

“김대중은 월남파병을 반대했다. 여기 와서 호치민 묘에 참배도 하고 한국군 참전을 사과했다. 박정희는 독재, 김대중은 민주주의 상징이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곧 국민을 위한 경제발전의 길이니 박정희를 버리고 김대중을 배워라.”

그리고 거기서 잠깐 싱가포르 쪽을 향해서 한마디를 날려보낼 필요가 있다.

“리콴유가 박정희 같은 지도자가 없었으면 오늘의 한국은 없다고 말하는데, 유신독재를 그런 식으로 얼버무려 감싸는 리콴유를 우리는 박정희 부류의 인물로 규정하고 있는 줄 알라.”

반박정희 홍보팀이 박정희 망령이 떠도는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려면 혼절할 지경인지라 중국, 베트남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박정희 책자를 읽어 왔으므로 대신 다른 책자를 뿌리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 될 것이다.

다른 책자를 꼭 전해주어야 할 대상이 러시아의 푸틴이다. 러시아는 안가볼 수 없으니, 가서 이렇게 말하라.

“푸틴은 오래 전부터 박정희 책을 모조리 구해서 읽은 1등 애독자(愛讀者)라고 들었다. 그것들은 모두 박정희를 미화한 거짓 선전물들이다. 여기 좋은 책들을 가져왔다. 최상천의 〈알몸 박정희〉, 한상범의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 박정희의 치부를 미주알고주알 들추고 있는 한홍구의〈현대사 특강 시리즈〉, 그리고 재미있는 만화도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만화 박정희〉 등등 진짜 볼 만한 책들이다.”

◇ 박정희 대통령 저서 〈국가와 혁명과 나〉의 영문판(1970). ⓒ 자료사진


러시아는 그 정도로 해두고 다음은 미국행. 가서 이렇게 말하라.

“오바마가 걸핏하면 한국의 교육과 초고속통신망 등이 부럽다며 미국 시골에 LG공장 하나 세우는데 거기까지 가더라. 외국에서 한국의 현대, 삼성, LG, SK라면 박정희를 오버랩시키고 있다. 한국 찬양은 좋지만 그것을 박정희 광신도들이 독재 찬양으로 왜곡하는 게 문제다. 한국의 초고속통신망 인프라도 정보산업의 커뮤니케이션인 문자의 입력과 전달 속도에 따라 초고속으로 구축됐는데, 그것이 한글과 한자를 섞어 세로쓰기하던 것을 한글전용에 가로쓰기로 바꾼 박정희의 한글전용 결단 덕분이라고 광신도들이 자랑하고 있다. 만일 오바마가 한국의 건강보험이 부럽다고 말하면, 그것 봐라, 돈 때문에 병원에 못가고 죽어가야 한다는 미국의 건강보험이라는데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의료보장제도를 만드신 박정희 각하가 얼마나 훌륭하신 분이냐 하면서 광신도들이 어깨춤을 추고 난리법석을 떨 것이다. 한국의 발전이 죄다 박정희 덕분도 아니거니와, 몇가지 치적을 뻥튀기한 한 것으로 박정희가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압살한 죄악을 덮을 수는 없다. 거듭 말하거니와 한국 찬양이 박정희 찬양으로 왜곡되는 게 문제다.”

다음, 박정희를 “신화를 만든 한국경제의 건축가”라고 추켜세웠던 뉴욕타임스 기사는 옛날 것이니 접어두고라도, 김대중이 오랜 친구라고 말하는 키신저(김대중자서전 2권 451쪽)를 향해서는 한마디를 남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키신저는 선(先)산업화, 후민주화를 선택한 박정희가 옳았다고 말했다. 박정희 시대를 잘 아는 키신저가 노벨평화상을 탄 김대중의 동지로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키신저에게 배신감을 갖고 있음을 밝혀둔다.”

미국을 떠나기 전에 유엔본부 쪽을 향해서도 말을 던져 봄직하다.

“아프리카에 가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권고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따져봐야 할 인물이다. 그는 70년대 초 외무부에 들어와 유신독재가 길러낸 관료다. 박정희 DNA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조ㆍ자립ㆍ협동 새마을 정신을 배우라고 선전하는 것이다.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DNA를 갖고 있는 인물로 뽑아야 했다.”

마지막으로 유럽행.

유럽에서는 “60년대 빈국서 한강의 기적 이뤘다”는 독일과, “한국은 아시아의 성공모델”이라는 프랑스의 교과서들이 박정희 시대를 찬양하고 있음을 따져야 할 것이다.

“당신네 나라의 교과서는 오류(誤謬)로 도배되어 있다. 한강의 기적은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하다. 군사독재, 개발독재를 합리화한 거짓 선전에 놀아나 청소년들에게 거짓 역사를 가르쳐서야 되겠는가.”

이렇게 주장하면 그쪽에서는 당연히 한강의 기적을 매도하는 반박정희 홍보팀을 의아스럽게 바라볼 것이다.

아래와 같은 문답(問答)을 가상해 봄직하다.

“한강의 기적을 그렇게 비판하는 이유가 뭔가?”

“한국의 발전이 박정희 독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박정희를 연상시키는 한강의 기
적은 한강의 사기극이다.”

“당신들 분명히 한국인인가?”

“그렇다.”

“한국인들은 박정희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던데?”

이쯤해서 대답이 난감해지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이렇게 소리쳐 보라.

“한국인은 죄다 병들었다. 다들 미쳤다.”

◇ ▲박정희 대통령 국장(國葬) 때 중앙청 분향소에서 버스안내양들이 울고 있다(1979). ⓒ 국장 동영상 캡처


이것이 알려지면 사태는 다급해진다. 사방에서 한국 교민들이 몽둥이 들고 쫓아올 테니 얼른 보따리 싸서 귀국 배행기를 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언행이 외신보도로 국내에 전해졌을 때 인천공항에서 무사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 감당은 그네들 몫이다.

천하를 향해 포효(咆哮)하는 기백으로 박정희와 싸우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정말로 박정희와 싸우려거든 지하의 박정희에게 돌을 던질 게 아니라 국민에게 돌을 던져라. 박정희를 찬양하는 바다 건너 백인종ㆍ황인종ㆍ흑인종들에게도 열심히 돌팔매를 날려라.

그네들 소신이 정의롭고 거기에 목숨처럼 소중한 명예와 인격을 걸고 있다면 맞아죽을 각오로 싸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허구한날 음습한 구석에 죽치고 앉아 볼멘소리, 잡소리를 군시렁거려 봐야 국민은 쇠귀에 경 읽기이니 도리가 없지 않은가. 국민에게 돌을 던졌다가 멍석말이 몰매를 맞아죽은 열사(烈士)로 이름을 남길 용기와 배짱을 가져야 그게 진짜 박정희와 싸우는 것이다.

글/김인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