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저녁 7시30분이면 서구 금호동 사거리 광고탑 아래 한 분씩 한 분씩 나타나는 노란 순례자들이 기다려진다. 오늘이 서른세 번째이다. 감각이 무디고 게을러서 지난 1월 중순경부터 참여하여 다섯 번 정도 함께 했으니, 다른 분들에 비하면 필자는 새내기인 셈이다. 숫자가 무슨 대수이겠는가마는 광주상주모임의 세월호 천일순례가 천 번을 다 채우기 전에 세월호 인양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생명중시 안전사회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어 본다.
23일, 이날도 밤 추위에 떨지 않으려고 뜨거운 된장국에 밥 말아 먹고 몸을 칭칭 감아 싼 다음 집을 나서니 바람이 꽤 차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20일간 450Km 순례가 끝난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故)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님과 누나 아름 씨가 이날 팽목항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삼보일배 대장정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착잡하다. 밤공기에 살갗이 닿으니 몸이 움츠려 들며 막연한 번민을 쫓아 버린다. 생각도 몸의 일부일까“
조금 늦었기에 발걸음을 재촉하여 금호사거리에 도착해 보니 30여 명의 볼이 붉으스레한 학생들이 촛불을 손에 들고서 무언가 부산하게 준비하고 있다. 모처럼 사거리가 환하게 밝아 보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보통은 대여섯 분, 많으면 열두어 분 모여서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서 기독교방송 근처까지 1시간 정도 순례하고 돌아와 마무리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금호네거리가 시끌벅적 생기가 돈다. 서구문화센터에서 매주 모임을 갖는 서구 청소년수련관 동아리 두 팀이 금호촛불모임에 함께 해 노래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가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하고 눈이 촉촉해 진다. 해 맑은 청소년들에게 노란조끼를 입혀주는 어른들의 손끝이 야무지고 따뜻하다.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갔던 학생들을 보는 것 같아 반갑고 슬프다. 청소년들이 공연하는 동안 어른들은 평소처럼 순례를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 천일순례는 평소의 반도 못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고 싶었고, 금호촛불모임의 주인들이 열정 관객이 되어 그들을 환영하고 박수를 힘차게 쳐 주고 싶었다.
추위에 몸을 떨며 시린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아이들, 컵 촛불과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하는 관객들, 무수히 지나가는 차량들 속에서 성원하는 눈빛들은 금호사거리의 한 귀퉁이를 노란 별빛으로 채운 화음이 되었다. 별이 된 아까운 생명들이 우릴 비추고 있었다.
금호촛불순례가 오늘 저녁의 감동으로 계속 채워지길 소망해 본다. 억울하고 황망한 죽음들에게 제자리를 찾게 해 주고 싶은 노란 마음들이 고맙고 아름답다.
이기문 <금호마을 촛불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