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02/07~04/08 동안 강원도 모지역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사단 예하 공병대대에 있었는데 저희 사단은 예비사단인지라
사단내 전 부대가 시가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대 뒷편엔 나즈막한 야산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인적이 뜸한 그런곳이었죠.
자대 배치를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 탄약고 근무를 나가게 됐는데
탄약고는 부대 가장 뒷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부대밖 야산의 바로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초소 근무가 다 그렇듯 저희 탄약고 경계근무도 졸립고 지루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근무를 서던 사수도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겠던지 저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대충 추려보자면
전에 이 부대에 근무하던 이등병 하나가 외박을 나가서 흔히 말하는 다방아가씨를 만나 깊은 관계에 빠졌답니다.
다방아가씨를 가벼운 유흥거리로만 생각했던 이등병과는 달리 다방아가씨는 이등병에게 깊은 마음을 품었었다네요.
다방아가씨에게 흥미가 떨어진 이등병은 아가씨 만나기를 거부하기 시작했고
매번 부대에 면회를 오던 아가씨는 더 이상 이 병사를 만날 수가 없었답니다.
다방아가씨가 독한 마음을 품게 된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답니다.
어느날 탄약고에서 정면에 보이는 야산의 큰 나무의 가지 하나에 누군가의 시체가 걸려있더랍니다.
그 병사가 이 탄약고초소에서 근무를 선다는걸 알았던 다방아가씨가 누군가에게 보란듯이 자신의 목을 메단것이었죠.
부대는 잠시 술렁였을뿐이었고 큰 탈없이 무난하게 넘어가는가 싶었습니다만...
얼마지나지 않아 사건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새벽 탄약고 근무를 나갔던 이등병들 사이에 괴소문이 나돌기 시작한것이었죠.
그 소문이란...
초소 정면에 보이는 큰 나무의 가지에 무언가 메달려 있는것 같다.
잠시 시선을 돌렸다 다시 보면 그 메달려 있던게 어느새 나무 아래에 내려와 있다.
믿을 수 없어 눈을 감았다 다시 떠보면 그게 더 가까운 장소로 이동해 있다.
반복하면 할 수록 점점 가까워진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신기한건 사수인 고참들에게는 보이질 않고 부사수인... 그중에서도 이등병들의 눈에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대내 신병을 비롯한 모든 이등병들에게 탄약고 근무는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곧 부대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보다못한 대대장이 직접 나서서 근처 절의 스님을 한분 모셔다가
아가씨가 자살을 했던 그 나무 아래에서 작은 제를 지내줬다고 합니다.
이후에 그 귀신은 다시는 보이질 않았는데
그대신 그 귀신이 자주 나타났던 시간대가 되면 스님의 목탁소리가 들린다고 하네요.
저와 함께 근무를 서던 병장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였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어느새 근무교대시간이 되었더군요.
여기서 제가 겪은 일이 터지고 맙니다.
초소를 나가 교대 지점까지 가는데 갑자기 귀에 목탁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마치 바로 근처에서 치는듯한 맑은 목탁소리였습니다.
저에게만 들렸으면 확신할 수가 없는데 같이 있던 병장의 귀에도 들린다고 하더군요.
부대 가까이에 절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시간에 누군가 초소 근처에서 목탁을 칠리도 만무한데 말이죠.
그때가 새벽 3시 정도 였는데 목탁소리를 들은 저와 병장은 혼비백산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막 뛰어 나왔습니다 ㅎㅎ;;
병장이 자신도 이 이야기를 듣기만 한건데 실제로 목탁소리를 들어본건 처음이라며 저보다 더 놀래더군요 ㅋㅋㅋ
그 이후엔 전역을 할때까지 다시는 목탁소리를 듣진 못했습니다만
그때 들었던 그 맑고 청아했던 목탁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