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내가 버렸다!"
까마득한 절벽에서 보이는 것은 그가 실수로 피아제를 버렸던 논두렁과 초가집뿐이었다. 절벽에서도 가장 높은 부엉이 바위 위에 올라선 노운지는 그의 피아제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하..."
마음속으로 깊게 빌며 피아제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바라는 그였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후회와 안타까움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는 것뿐이었다.
노운지는 눈을 감고 북쪽을 향해 쌀을 배달하고 있던 슨상을 떠올렸다.
'그 망할 놈. 어려울 때 도와줬더니만, 이렇게 통수를 치다니...'
노운지는 오래 전, 슨상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 슨상을 도와준 일이 있었다. 슨상이 노블상을 받기 위해 북쪽 왕정국가인 뉴클리어 네이션에 회담을 요청하기 위한 거액의 접대 비용과 대가를, 노운지가 마련해 줬던 것이다.
왜 이럴 때에 슨상이 떠오르는지 노운지는 정확히 알지 못 했다. 그의 인생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실수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가 도와준 것에 대한 보상-피아제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돌아오지 않아 그러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지금의 절망적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우흥~ 우흥~"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소리도 아니었다. 노운지는 눈을 감은 채로 부엉이가 우는 것에 귀기울이며, 피아제 때문에 생긴 근심을 털어내고 싶었다.
그는 익숙하게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개피 꺼내어 입에 물고 머한 쉐프의 선물인 신나유로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그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 폐로 전달됐다. 때마침 불어오는 기분 딱 좋은 시원한 바람.
노운지는 이곳에서 자주 눈을 감고 바람을 쐬며 담배를 피곤 했다. 그러고 있자면, 노운지는 기분이 딱! 좋아져 '야! 기분 좋다!'를 외치곤 했던 것이다.
"어...어...어....!"
이상했다. 항상 서 있던 자리였는데, 오늘은 어쩐지 오래된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었는지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는 눈을 뜨고 휘둥그래진 눈동자를 굴리며 중심을 잡기 위해 팔을 휘저었다.
"으,....어...? 어...?"
더 이상 중심을 잡기란 어려웠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파노라마 같은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 양숩을 만났던 일, 슨상에게 커다란 통수를 맞았던 일, 그리고 피아제를 잃어버렸던 일...잠깐. 피아제를 잃어버렸던 일...?! 스쳐지나가는 파노라마 속에서 노운지는 자신이 피아제를 어디에 떨어뜨렸는지를 볼 수 있었다.
겨우 찾았는데...피아제를, 겨우 찾을 수 있는데...
절벽에서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그는 피아제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안타까움,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으아아아!"
노운지는 중력을 견디지 못 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으으..."
눈 앞에 보이는 검은 장막이 걷히자, 봄의 따사로운 햇살과 하얀 구름이 둥실 떠가는 청명한 하늘이 보였다. 그는 손을 들어 눈 앞에서 몇 번 흔들어 보고는 생각했다.
'내가...살아있는 건가...?'
그럴 리 없었다. 그는 분명 절벽에서 떨어졌고, 그렇다면 반드시 죽었어야만 한다. 그 절벽은 높이가 까마득한 데다, 밑은 울퉁불퉁한 바위 투성이였기 때문에 죽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는 살아있었다. 게다가 지금 그가 누워있는 곳은 울퉁불퉁한 바위가 아닌 키가 작은 풀들이 자라있는 넓은 들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노운지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애쓰고 있을 때였다. 머리 위쪽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일이건 간에, 당신은 한 번 죽었어."
노운지는 화들짝 놀라 목을 위로 젖혀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금실로 자수가 놓인 빨간 롱코트를 입은 키가 훤칠한 남자가 눈 앞에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볼 수 없는 루비색 눈동자와 대조되는 푸른색 머리를 한 남자였다.
노운지를 내려다보고 있던 남자는 미묘한 웃음을 띠더니 말했다.
"내가 지닌 마력을 네 몸에 불어넣어 정지되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거야. 네 몸에 마력이 들어갔단 건...이제부터 너도 마나를 쓸 수 있게 되었단 거다."
노운지는 남자가 무 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 했다. 아니,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의 말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대체 그게 무 슨..."
남자는 짜증나는 듯,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는 금방 다시금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제부터 너도 '위자드' 라는 거다. 별칭은...그래. '오울 위저드(owl wizard)' 라고 하는 게 폼도 나고 좋겠군."
노운지는 남자의 말이 전혀 이해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토록 이해가지 않던 말이 그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할 것이란 걸, 노운지는 전혀 알지 못 했다.
---------------------------
작가. wr무현
소속. 국정출판
인쇄. (주) 피아제퓨처
발행인. 배춘일
From 네이버 (중복 자료, 원제 <부엉이 바위에서 피아제를 찾다>, 판타지소설,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