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노든의 폭로로 인한 미국의 도감청 문제로 한창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독일의 메르켈이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항의를 한다던지 하는 잡음이
있었는데 NSA는 동맹국을 포함한 전세계 각지의 첩보기관을 심어놓고 부지런히 레이더를 돌리고있는 중이라고 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자국과 동맹국을 이용하여 정보 수집을 하고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중국의 경우에는 베이징, 상하이, 홍콩에 있는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센터로
삼아서 첩보활동을 해왔던 모양이다. 미국의 감시망은 비록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독일이나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껏
한국도 부지런히 감시해왔으리라 생각한다. 한미FTA라던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6자 회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미국이 한국의 태도가 어떤지 파악하고자, 정보력을 풀가동했으리라 보고있다. 어쨋건 미국은 첩보활동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미국 스스로가 말하기를 '미국 정보기관은 세계 각국 정부의 의도에 계속 관심을 둘 것임에 변함이 없다. 아니면 정보기관이 대체 왜 있겠냐?' 라고
말하더라.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대한 첩보활동을 하고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 미국이 도감청을 하지 않는 국가들도 몇몇 존재한다.

이른바 다섯 개의 눈(Five Eyes)라는 별명을 가진 영미권 첩보동맹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다섯 개의 눈은 서로 간에는
감시하지도 않을 뿐더러 정보를 공유하고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과 영국이 독일·일본군의 암호를 풀려고 협업한 것에서 다섯 개의 눈이 유래했다.
이후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가 차례대로 가입하면서 다섯 개의 눈이 완성되었는데 이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동원하여 세계 각지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동맹은 냉전과 그 이후에도 전세계 정보 흐름을 장악하는 배타적 클럽이 됐다. 미국이 전세계 정보 흐름망인 금융과 통신망을 주관하는 국가인데다,
美 국내법에 저촉되는 정보활동은 영국 등이 대리인으로 나서 해주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영국은 과거 방대한 식민지를 거느렸던 국가이기 때문에
영연방의 첩보망을 구축해서 정보수집에 나서고있고 현재 본인이 거주하고있는 호주같은 경우에는 지역적 특색을 활용하여 아시아를 보여주는 창을
제공한다. 이들은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도 핵심적인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에셜론은 첩보 위성, 지상 기지, 고성능 신호인식
컴퓨터를 연결해 전화, 팩스, 이메일, 문자메시지와 금융거래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통신 내용을 매일 30억 건씩 감청하는 첩보 시스템이라고 한다.

메르켈이 오바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항의했다고는 한다만, 내 생각으로는 애시당초 영미권 첩보동맹의 전방위적인 감시활동을 몰랐을 리가 없다.
모르는 척 하고있던 파이브 아이즈의 정보활동이 공개적으로 확인되니까, 이제야 알게되었다는 듯이 새삼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동시에
독일이 미국에게 요구한 것은 '더욱 긴밀한 정보공유협정' 이였다. 영미권 첩보동맹에 자신들도 넣어달라는 요구이지만 미국은 난색을 표하고있다.
당연하지. 왜?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정보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에게 항의하면서 내심 미국과의
정보공유를 원하고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최근 유럽연합의 경제침체 속에서도 나홀로 승승장구하고있는 독일은 미국 재무부의 견제를 받고있다.
말하자면 저평가된 유로화의 가치 뒤에 숨어서 전세계의 달러를 빨아들이는 독일이 유로존의 경기회복을 저해하고있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으로
경상수지 규모를 조정하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이다. 독일은 '무슨 소리냐? 독일의 무역흑자는 독일제의 품질경쟁력에 힘입은 것이다' 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EU까지 나서서 독일을 압박하고있고, 지난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 강해질 것이다.
일전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에 어떤 이가 말하기를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대접받고있지 못한 것 같다.' 말하자면 파이브 아이즈는 차치하더라도
일본보다도 미국의 PUSH를 받고있지 못한 것 같다는 푸념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도 케리 美 국무부장관이 한일관계의 개선에 대해서 촉구하자
뭇 네티즌들은 일본에게 베팅하는 미국에 대해서 비판하는 의견들을 피력하더라.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보기에 한국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국제적인
인지도나 전략적 외교력, 머니파워와 같은 측면에서 두 수 정도는 아래에 있다고 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엔분담금만 하더라도 일본은 미국에
이어서 세계 2위 규모의 달러를 투입하고있고 ODA 규모만 하더라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과의 외교에서조차
적지않은 잡음과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시각으로 보기에 한국은 '버리기에는 아깝지만... 글쎄?'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쪽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의 외교력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환경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노무현 때는 '동북아균형자론' 따위를 들고나왔지만 미국으로부터 '동맹의 배신자' 라는 비난을 받고 국제사회로부터 무시당한 끝에 폐기처분되었다.
그 당시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느냐면 광우병 우려로 수입금지가 되었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는 협상을 할 때,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뼈째 수입하겠다' 고 약속했고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살코기를 수입하겠노라' 고 미국과 약속을 했다. 그리고 일본은 깨끗하게 약속을 준행한 반면에
한국은 어떤 짓을 했느냐면, 당시 805개의 미국산 쇠고기가 담긴 박스를 샅샅히 뒤지고 뒤져서 콩알만한 뼛조각을 추려낸 후에 '뼈가 들어왔다!' 고 쾌재를
부르면서 전량 반송조치를 때렸다. 전세계의 70여 개국의 나라들이 미국으로부터 뼈없는 살코기를 수입하고있지만 그런 짓을 한 나라는 한국 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또한 FTA 문제만 하더라도 미국의 요구사항이라는 핑계를 댄 사안들 중에서는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국이 스스로 개혁했어야
할 사안들이 허다하다. 말하자면 자동차 세제문제라던지 특소세 문제라던지, 약제비 문제라던지 서비스시장의 개방 문제 등은 미국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한국이 알아서 법제도를 바꿔가면서 개혁했어야 했을 문제이지만, 국내의 정치환경이라는 것이 그런 개혁안을 들고나올 때마다 이전투구를 하고있으니까
한국의 관료들은 미국의 요구라는 핑계를 대면서 묵은 과제들을 일거에 해치우는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세제가 개편된다고 그 몫이 미국에게 돌아가나?
이러니까 미국은 내심 '한국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놈들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한국의 동태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비단 미국과의 외교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외교에서도 한국은 중견국가다운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있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년에 2020년 올림픽 개최지 발표를 앞둔 전날에 한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라는 조치를 때렸거든. 한국인들은 '속시원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고 '순수한 의도였다' 라고 항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당연히 '비열한 방해공작'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아마 국제사회도 흠칫 했을 것이다. 자주국방을 울부짖으면서도 정작 방위분담금 문제에는 소극적으로 일관하다가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의 안보무임승차' 라고 비판을 받았다. MB는 임기 막판에 난데없이 헬기를 타고 독도를 방문한다던지, 아키히토 덴노에게 사과하라는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한일관계를 완전히 뒤꼬아놓고 가버렸다.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이루어져야할 국가 간의 외교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는
성향이 다분한 것이 한국의 정치환경이다. 이러니까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보았을 때, 한국은 신뢰감있는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베팅할 수 있겠는가?

세계를 노려보는 다섯 개의 눈은 지금도 세계를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집중감시의 리스트에 올라가있을 것 같다.
지금도 일본애들은 미국을 상대로 '한국애들은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놈들이니 조심해야한다' 라고 속삭이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 내부에서는
그런 것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이 줄타기, 양다리 외교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득세하고있다. 외교는 때로 국익보다는 협상 자체를 위해 진행된다.
꼬인 협상을 풀기 위해 상대방에게 자기 나라의 약점을 몰래 흘려주거나, 상대방의 체면을 세울 일을 만들어주는 것조차도 흔한 것이 외교무대이다.
한국은 지난 반 세기 이상을 해양세력의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해왔고 미일의 버프를 받아 중견국가 레벨로 진입했지만, 내실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와 협상을 하더라도 의연하고 신뢰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국제사회도 한국은 신뢰할 것이고 지금까지 한국을 엔도스해온
우방국들도 환영할텐데 한국은 아직까지 그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생각은 들지않는다. 오히려 냉정한 면모가 부족하고 감정적이여서 쉽사리
선동당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 보통의 한국인들이기 때문에, 때로는 걱정이 된다. 한국인 개개인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