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요괴들아.
요전에 요게를 눈팅하던 중 오코노미야키가 먹고싶다는 요괴를 보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요리방법을 말해줄게.
사실 오코노미야키를 해 먹는 데 없어서는 안될 재료란 건 이 둘밖에 없어.
양배추와 가츠오부시.
이게 없으면 그냥 오코노미야키 짤방만 검색해보고 주린 배 끌어안고 자라.
그리고 좀 더 좋은 재료들을 얹어보자면...
중요도:
★★★ 부침가루(밀가루로 대처 가능), 우유(or 맹물, 육수) , 계란, 넣어먹을 재료(예: 새우, 돼지고기, 오징어, 굴, 등등)
★★ 오타후쿠 소스(일본에서 오코노미야키 먹을 때 꼭 뿌리는 소스. 돈가스소스를 달짝지근하게 개조해서 먹어도 가능)
★ 참마, 우유
확실한 본토 방식은 참마를 갈고 뭐 그래서 물을 하나도 안 넣는다는데, 사실 나도 이번에 참마를 싸게 팔길래 사와서 해 본 거야.
평소에는 물에 쯔유(국시간장?) 넣어서 육수 만들어서 해먹곤 했다.
그럼 만들기를 시작할게.
일단 찬물에 얼린 깐새부를 5분간 피폭시켜줘.(생물이면 상관없다)
뜨거운 물에 하면 새부가 익어버리니까 안된다. 담가 놓으면 맛없어지니까 안돼.
겉의 얼음기가 다 가신 것 같으면 상온에 놔둔다. 그럼 알아서 녹기 시작한다.
새부가 녹는 동안 양배추를 썰고 마를 갈아준다.
마는 아깐 두개였지만 그냥 하나만 갈았어.
마를 갈 때엔 미끈거리는 점액이 나오니까 꼴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리고 보울에 부침가루를 깎아서 세 밥숟가락 넣고,
노짱이 좋아하는 계란도 넣고
민주화!
어느새 갈변해버린 마도 넣고..
2주화!
이쯤되면 맛대가리 없어 보여서 그만 뒤로가기를 누르고 싶겠지만 조금만 더 보자.
우유도 넣고...(70ml정도)
또 섞어라.
그 다음 팬을 달군다.
중요한 건 오코노미야키는 약불과의 싸움이야.
난 예전은 물론이고 지금도 가끔은 덜 익기도 가끔은 태워먹기도 하면서 오코노미야키를 만들고 있어.
약불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맛있는 오코노미야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불을 아주 약하게 1~2분간 팬을 달구자.
그 뒤엔 오일을 바르고..
반죽을 적당히 덜어준 뒤, 마찬가지로 양배추도 적당량 덜어 섞어준다.
여기서 마를 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반죽과 양배추의 양을 가늠해보자면
*마를 쓰는 경우:
마가 존나게 달라붙기 때문에 양배추를 많이 넣지 않아도 잘 퍼지지 않고 둥근 구이를 만들 수 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반죽이 양배추에 다 뭍어야 하겠지)
*마를 쓰지 않고 계란+부침가루+육수로만 하는 경우:
마에 비해 점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죽량이 많을 경우 반죽이 흘러 만들기 어려워지고
양배추 사이로 열이 통하지 않아 아래는 타고 위는 익지 않는다.
고로 양배추에 고르게 반죽이 뭍고, 숟가락으로 양배추를 슬쩍 들어 봤을 때, 밑에 고이는 반죽이 없게 한다.(마치 팔도비빔면을 비빌 때처럼 말야)
오래 두면 양배추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 상태로 오래 두면 질어진다.
자 이제 올려주자.
슬슬 새부도 다 녹아서 부드러워져 있을거야.
반죽을 잠시 옆으로 밀고 새부를 끼워넣자.
반죽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새우깡 냄새를 풍기면서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하면
새..새부!! 기승위로 가버렷!!!
새부가 가버리는 모습 따윈 보고 싶지 않으니까...
가쓰오부시로 덮어주자.
개드립을 쳤지만 이것은 중요하다.
이 상태에서 2~7분 기다릴 건데,
여기서도 마를 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갈려.
마를 쓰는 경우엔 2분이면 돼. 마가 끈끈하게 막을 형성하고 있어서, 열이 위로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야.
대신 반죽을 좀 얇게 해야겠더라구.
마를 쓰지 않는 경우엔 7분~10분정도 기다려야 해. 양배추 사이사이로 열이 올라와서 속까지 익어야 하기 때문이야.
둘다 타지 않도록 잘 지켜봐야 해.
이렇게 밀어도 모양이 흩어지지 않고 밀린다면...
뒤집어라! 으악 씨발 탔다!
난 평소 마 없이 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마를 넣고 하는 바람에 이런 실수를 했으니 게이들은 이런 실수 하지 마라.
마 넣은 경우엔 정말 빨리 익더라.
뒤집고 나서는 마를 넣은 경우엔 1~2분, 마를 넣지 않은 경우엔 3~4분 후에 접시에 담아주면 돼.
이대로 오타후쿠 소스를 뿌려 먹어도 좋겠지만 나는 여기에 굴을 소테한 것을 얹어 먹을거야.
내 후라이팬 발광 ㅍㅌㅊ?
소테라는건 별거 없고 뜨겁게 달군 후라이팬에 오일과 함께 센불로 단시간에 볶아내는 것을 의미해.
(그러니 선도가 중요하고 날로 먹어도 괜찮은 굴 같은 게 좋겠지?)
말하자면 센불볶기지.
김치녀 앞에서 멋지게 만들어 줄 땐 "굴 소테야" 하고 하면서 정력충전들 해.(굴은 정력에 좋다)
"굴 볶음이야" 하면 "냄새 비리거든!" 하지만 "오이스터 소테야" 하면 어맛! 왠지 있어보여! 하면서 질질 쌀거다.
암튼 그렇게 굴도 쓱 볶아서 얹으면... 해물 오코노미야키네.
오코노미야키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겠지만.. 오코노미=취향, 야끼=구이야.
취향구이라는거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마구 넣고 구우면 돼.
하지만 난 역시 돼지고기와 오징어, 새우, 그리고 위엔 굴을 얹은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모짜렐라)치즈도 넣으면 맛있다니까 게이들도 해봐라.
소스와 가츠오부시를 뿌리고... +마요네즈도
(오타후쿠 소스는 홈플러스에서 판다)
먹는다!
먹어 보면 알겠지만 마를 넣은 건 진득하면서 안 씹어도 될 정도로 푹신한 감이 있고,
마를 넣지 않은 건 아삭거리는 씹는맛이 있는 질감일거야.
젊은 일게이들 입맛엔 후자가 더 좋을 듯 하지만, 전자는 굽는 시간이 짧으니까 단시간에 여러개를 만들 수 있지.
나는 앞으로는 마의 양을 좀 줄이거나, 마를 넣지 않고 만들 생각이야.
오코노미야키의 장점은 양배추를 엄청나게 많이 먹는다는 점에 있어.
양배추는 불닭볶음면 좋아하는 요괴들의 위에 좋은 작용을 해주고, 비타민도 많고 하여튼 못하는 게 없는 노짱같은 녀석이야.
나도 양배추를 엄청나게 싫어하지만 오코노미야키나 야끼소바에 있는 양배추는 있는지도 모르고 먹으니까 좋지.
맥주나 사워에 잘 맞고 한 판만 먹어도 든든해. 며칠 전엔 도시락으로 싸 가 봤는데도 좋더라.
남녀노소 좋아하는 맛에, 넣는 재료와 재료의 양에 따라 맛이 확 올라갔다가 중력에 의해 팍 내려갔다가 하니까 좋아하는 재료를 많이 넣어 먹어보자.
질문받는다.
다음번엔 사리면으로 야끼소바 해 먹는 방법을 쓰러 올게.
아 그리고 인증을 까먹었네.
이미 다 먹어버려서 인증할게 없다....
아무튼 맛있게 해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