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떤 거지가 있었다.
그 거지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딸린 자식이 3열 종대로 연병장 두바퀴를 돌고도 남았을 정도로  많았다.

 

그래서 그 거지는 아주 머나먼 유호마을의 또이치라는 부자에게 가서, 빌고 또 빌어 돈몇푼을 겨우 빌려 리어카 한대를 샀다.

그 거지 아빠는 자식들 밥이라도 먹여보려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아무리 힘들어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데로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빠의 그런 모습에 감동하여 몇몇 자식들은 아빠의 리어카를 같이 밀기도 하였지만
그 돈으로 옥수수를 사먹자고  길바닥에 드러누워 땡강을 부리는 아내와 자식들도 있었다.

거지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삼키며 그 말을 못들은 척 뒤로 하기도 하고, 때론 달래기도 하고, 야단을 치기도 하고,  

그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회초리로 때리기도 하면서 묵묵히 리어카를 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가족은 어느듯 부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거지의 아내는 남편이 일하러 간 사이에 북쪽 마을의 아저씨와 정분이 나 있었다.
그 아저씨가 용돈도 주고 목걸이도 사주고 해서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찌질한 남편과는 달리 그는 매우 호탕해 보였다.

 

부자동네로 이사한 어느날,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과거 고생했던 이야기를 추억삼아 하고 있는데
과거에 힘들었던 일을 하나 둘씩 꺼내면서 깨구락지 올챙이시절 까먹은 듯 아빠를 탓하기 시작했다.
이내 저녁식사시간은  아빠의 성토장으로 변해 버렸고 아빠편 엄마편으로 갈려 서로 아웅다웅하는 정나미 떨어지는 가족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 한 아이가 엄마의 불륜사실을 말해버렸고 그 아이는 북쪽마을 아저씨의 귀에 들어가 서쪽바다에서 살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슬프기는 커녕 그 아이가 자극을 해서 죽을 짓을 했다고 고함을 치고 이에 동조하는 자식들도 엄마편을 들기 시작했다.

아빠와 아빠를 이해하는 자식들은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천륜에 어긋난다고  하여도 이미 엄마에게 좀비화된 애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딴짓하던 막내아이가 말했다.
아이의 이름은 철수다.성은 개인의 정보보호를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거지시절에 우리 집의 근간이 마련됐지만 옥수수도 안사주고 우리를 야단치고 회초리만 드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를 위해 형님, 누나 등 너무 많은 이들의 인내와 희생이 요구됐다"

 

정작 고생한 형과 누나는 말이 없고 불륜엄마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막막하다.

우리 이혼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