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장 입장하기까지>

고사장이 우리학교여서 다른 특유의 긴장감은 없었고 적당히 경찰대,사관학교 1차시험과 같은 정도의 긴장감이 느껴짐.

 

낯선 애들, 모의고사때보다 더 간격이 벌어져있는 걸상들, 어느 때보다 깨끗한거같은 교실, 내 한 손에 쥐어져있는 도시락통.

 

사실,  교문을 들어설때 후배들의 응원소리에 북받쳐오는 찌릿찌릿한 전율과 긴장감이 엄청났던건 사실이지만,  이상하게도 고사실에 들어오면서 어느정도 사라졌던것같다. 나말고도 다들 그랬던거같다.

 

조용히 앉아있었다. 고2~고3 2년동안 나름 자신과 싸워온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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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예비령이 울리고>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예비령이 울린다.

 

그래도 아직까진 적당한 긴장감이다.

 

근데 현역들은 분명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시험지가 배포되고 뚜껑에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라는 커다란 글자를 보는순간

그 떨림은 이루말할 수 없이 증폭된다.

 

답안지에 이름을 쓰고, 문구를 쓰며 긴장감을 추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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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영역>

내가 짝수형이였는지 홀수형이였는지 기억은 안난다. (그 해 OO형 마지막 지문 답이 전부 2번이였다는데, 나는 아니였음. 홀수형인가?)

 

나는 시작을 불리하게했다. 괜히 욕심을 부렸다가. 11수능 듣기 2번문제는 마지막에서 반전이 있었다. 솔직히 내가 고른 답은 거의 중후반에 나와서

 

반전이 없을줄 알고, 한 장 걷어 쓰기 7번을 해결하려했으나, 딱 반전이 나오는 순간 '아 씨발!' 하면서 앞으로 돌아오는데 심장은 쿵쾅쿵쾅.

 

게다가 어렴풋이 들으면서 답을 고르는 바람에, 나는 처음부터 '아 듣기 2번 잘 풀었으려나, 맞았으려나'하는 잡념과 함께 스타트를 끊었다.

(다행히도 맞았다.)

 

11수능 문학은 쉬웠는데, 정말 쉬워서 그런지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비문학이 꽤 까다로웠는데, 내가 봤던 용지에서는 가장먼저 그레고리력 지문이 다크호스로 출현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웠던 지문은 아닌것같은데, 그 지구와 달과 항성이 그려져있는 도식이 뭔가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었던것같다.

<보기>가 딸려있는 문제가 꽤 까다로웠다. 그래도 잘 넘어갔다.

 

그 다음 나온 다크호스가 두더쥐 지문이였다.

이건 뭐 다들 어려웠으나, 나는 '용언'이라는 단어에 평소부터 겁을 잘먹는 바람에(문법) 진짜 지문 개날려읽었다.

사실 이 지문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도 이해 안가더라.

 

첫 문제는 일치/불일치. 허접했다. 근데 연달아 딸려오는 2문제가 정말 어려웠는데, 웬지 이 녀석들이 올해의 킬러인것같은 직감이 다분히 들어서

단 20초의 고민도안하고 별표를 2개나치고 다음 지문으로 넘어갔다. (사실 이게 정말 신의 한 수 였던거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다크호스가 채권 지문이였다.

나같은 경우에, 경제가 어려워 사회문화로 과목을 바꿀정도로 경제용어가 아~주 조금이라도 생소해져버리면 지레 겁을 먹곤했는데

이 지문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문도 굉장히 병신같이 읽어버렸는데, 4문제중 2문제가 별표가 나와버렸다.

 

이 지문이 거의 마지막지문이였는데, 다행히도 마지막쯤이라 일단 빨리 끝까지 다풀고 돌아오자라는 행동이 발현될 수 있던거같다.

마지막 문학지문 고전소설. 아 진짜 존나쉬웠다. 제목조차 기억이 안나는데, 진짜 지문 다 안읽고 중간에 컷트해버린 고전소설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인듯.

 

그러고나서 두더쥐, 채권지문을 제외한 나머지 지문 답들을 모두 마킹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6분.

 

두 지문 모두 병신같이 읽은 바람에, 다시 보게되면 처음보는 것과 거의 비슷할거라는 생각이들어

'선택'을 하기로했다.

 

신의 손놀림으로 시험지 종잇장을 넘기며 두 지문을 왔다갔다해봤다.

 

'아. 딱봐도 두더쥐는 다시 풀어도 승률이 낮을거같다.'라는 직감이 들었다. 채권을 선택했다.

그러고나니 별표 2개중 1개는 해결을 했고, 1개는 아리송했지만 답을 선택하긴했다. (불행히도 여기서 틀렸다.)

 

결국 두더쥐 마지막 2문제는 다시 보지도 못한채로 4번과 3번으로 각각 찍고 넘어갔다. (불행히도 답은 5번과 4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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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두더쥐 지문을 거의 못풀다시피하고 답지를 제출한 나는 패닉에 빠졌다. 그 해 6평 언어난이도도 1컷 94의 평이한 시험이였고, 9평은 그 해 통틀어 가장 물언어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이런 생각을했다. "내가 정확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총 3개. 6점. 1컷이 94점이면, 나는 나머지 문제를 다 맞아야 94점이다. 설마 80점대 후반인가?"

 

멘붕이였다. 꽤 어려웠는지 1교시가 끝나자마자 오줌지릴거같아서 화장실을 갔다.

 

근데.

갔다오면서 보는데

애들 표정이 진짜 개썩창이였다.

다행이다. 나만 어려웠던거 아니구나. 1컷은 94보단 낮을거같네. 라는 생각과 함께 2교시 수리영역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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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교시 수리나형>

나는 수리는 정말 출중했다. (문과잖아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고1때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다.)

수리를 가장 좋아했고, 가장 많이했고, 시중에 있는 꽤 이름있는 문제집들은 다 풀어봤다

. 쎈, 수능다큐, 한수위, 일등급수학, 4점짜리 만점수학, 파스타, 피드백, 특작, 두배로, 자이프리미엄..등등..

 

그리고 평가원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었으며 사관학교 수리도 1개만을 틀렸었고, 불난이도였던 경찰대 1차시험에서도 수리에서 선전을 하며

1차합격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정말 긴장 하나도 안됐다.

정말 내 인생걸고 과장 하나도 안섞고, 그 수능장에서 나는 예비령이 울리면서도 '수리는 무조건 만점이지'라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전국권에서 노는 놈들은 언수외탐 내내 이런 기분이려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러웠다.

 

시험이 시작됐다. 평소처럼 5번문제까지는 1분을 넘기지 않았다. (페이지 확인할때, 1번과 3번은 다 풀었다.)

객관식 17번까지. 객관식 17번 딱 하나가 약간 헷갈렸다. 지수함수 로그함수 그래프문제였다. 1차 풀이할때 'ㄷ'이 도출이 되지않았다.

일단 넘어가고 18번부터 30번까지 풀었다.

 

킬러가 하나도없는 '적당히 공부를 열심히했다면 무조건 풀 수 있고, 안했으면 못 풀만한' 중난이도의 문제가 연속적으로 있는 평이한 시험이였다.

17번을 제외하고 단 한 문제도 1초의 경직도 없이 다 해결을 했고, 그 때 시계를 봤을때 11시 정각이 조금 안됬던거로 기억한다.

 

그러고나서 17번문제를 해결했다. 개형을 제대로 그리니 똑같은 풀이과정에서 답이 도출되었다.

그러고나서 검토를 했고, 아무리봐도 실수는 없는것같고 풀이에는 확신이 있어서 만점에 대한 확신도 같이 들었다.

 

한 20분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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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수리는 별 말이 없는거같다. 그렇다고 쉬웠다고 깝치는 애들도 없는걸봐선 그냥 그저그런 난이도였던게 분명했다.

 

점심을 먹기시작했다. 밥에 불고기였다.

 

근데, 어떤 다른 학교 애들이 옆에서 답을 맞추는데 17번문제에서 맞춘 답이

 

내가 고른 답과 달랐다. 멘붕이였다. 이새끼들 포카칩빙의한다음 별의별 논리 펼치면서 지들끼리 '마저마저~'하면서 의견을 수렴하는데, 그것이 내가 고른

답은 아니었던것.

 

2명이면 몰라. 4명이 그러니까, 정말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순간에 책상에 머리박고 잠을 자버린 내가 존나 진짜 개병신쓰레기새끼같았다 정말. (그 때 심정으론)

 

(근데 집에와서 채점해보니까 수리는 만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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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영역>

언어 듣기 2번문제가 찝찝했고

수리 17번 문제가 머리에서 맴돌았다.

 

그런 상태에서 외국어시험에 임했다.

 

11수능 듣기. 너무 쉬웠다.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정말 이상하게도 답들이 앞에서 나오는 문제가 많았다.

평소에 듣기 11번까지 풀면서 맨 뒷장 장문을 푸는 연습을 했던 나한테 아주 유리하게 작용했다.

 

평소같았더라면, 짧은 장문 하나를 다풀고, 긴 장문은 한 단락정도 내용파악하고 끝났을텐데, 이번에는 두 장문 모두 해결을 하고 스타트를 끊은것.

게다가 듣기 13번부터 17번까지 풀면서 독해 18번부터 문법문제도 같이 해결을 했기 때문에

 

분명히 시간이 모자랄 일은 없었다. 나름 스타트는 선방을 했다.

 

문법문제를 해결해놓자마자 시작을하니 거의 바로 빈칸문제였다. 하나 둘 셋..9평보다는 쉬운가? 싶었는데 28번이 꽤 어려웠다.

(실제로 그 해 수능에서 가장 정답률이 낮은것은 26번?(the former~)과 28번문제였는데, 본인은 26번문제는 어려운지몰랐다. -_-;;)

 

28번을 일단 별표쳤다. 그리고 계속 달렸다. 뒤에 장문 5문제는 이미 해결되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했다.

그 다음 고비가 왔다. 44번 문장넣기 문제 cookie factory 어쩌고 하는 문제였는데, 이게 맨 처음에 답이 1번이 나와버린것.

 

모든 수험생이 공감하겠지만, 문장넣기 문제가 답이 1번에서 나와버리면 정말..뭔가 심리적인 갈등이 장난이 아니다.

'1번인가? 답 1번같은데..' + '아 근데 사설도아니고 설마 어떻게 이 유형에서 답이 1번이 나오지?'...그래서 2번으로 고쳤다. (불행히도 답은 1번이였다.)

 

그리고 45번 (A)(B) 문장요약문제에서 요약문장 한 부분이 해석이 잘 안됬다. 답을 2개고민했는데 몇 번인진 기억안난다.

45번을 끝마치고, 15분정도 되는 시간동안 28번과 45번과 마지막 장문을 검토했다.

 

결국 가장 미치겠는건 45번이였다. 지문내용을 완벽히 파악했음에도, 요약문장의 이어동사 하나 뜻이 기억이 안나는 바람에 2점을 날리게 생겼으니, 미칠 지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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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 생략>

<집에 와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스트랄 했던 순간은 언어채점과 수리채점이였다.

 

언어에서 2번문제를 맞은 것을 확인했을 때, '우오~'하고 소리질렀다. 그러면서 천천히 채점했는데 연달아 두 개 틀리는 부분이 나왔다.

두더쥐 지문이 아니면 큰 일이였던 터라, 그 부분에서 채점을 잠시 중단하고 시험지를 다운 받아서 확인해봤다.

 

다행히도 두더쥐지문에서 찍었던 2문제였다. 아 숫자하나만 올려서 찍을껄..하고 미련도 남았다.

그리고 채권에서 하나를 틀렸다.

 

정말 믿기지 않게도, 아리송했던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문제에서 정답이였다. 정말 이 때 소름이 쫘악 돋았다. 9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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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리 채점을 할 때는, 다른 것을 미뤄두고 17번문제 먼저 답을 확인했다. 그 4명의 학생이 오답이고 내가 정답인걸 확인할 때

그 전희는 정말..

 

'아 진짜 그 병신새끼들~'하면서 소리질렀던거 같다. 소리는 분명 질렀는데 대사가 기억이안나네.

그러고 천천히 채점했다. 수리는 100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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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는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가장먼저 장문 5개를 채점했고, 듣기부터 시작해서 정주행했다.

그렇게 채점할때 43번까지 채점하기까지 다 맞은 상황이라 솔직히 100나오는 줄 알고 심장 멎을뻔했다.

 

44번 45번에서 연달아틀렸다. 진짜 존나 아쉬워했었다. 문장넣기도 답 1번에서 나온다. 참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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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는 그저그냥 별 느낌없이 채점했는데, 근사에서 마지막에 양지아문선지에서 ;'아문'때문에 고친문제에서 3점을 내주며 틀린게

너무 진짜 아쉬웠다. (게다가 2등급나옴 47점인데)

 

그렇게 다 채점을하고 메가컷을 봤을때 언어89 수리87 외국어89가 나오는걸보고 정말 부모님과 얼싸안고 기뻐했으며,

아버님과 치킨을 먹으며 처음으로 술을 배웠던거같다. 꽤 늦은시각이였어서 외식하러가긴 좀 그랬던거로 기억한다.

 

최종 컷은 언어90 수리88?89? 외국어90인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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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언어 복수정답 논란이 일었는데, 나는 정답이였던 문제라 (채권에서)

복수정답 반대글을 오르비에 열심히 싸질렀다. 어휴 나도 참 병신이다.

복수정답 인정은 결국 안되더라.

열심히 오르비에 글싸질러라.

 

아무튼 대게이들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