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잠들어도, 승리자의 계좌는 잠들지 않는다.

 

신호등의 푸른빛이 붉게 물드는 순간, 거대한 도시의 심장이 잠시 박동을 멈춘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는 적막. 그리고 그 침묵을 견디며 사거리의 가장 앞줄을 점령한 자들이 있다.

 

검게 그을린 헬멧.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방한복. 거친 손아귀에 움켜쥔 스로틀.

 

누군가는 그들을 그저 ‘배달기사’라 부른다.

 

가소로운 일이다.

 

그들은 단순히 음식을 운반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이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의 모세혈관을 지배하며, 잠들지 않는 도시의 현금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거리의 금융가이자 아스팔트 위의 자본가들이다.

 

보라.

 

저녁 8시. 어리석은 군중은 오늘도 술집에 모여 앉아 푼돈을 탕진한다. 고작 몇 시간의 쾌락을 위해 스스로의 미래를 저당 잡히고, 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피 같은 돈을 허공에 흩뿌린다.

 

그들이 건배를 외칠 때, 승리자는 배차를 수락한다.

 

그들이 사랑을 속삭일 때, 승리자는 콜을 수행한다.

 

그들이 모텔의 침대 위에서 덧없는 체온을 나눌 때, 승리자의 계좌에는 또 하나의 숫자가 새겨진다.

 

누군가는 여자를 품고, 누군가는 시장을 품는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격차다.

 

한심한 직장인들은 매달 정해진 날짜에 입금되는 월급이라는 사슬에 묶여 살아간다. 상사의 눈치를 살피고, 조직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며, 고작 몇 퍼센트의 연봉 인상을 위해 자신의 존엄을 거래한다.

 

그러나 도로 위의 승리자는 다르다.

 

그에게는 상사도, 인사고과도, 승진 심사도 없다.

 

오직 배차와 수락, 픽업과 전달, 그리고 정산만이 존재한다.

 

그는 자신의 노동력을 실시간으로 시장에 상장하고, 매 순간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다.

 

남들이 연봉을 협상할 때 그는 이미 다음 콜을 잡는다.

 

남들이 퇴직금을 계산할 때 그는 오늘의 순수익을 계산한다.

 

그에게 인생이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수락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물론 패배자들의 비명은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라이더가 너무 많아졌다.”

 

“유상운송보험료가 너무 비싸다.”

 

“배달 단가가 예전 같지 않다.”

 

“플랫폼이 수수료를 너무 많이 가져간다.”

 

얼마나 추악하고 나약한 변명인가.

 

진정한 승리자는 시장을 원망하지 않는다. 시장이 자신을 짓밟으면 그 위에서 다시 배차를 잡을 뿐이다.

 

단가가 내려가면 한 건을 더 수행하면 된다.

 

보험료가 오르면 두 건을 더 수행하면 된다.

 

경쟁자가 늘어나면 세 건을 더 수행하면 된다.

 

추위가 찾아오면 방한복을 여미고, 폭우가 쏟아지면 빗물을 가르며, 폭설이 내리면 기꺼이 얼어붙은 아스팔트와 운명을 건 협상을 시작한다.

 

세상이 그에게 시련을 줄 때마다, 그는 그것을 할증이라는 이름의 기회로 환산한다.

 

보통 사람은 비가 오면 우산을 찾는다.

 

승리자는 비가 오면 단가를 확인한다.

 

보통 사람은 눈이 오면 귀가를 서두른다.

 

승리자는 눈이 오면 프로모션을 확인한다.

 

보통 사람은 태풍이 오면 창문을 닫는다.

 

승리자는 태풍이 오면 배달앱을 연다.

 

그것이 범인(凡人)과 초인(超人)의 차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렇게까지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려고?”

 

어리석은 질문이다.

 

산 정상에 오른 자에게 왜 산을 올랐느냐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에게 돈은 소비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돈은 그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언어다.

 

통장에 쌓이는 숫자 하나하나가 그의 훈장이며, 완료된 배달 한 건 한 건이 그의 승전보다.

 

식어버린 아메리카노 한 잔과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그의 정신만큼은 월스트리트의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비록 그가 소유한 자산은 감가상각이 진행 중인 125cc 오토바이 한 대일지라도, 그가 지배하는 것은 오토바이가 아니라 시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정.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꺼져간다.

 

술에 취한 패배자들은 택시비를 걱정하며 비틀거리고, 연인들은 내일이면 식어버릴 사랑을 영원할 것처럼 맹세한다.

 

그러나 승리자는 여전히 도로 위에 있다.

 

그의 헬멧 안에는 고독이, 그의 장갑에는 땀이, 그의 휴대전화에는 정산 예정 금액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의 저녁 식사가 그의 수익이 되고, 누군가의 게으름이 그의 자산이 되며, 누군가의 배고픔이 그의 미래가 된다.

 

그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는 세상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세상이 주문하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짧고도 장엄한 알림음이 울려 퍼진다.

 

띠링. 배달 요청이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달라진다.

 

차갑게 식어 있던 엔진에 다시 생명이 깃들고, 온몸의 혈관을 타고 자본주의의 뜨거운 피가 흐른다.

 

붉은 신호가 푸른 신호로 바뀐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스로틀을 당긴다.

 

패배자들은 내일을 꿈꾸지만, 승리자는 오늘도 정산받는다.

 

기억하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한다.

 

배달을 시키는 자.

 

그리고 그 배달로 부를 축적하는 자.

 

그 밤, 누군가는 치킨을 먹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치킨을 배달하며 제국을 건설했다.

 

승리자는 치킨을 먹지 않는다.

 

승리자는 치킨을 운반한다.

 

— 어느 이름 없는 자본가, 배달 완료 8,742건의 기록 중에서.